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자: Block Analytics Ltd X Merkle 3s Capital
본문 내용은 a16z 《State of Markets II》(2026년 9월, David George)를 참고했다.
미국 주식 시장의 지난 1년간 이익 성장 중 약 4분의 3은 테크 기업에서 나왔다. AI의 매출, 컴퓨팅 파워, 자본 지출은 거의 매 분기 기록을 갈아치우고 있다. 그런데 주변 사람들에게 AI가 자신의 월급, 사업, 계좌에 무엇을 가져다주었는지 물어보면, 대부분 대답하지 못한다. 거시 데이터는 이렇게 뜨거운데, 개인의 체감은 이렇게 차갑다. 이 두 가지가 어떻게 동시에 성립할 수 있을까?
같은 보고서, 두 개의 세계
먼저 뜨거운 면부터 보자. a16z의 90페이지짜리 이 보고서는 서두에서 테크를 '만물의 사이클'이라고 부른다. 즉, 테크는 더 이상 하나의 산업이 아니라 경제 전체의 엔진이라는 뜻이다. 보고서는 AI 인프라 구축이 미국의 신규 건설 지출과 블루칼라 일자리 증가의 대부분을 기여했다고 본다.
이 건설의 비용을 부담하는 주체도 매우 집중되어 있다. 보고서는 몇몇 초대형 클라우드 업체들이 이익으로 자본 지출의 대부분을 감당했고, 이 때문에 잉여현금흐름이 크게 하락했으며, 2028년 전후에야 회복될 것으로 예상한다고 지적한다. 현금이 부족한 부분은 채권 시장이 메우고 있다. AI 인프라 전체의 청구서는 주로 소수의 거대 기업 몇 곳에 얹혀 있다.
이익 데이터 역시 뜨겁다. S&P 500은 미국 시가총액 상위 500개 상장사로 구성된 주가지수다. 이 보고서의 계산 방식에 따르면, 2026년 8월 기준 S&P 500의 이익 성장 중 약 4분의 3은 테크 기업에서 나왔고, 테크 기업의 이익 증가율은 비테크 기업의 약 4배에 달한다.
보고서는 또한 이번 상승이 거품 같지 않다고 특별히 강조한다. 테크 주식의 밸류에이션 배수는 5년 평균보다 약 20% 낮으며, 주가 상승은 주로 이익이 이끌었다. 가격은 이익이 밀어 올린 것이지, 감정이 부풀린 것이 아니다.
개인 투자자들도 이 열기에 끼어들었다. 보고서 13페이지는 개인 투자자가 여전히 시장을 움직이는 중요한 힘이며, 레버리지와 추격 매수가 변동성을 키웠다고 언급한다. 당시 '밈 주식'을 쫓던 것과 달리, 이번에 개인 투자자들이 산 것은 합의된 테마였다. 즉, 모두가 같은 AI 스토리를 사고 있다는 뜻이다.
이제 차가운 면을 보자. 보고서 27페이지의 제목은 '수요는 왕성하지만, 아직 이르다'이다. S&P 500 기업의 약 70%가 AI를 사용 중이라고 답했다. 약 30%는 정량화 가능한 영향을 보고할 수 있다. 지속적으로 효과 지표를 추적하는 기업은 약 2%에 불과하다.
보고서는 이 숫자들에 대해 단 한 줄의 평가만 내린다. 도입은 넓지만, 매우 얕다. 뜨거운 면과 차가운 면은 같은 보고서, 같은 저자들, 같은 달에서 나왔다. 이 둘은 모순되지 않는다. 모순은 우리가 평균값으로 그것들을 읽는 습관에서만 생긴다.
평균값은 사람을 속인다. 어떤 방에 10명이 있다고 가정하자. 1명은 연 소득 1,000만 위안이고, 나머지 9명은 연 소득 10만 위안이다. 이 방의 1인당 연 소득은 109만 위안이다. 이 숫자는 사실이지만, 방 안의 실제 어떤 한 사람도 설명하지 못한다.
AI는 지금 바로 그런 방이다. 보고서 32페이지는 아주 직설적으로 쓴다. 눈부신 총량 데이터가 수면 아래의 실제 상황을 가리고 있다. 성장은 극소수의 헤비 유저가 이끈다. 나는 이 페이지를 읽고, 앞의 30페이지를 다시 처음부터 훑어보았다.
