저자: 샤오빙(小饼)
2023년 1월 3일, 머스크가 막 트위터의 파란 체크를 월 8달러짜리 유료 상품으로 바꿔놓았을 때, Jack Butcher는 24시간 만에 이 8달러를 정체성과 희소성에 관한 온체인 실험으로 만들어냈다.
16,031명이 8달러를 내고 80개의 컬러 체크로 구성된 NFT 하나를 민팅했다. Checks Editions와 Originals의 2차 시장 누적 거래액은 2억 5천만 달러를 넘어섰다. '신원 인증'을 비꼬는 밈(Meme)이 NFT 역사상 가장 성공한 아트 프로젝트 중 하나가 된 것이다.
3년 뒤, 같은 사람, 같은 숫자.
9월 21일, Butcher는 X에 짧은 글을 올렸다. "8 an open edition on x money. send $8 to @jackbutcher. enter your eth address in the memo. your transaction id is the seed for your artwork. closes 8pm est tomorrow."
민팅 페이지도 없다. 지갑 연결 버튼도 없다. 심지어 ETH를 먼저 보유할 필요조차 없다.
온체인에서 완전히 벗어난 '온체인' 과정
전통적인 NFT 민팅 흐름은 이렇다. 프로젝트 웹사이트 열기 → MetaMask 연결 → 거래 승인 → ETH 가스비 지불 → 온체인 확인 대기 → NFT가 지갑에 표시.
Butcher의 이번 흐름은 완전히 다르다. X 앱 열기 → X Money 진입 → @jackbutcher에게 8달러 송금 → 메모(memo)란에 ETH 주소 입력 → 완료.
사용자는 ETH를 보유할 필요도, 어떤 스마트 컨트랙트와 상호작용할 필요도, 심지어 가스(Gas)가 무엇인지 알 필요도 없다. 자격을 얻는 그 행위는 이더리움의 온체인 레이어가 아니라 X Money의 법정화폐 결제 레이어에서 일어난다.
가장 정교한 설계는 여기에 있다. X Money 거래에서 생성된 트랜잭션 ID(Transaction ID)가 곧바로 당신의 작품을 생성하는 랜덤 시드(seed)로 사용된다는 점이다. 각자의 결제 내역이 그가 받게 될 작품의 모습을 결정한다. 결제 행위 자체가 창작의 입력값이 되는 것이다.
반시빌 인프라로서의 X Money
이 실험이 업계에 가장 의미 있는 부분은 아마도 신원 검증일 것이다.
X Money는 2026년 7월 27일 미국의 Premium 및 Premium+ 사용자를 대상으로 공개됐다. 이는 단순한 P2P 송금 도구를 훨씬 뛰어넘는 완전한 금융 계좌로, Visa가 결제 채널을 제공하고 Cross River Bank가 은행 서비스를 제공하며 FDIC 보험이 예금을 보장한다. 계좌 개설에는 은행 계좌 연동, 사회보장번호(SSN) 제공, 휴대폰 번호 인증이 필요하다.
이는 곧 모든 X Money 계좌 뒤에는 KYC 인증을 거친 실존하는 신원이 있다는 뜻이다.
전통적인 NFT 프로젝트가 가장 골치 아파하는 문제 중 하나가 바로 시빌 공격(Sybil Attack)이다. 한 사람이 수십, 심지어 수백 개의 지갑 주소를 만들어 여러 독립 사용자인 척하며 에어드랍, 화이트리스트, 한정 민팅 자격을 가로채는 것이다. 기존에 프로젝트 측이 내놓은 대응책은 소울바운드 토큰, 온체인 행동 분석, Discord 역할 인증 등이었는데, 각각 허점이 있었고 각각 사용자의 마찰 비용을 키웠다.
Butcher의 실험은 반시빌의 비용 구조를 근본적으로 바꿔놓았다. 새 이더리움 지갑을 만드는 데는 30초면 충분하고 비용도 0이다. 하지만 새 X Money 계좌를 만드는 데는 SSN 인증을 거친 미국 은행 계좌가 필요하다. 이는 실존 신원에 묶인 작업으로, 위조 비용이 지갑을 만드는 것보다 훨씬 높다.
예전에 크립토 프로젝트가 증명하던 것은 "여기에 지갑이 하나 있다"였다.
Butcher가 이번에 증명한 것은 "여기에 실존하는 사람이 한 명 있고, 그 사람은 실제로 돈을 냈다"이다.
새로운 암호화폐 자산 발행 방식
이 실험이 성공적으로 검증된다면, 그것은 완전히 새로운 크립토 네이티브 발행 패러다임을 암시한다.
X 계정은 트래픽 진입점이다. 프로젝트 측은 사용자를 낯선 웹사이트로 유도할 필요가 없다. 참여자의 발견, 논의, 확산이 모두 X에서 이뤄진다. 모든 참여자는 동시에 하나의 확산 노드이기도 하다. Butcher에게 8달러를 보내고 이 일을 공유하는 트윗 하나를 올리는 것 자체가 공짜 마케팅 노출이 된다.