관점을 바꿔 다시 읽으면, 보고서의 모든 장이 같은 이야기를 하고 있다. AI 시대의 돈과 혜택은 모든 층위에서 먼저 상위권으로 흘러간다. 사용자 층위가 그렇고, 기업 층위가 그렇고, 소프트웨어·벤처캐피털·창업 층위도 그렇다. 아래에서 한 층씩 살펴보자.
AI는 뜨겁지만, 소수의 집 안에서만 뜨겁다.
1%의 사람들이 AI의 대부분을 써버린다
먼저 용어 하나를 설명하자. 토큰(token)은 AI 모델이 텍스트를 처리하는 계량 단위로, 대략 AI가 읽고 쓰는 '글자 수'로 이해하면 된다. 한 사람이나 한 기업이 쓰는 토큰이 많을수록 AI에게 더 많은 일을 시킨다는 뜻이다. 따라서 토큰 사용량은 AI의 실제 사용 강도를 측정하는 좋은 지표다.
보고서는 32페이지에서 전체 글에서 가장 중요한 문장 하나를 제시한다. 토큰 수요의 성장은 거의 전부 상위 1%의 사용자가 이끈다. 이들은 "이제 막 가능성의 가장자리를 더듬기 시작했다". 주목하자. 보고서가 말하는 것은 상위 절반도, 상위 10%도 아닌, 상위 1%다.
기업 층위의 데이터는 이 문장을 하나의 그래프로 그려낸다. 보고서는 한 기업 데이터를 인용해 기업들을 토큰 사용량 순으로 정렬했다(OpenAI 기업 사용 데이터 기준, 2025년 4월~2026년 6월). 상위 10% 기업을 '프런티어 기업', 정중앙 10% 기업을 '전형적 기업'이라고 부른다. 기준은 2025년 4월 전형적 기업의 사용량으로, 1배로 표기한다.
2026년 6월까지 프런티어 기업의 출력 토큰은 약 17배로 늘었고, 전형적 기업은 약 2배에 그쳤다. 둘의 차이는 8.3배인데, 연초에는 이 격차가 2.6배에 불과했다.
이 격차는 처음부터 이렇게 크지 않았다. 2025년 10월 이전에는 두 선이 비슷하게 움직였다. 10월 이후 프런티어 기업의 곡선은 가파르게 치솟았고, 전형적 기업은 거의 평평해졌다. 보고서가 이 페이지에 붙인 제목은 '헤비 유저가 다른 이들을 따돌리고 있다'이다.
업종별로 봐도 모양은 같다. 정보업의 프런티어 기업은 32.5배까지 올랐고, 전형적 기업은 2.8배에 그쳐 격차가 11.7배다. 금융·보험업은 둘의 차이가 6.7배, 전문·과학기술 서비스업은 7.7배다. 예외인 업종은 하나도 없다. 모든 업종 내부에서 분화가 일어나고 있다.
사용량뿐 아니라 사용 방식도 분화하고 있다. 플러그인과 스킬류 도구는 AI를 회사 내부 시스템에 연결해 정해진 프로세스대로 반복해서 일하게 하는 확장 기능이다. 프런티어 기업에서는 이 두 도구의 주간 활성 사용 비중이 각각 21%와 19%다. 전형적 기업에서는 9%와 3%에 불과하다. 프런티어 기업은 단지 많이 쓰는 것이 아니라, AI를 프로세스에 연결했다.
가계 층위의 데이터는 더 차갑다. 2026년 중반, 미국 가구 중 약 2.2%만이 AI에 비용을 지불했다. 유료 가구는 평균적으로 매달 약 31달러를 쓴다. 다시 말해, 미국 가구 100곳 중 약 98곳은 아직 AI에 돈을 낸 적이 없다. 보고서의 소비 측면 판단은 이렇다. 모든 것이 이제 막 시작됐다.
그렇다면 토큰 수요는 왜 포물선처럼 치솟을 수 있었을까? 답은 에이전트(agent)다. 에이전트는 스스로 작업을 분해하고, 모델을 연속적으로 호출해 일을 완수하는 AI 프로그램이다. 모델이 점점 저렴해질수록 에이전트는 점점 더 경제적이 되고, 그래서 토큰 사용량이 배수로 늘어난다.
보고서는 이 현상을 제번스의 역설이라고 부른다. 어떤 것이 더 저렴하고 더 효율적일수록, 사람들의 총 사용량은 오히려 더 커진다는 것이다. 하지만 우리는 한마디 덧붙여야 한다. 이 값싼 지능을 대량으로 활용하는 것은 여전히 주로 같은 헤비 유저들이다. 지능은 저렴해지고 있지만, 값싼 지능을 쓸 줄 아는 사람은 같은 비율로 늘어나지 않았다.
이 헤비 유저들의 영향은 이미 그들 자신을 넘어섰다. 보고서는 수요 폭증이 컴퓨팅 파워 가격을 밀어 올리고 있다고 지적한다. 보고서가 인용한 임대료 데이터에 따르면, 4~5년 사용한 구형 GPU조차 임대료가 1년 전과 비교해 거의 내려가지 않았다. 다시 말해, 상위 1%의 사용량이 시장 전체의 컴퓨팅 파워 가격을 정하고 있다.
이 장에는 두 종류의 양이 등장했다. 기업의 토큰 사용량과 가구의 유료 비율이다. 이 둘은 기준이 달라 서로 더할 수도, 상호 환산할 수도 없다. 하지만 그 모양은 같다. 소수는 곡선에서 가장 가파른 구간에 서 있고, 대다수는 아직 출발점 근처에 있다.
내 주변을 봐도 마찬가지다. AI를 쓴다고 말하는 사람은 많다. 정말로 AI가 매일 자신을 대신해 프로세스를 돌리게 하는 사람은 한 손으로 꼽을 정도다.
대부분의 사람은 AI를 계산기처럼 쓰고, 소수는 AI를 팀 하나를 고용한 것처럼 쓴다.
기업 층위: '쓴다'고 말하는 것과 '벌었다'는 것은 다르다
27페이지의 그 세 숫자로 돌아가자. 그것들을 깔때기로 배열하면 더 선명해진다. 약 70%의 기업이 AI를 쓴다고 말한다. 약 30%는 정량화 가능한 영향을 보고할 수 있다. 지속적으로 효과 지표를 추적하는 기업은 약 2%에 불과하다.
한 단계 내려갈 때마다 기업 수가 크게 줄어든다. '지속적으로 효과 지표를 추적한다'는 것은, 기업이 AI가 가져온 매출·비용·효율 변화를 정기적으로 측정하고, 계속 측정해 나간다는 뜻이다. 이 단계가 없으면 'AI를 쓴다'는 것은 그저 말일 뿐, 장부에 들어가지 못한다.
보고서 28페이지는 한 페이지 전체를 할애해 수익 사례를 나열했고, 제목은 'AI 수익의 일화적 데이터는 어디에나 있다'이다. 이 사례들은 모두 기업 실적 발표나 공개 발언에서 나왔다(기업 실적 발표 기준, 2026년 2분기). 가장 대표적인 네 가지를 골라보자.
- 마이크로소프트의 Microsoft 365 Copilot 유료 시트가 3,000만 개를 넘었다.
- ServiceNow의 AI 연간 계약액이 2026년 2분기에 10억 달러를 돌파했고, 에이전트 배포량은 9개월 만에 9배 늘었다.
- 메타의 광고 모델이 페이스북의 대화량을 15% 끌어올렸고, 자동 광고 집행 도구가 13%의 증분 구매를 가져왔다.
- 아마존과 월마트 모두 AI 쇼핑 어시스턴트를 쓰는 고객이 주문당 약 40% 더 쓴다고 밝혔다.
이 숫자들은 모두 사실이다. 하지만 공통점이 하나 있다. 전부 대기업에서 나왔다는 점이다. 명단에는 마이크로소프트, 메타, 아마존, 월마트, ServiceNow가 있다. 보고서가 내놓을 수 있는 수익 사례는 거의 전부 상위 대기업에서 나왔다. 중위권 기업 한 곳이 AI로 얼마를 벌었는지는 보고서 어디에서도 답을 찾을 수 없다.
그렇다면 다른 기업들을 가로막는 것은 돈일까? 보고서는 아니라고 본다. 응답 기업 중 약 5분의 1만이 비용이 AI 도입을 제한한다고 답했다(한 국제 컨설팅 기관의 조사 기준). 클라우드 컴퓨팅이 보급된 지 2년째 되던 해, 클라우드는 기업 IT 예산의 약 4%를 차지했다. 오늘날 AI 지출의 비중은 아직 이 수준보다 낮다.