X Money는 결제 레이어다. 법정화폐 결제, 가스 없음, 지갑 연결 없음, 온체인 상호작용 없음. 암호화폐를 한 번도 접해본 적 없는 사용자에게 참여 문턱은 'MetaMask 사용법 익히기'에서 '앱 안에서 8달러 보내기'로 낮아진다.
X 계정은 신원 레이어다. 모든 참여자는 X의 계정 검증과 X Money의 KYC 절차를 거쳤으므로 자연스럽게 반시빌 속성을 갖는다.
ETH 주소는 자산 레이어다. NFT는 최종적으로 사용자가 입력한 이더리움 주소로 전달되며, 자산의 귀속과 거래는 여전히 온체인에서 이뤄진다.
전체 흐름은 Post(발견) → Pay(법정화폐 결제) → Verify(신원 검증 완료) → Mint(온체인 전달) 다.
이 경로는 현재 주류 NFT 발행 경로와 정확히 반대다. 주류 경로는 '먼저 온체인에 올리고, 그다음 사용자를 찾는' 방식이고, Butcher의 경로는 '먼저 사용자를 찾고(그들은 이미 X에 있다), 마지막에 온체인에 올리는' 방식이다.
NFT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8달러로 생성 예술 작품 하나 사기'를 다른 용도로 바꿔보면, 이 파이프라인의 잠재력은 더욱 선명해진다.
밈코인 발사. X에 글 하나 올리고, 사용자가 X Money로 1달러를 내 참여 자격을 얻으면 결제 기록이 온체인 주소에 바인딩되고 토큰이 바로 에어드랍된다. Pump.fun도, 본딩 커브(Bonding Curve) 페이지도 필요 없다. X 자체가 발사대다.
크라우드펀딩과 멤버십. 한 크리에이터가 X에서 "나에게 20달러를 보내고 메모에 주소를 남기면, 당신은 내 새 프로젝트의 Day-1 멤버"라고 공지한다. 크라우드펀딩 전 과정이 X의 피드 안에서 완료된다.
제품 콜드 스타트. 새 프로토콜이 출시 전에 실제 사용자 1,000명을 확보하려 한다. 대기자 명단(Waitlist) 웹사이트를 만들 필요 없이 X에서 바로 X Money 결제 채널을 열면, 결제한 모든 사용자가 자동으로 얼리 액세스(Early Access) 자격을 얻는다.
모든 용도의 공통점은 이렇다. X는 트래픽과 신원을 제공하고, X Money는 결제와 반시빌을 제공하며, 블록체인은 자산 확정과 컴포저빌리티(composability)를 제공한다. 세 레이어의 분업이 명확하고 각자 장점을 살린다.
X Money는 현재 미국 사용자에게만 개방되어 있고, Premium 및 Premium+ 구독자로 한정된다. 이는 Butcher의 이번 실험 참여자 풀이 처음부터 매우 좁은 범위로 제한됐다는 뜻이며, 전 세계 크립토 커뮤니티의 대다수는 참여할 수 없다.
X Money는 중앙화된 법정화폐 결제 시스템이다. 결제 데이터, 사용자 신원, 거래 기록이 모두 X의 서버에 있다. X Money를 NFT 발행의 진입점으로 쓴다는 것은 온체인 자산의 생애주기에 중앙화된 의존성을 하나 끼워 넣는 셈이다. X가 어떤 계정의 X Money 권한을 차단하면, 그 사람은 참여 자격을 잃게 된다.
Butcher 본인이 8달러를 얼마나 받을 수 있는지, 최종적으로 몇 개가 민팅되는지, 작품이 어떻게 전달되는지 등 운영 차원의 세부 사항은 아직 진행 중이며, 마감 시각은 미 동부 시간 9월 22일 오후 8시다.
8달러의 지속되는 실험
2023년의 8달러는 파란 체크와 신원 인증에 관한 풍자였다. Butcher는 머스크의 가격 결정을 예술 소재로 바꿔, '인터넷 정체성의 값어치'에 대한 집단적 가격 책정을 온체인에서 한 차례 완성했다.
2026년의 8달러는 결제 파이프라인과 발행 패러다임에 관한 실험이다. Butcher는 X Money의 거래 내역을 생성 예술의 시드로 삼아, 법정화폐 결제 행위 자체를 온체인 창작의 입력값으로 만들었다.
그는 줄곧 8달러짜리 그림을 파는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계속 같은 것을 테스트해왔다. 하나의 게시글에서 하나의 자산까지, 가장 짧은 거리는 무엇인가.
두 실험의 공통된 핵심은 같은 질문이다. 인터넷은 어떻게 '합의(consensus)'를 자산으로 바꾸는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