보고서는 이로부터 결론을 내린다. 기업 AI 지출에는 아직 큰 성장 여지가 있다. 우리는 이 방향에 동의한다. 하지만 돈이 병목이 아니라면, 병목은 다른 곳에 있다. 우리의 판단은 병목이 '쓸 줄 아느냐'에 있다는 것이다.
프런티어 기업은 AI를 프로세스에 연결했고, 결과를 정량화한다. 전형적 기업은 여전히 직원들이 각자 시험해 보는 단계에 머물러 있다. 예산은 하룻밤 사이에 승인될 수 있지만, 사용법은 프로세스 하나하나를 바꿔야 한다. 이것이 바로 깔때기가 아래로 갈수록 좁아지는 이유다.
대기업은 이 일에서 타고난 우위를 가진다. 이미 갖춰진 데이터가 있고, 프로세스를 바꿀 수 있는 엔지니어가 있고, 충분히 큰 사업 규모가 있다. 같은 전환율 5% 개선이라도 대형 플랫폼에서는 상당한 수입이 된다. 소기업에서는 AI 청구서조차 감당하지 못할 수 있다.
고용 데이터도 같은 방향을 가리킨다. 보고서 31페이지의 제목은 'AI 강도가 더 많은 채용을 가져온다, 특히 소프트웨어 엔지니어'이다. AI 사용 강도가 높은 기업에서는 주니어 직급 비중이 약 1%포인트 상승했다(채용 및 기업 지출 데이터 기준). AI 사용 강도가 낮은 기업에서는 주니어 직급 비중이 약 0.5%포인트 하락했다.
이 결과는 'AI가 일자리를 빼앗는다'는 유행하는 주장과 반대다. 하지만 이 역시 하나의 분화다. 깊게 쓰는 기업은 확장하고, 얕게 쓰는 기업은 수축한다. AI는 고용에 평균적으로 영향을 미치지 않았다. AI는 먼저 기업과 기업 사이의 거리를 벌려놓았다.
일반 독자에게 이 장에는 실용적인 결론이 하나 있다. 다음에 '어떤 기업의 AI 매출이 기록을 깼다'는 소식을 보면, 먼저 그 기업이 깔때기 맨 아래의 약 2%에 속하는지 확인하라. 대부분의 기업에게 AI는 오늘날 아직 비용 항목에 적혀 있고, 매출 항목에는 적혀 있지 않다.
AI를 쓴다고 말하는 기업은 많지만, 장부를 내놓을 수 있는 기업은 드물다.
소프트웨어 층위: 같은 소프트웨어인데 밸류에이션이 세 배 차이 난다
2026년 연초, 미국 주식 소프트웨어 섹터는 한 차례 매도세를 겪었고, 시장은 이를 'SaaS 종말'이라고 불렀다. SaaS는 월 단위 또는 연 단위로 구독료를 받는 클라우드 소프트웨어다. 당시의 우려는 단순했다. AI가 이 소프트웨어 기업들의 밥그릇을 빼앗을 것이라는 것이다.
보고서가 이 장에 붙인 이름은 '종말이라기보다는, "증명해 보여라"에 가깝다'이다. 즉, 시장은 소프트웨어를 버리지 않았다. 시장은 다만 모든 소프트웨어 기업에게 AI 시대에도 여전히 유용하다는 증거를 내놓으라고 요구했을 뿐이다.
주가가 가장 먼저 분화를 드러냈다. 2026년 1월부터 8월까지 사이버보안 주식은 8590% 올랐고, 수평형 SaaS 주식은 2830% 내렸다(S&P Capital IQ 기준, 2026년 8월 말 기준). 수평형 소프트웨어는 모든 업종에서 쓸 수 있는 범용 도구로, 예컨대 오피스 협업 소프트웨어다. 수직형 소프트웨어는 특정 산업 하나를 위해 깊이 맞춤 제작된 소프트웨어다. 보고서의 방어력 순위는 이렇다. 사이버보안이 수직형 소프트웨어보다 강하고, 수직형 소프트웨어가 수평형 소프트웨어보다 강하다.
밸류에이션의 분화는 더 뚜렷하다. 여기서 한 지표를 써야 한다. EV/매출 배수다. 이는 기업 총가치를 매출로 나눈 결과로, 시장이 매출 1달러당 얼마를 지불할 의향이 있는지를 나타낸다. 배수가 높을수록 시장이 이 기업의 미래를 더 낙관한다는 뜻이다.
보고서 59페이지는 소프트웨어를 다섯 종류로 나누고 각각의 밸류에이션 배수를 나열한다(한 선두 자산운용사의 기준, 기업가치/최근 12개월 매출 배수의 중앙값, 2026년 상반기). 클라우드·데이터·AI 인프라 소프트웨어는 9.1배다. 보안·신원 소프트웨어는 6.8배다. 수직형 소프트웨어는 4.6배, 소비·거래 플랫폼은 4.0배다. 수평형 소프트웨어는 2.7배에 불과하다.
최고와 최저 사이에는 세 배 넘게 차이 난다. 각자의 역사적 고점과 비교하면 격차는 더 크다. 인프라 소프트웨어의 고점은 17.9배였고, 지금은 약 절반이 빠졌다. 수평형 소프트웨어의 고점은 12.3배였고, 지금은 약 80%가 빠졌다. 같은 하락장에서 어떤 소프트웨어는 그저 식었을 뿐이고, 어떤 소프트웨어는 다시 가격이 매겨졌다.
배수를 결정하는 것은 주로 성장이다. 보고서 5절의 그래프를 보면, 매출 성장률이 2040%인 소프트웨어 기업의 선행 배수는 913배다. 성장률이 1020%인 기업의 선행 배수는 45배에 불과하다. 선행 배수는 향후 12개월의 예상 매출을 쓰는데, 위의 최근 12개월 매출을 쓴 배수와 기준이 다르다. 두 숫자 묶음은 직접 크기를 비교할 수 없지만, 방향은 일치한다. 성장이 빠를수록 배수가 높다.
문제는 고성장 소프트웨어 기업이 점점 줄어든다는 점이다. 상장 소프트웨어 기업의 약 4분의 3은 이미 흑자이고, 성장률이 20%를 넘는 기업은 약 30%에 불과하다. 업계 전체가 성장을 이익과 맞바꿨다. 보고서의 표현은 이렇다. 여전히 고성장 기업이라면, 당신의 배수는 '여전히 꽤 괜찮다'.
보고서는 또 소프트웨어 기업의 펀더멘털은 줄곧 매우 안정적이었다고 강조한다. 매출 성장과 경영 효율은 거의 악화되지 않았다. 따라서 시장은 '소프트웨어'라는 업종을 벌주는 것이 아니다. 시장이 벌주는 것은 성장도 없고 해자도 없는 소프트웨어다. 해자란 경쟁자가 고객을 빼앗기 어렵게 만드는 장기적 우위를 말한다.
보고서는 이 절의 마지막에 열린 질문 하나를 남긴다. 소프트웨어가 종이 신문처럼 신기술에 도태될 것인가? 아니면 AI가 밀물처럼 모든 소프트웨어 기업의 수익률을 끌어올릴 것인가? 보고서는 결론을 내리지 않는다. 우리의 이해는, 두 결말이 동시에 일어날 수 있지만 서로 다른 기업에 각각 닥친다는 것이다.
소프트웨어 층위의 상위권은 특정 기업 몇 곳이 아니라 특정 유형 몇 가지다. 하나는 AI 인프라와 함께 성장하는 소프트웨어다. 다른 하나는 AI가 강해질수록 더 필요해지는 보안 소프트웨어다. 어떤 소프트웨어 기업이 AI가 왜 자신을 더 강하게 만드는지 설명하지 못한다면, 시장은 높은 확률로 수평형 소프트웨어의 배수로 그 기업의 가격을 매길 것이다.
시장은 더 이상 '소프트웨어'라는 두 글자에 돈을 내지 않고, 성장에만 돈을 낸다.
벤처캐피털 층위: 화려한 수익은 상위 10%가 끌어올린 것이다
먼저 용어 하나를 설명하자. 멱법칙(power law)이다. 멱법칙은 극단적으로 집중된 분포로, 극소수의 개체가 결과의 대부분을 가져간다. 벤처캐피털 업계는 줄곧 멱법칙을 믿어왔다. 한 펀드가 30개 기업에 투자하면, 흔히 그중 한두 곳만으로 원금과 이익 전부를 회수한다.
보고서 68페이지의 제목은 '멱법칙은 여전하고, 더욱 심해졌다'이다. 이 말은 기업과 펀드 양쪽 모두에서 성립한다. 먼저 기업 쪽을 보자.
가장 비싼 비상장 기업은 그 어느 때보다 크다. 이들은 점점 더 늦게 상장하며, 보고서의 표현은 '소형주를 건너뛰고 곧바로 거인이 된다'이다. 가치 창출은 점점 더 1차 시장에서 일어난다. 이 기업들이 상장할 때쯤이면, 일반 투자자가 참여할 수 있는 상승 구간은 이미 짧아져 있다.
세컨더리 시장도 같은 이야기를 한다. 세컨더리 시장은 투자자들 사이에서 비상장 기업 주식이나 펀드 지분을 거래하는 시장이다. 보고서는 이 시장에 할인이 거의 없고, 최고의 기업들은 오히려 프리미엄에 거래된다고 지적한다. 돈이 부족한 것이 아니라, 모두 같은 몇몇 이름으로 몰려들고 있다.
펀드 쪽의 분화는 더 크다. 여기서 두 지표를 써야 한다. IRR은 내부수익률로, 투자 기간의 현금 유출입을 모두 하나의 연환산 수익률로 환산한 것이다. 펀드의 '빈티지(vintage)'는 펀드가 투자를 시작한 연도를 말한다.
보고서가 인용한 펀드 데이터를 보면, 같은 2024년 빈티지 벤처 펀드끼리도 격차가 극심하다(Carta 펀드 데이터 기준).
- 상위 10% 펀드의 순 IRR은 약 40%다.
- 중앙값 펀드의 순 IRR은 약 -3%로, 0보다 약간 낮다.
- 하위 25% 펀드의 순 IRR은 약 -15%다.
보고서 71페이지의 제목은 이렇다. 상위 10% 펀드와 나머지 펀드의 격차는 '이렇게 컸던 적이 없다'. 한쪽은 연환산 약 40%의 수익이고, 다른 쪽은 중앙값이 약간의 손실이다. 이 둘을 합쳐 평균을 내면, 그 숫자는 실제 어떤 펀드 하나도 대표하지 못한다.
두 번째 지표가 더 직접적이다. DPI는 투자자에게 이미 돌려준 현금을 투입 원금으로 나눈 값으로, 실제로 손에 쥔 돈을 측정한다. 2021년 이후 설립된 펀드의 DPI 중앙값은 약 0이다. 즉, 이 펀드들 중 절반 이상은 아직 출자자에게 현금을 한 푼도 돌려주지 못했다.
IRR은 장부상 밸류에이션을 포함하고, DPI는 손에 쥔 현금만 계산한다. 장부상으로는 플러스와 마이너스가 섞여 있고, 현금으로는 중앙값이 0이다. 벤처캐피털 업계의 화려한 수익은 대부분 아직 장부 위에 머물러 있고, 게다가 주로 상위 펀드에 속해 있다.
이 일은 보통 사람과 멀지 않다. 벤처 펀드의 출자자는 연금, 대학 기금, 보험사가 많다. 장부상 수익이 현금이 되려면 기업이 상장하거나 인수되어야 한다. 앞서 말했듯 최고의 기업들은 점점 더 늦게 상장하므로, 이 현금도 점점 더 늦게 들어온다.
한 가지 더 짚어야 할 점이 있다. a16z 자체가 상위 벤처 펀드 중 하나다. 이 보고서는 곡선의 가장 높은 곳에 서 있는 기관이 쓴 것이다. 이는 데이터가 틀렸다는 뜻이 아니라, 우리가 읽을 때 저자의 위치를 기억해야 한다는 뜻이다.
이 장의 숫자는 펀드 수익이다. 앞의 토큰 사용량, 밸류에이션 배수와는 다른 양이다. 하지만 그 모양은 여전히 같다. 상위권이 평균을 끌어올렸고, 중앙값은 평균에서 멀리 떨어져 있다.
벤처캐피털의 화려한 평균은 상위 10% 펀드가 떠받치고 있다.
창업 층위: 새 기업은 쏜살같이 달리고, 오래된 기업은 2년 차에 숨이 차다
먼저 배경부터. 제로금리 시대란 미국이 금리를 장기간 0에 가깝게 눌러놓았던 그 몇 년을 말하며, 그때는 자금 조달이 매우 쌌다. 제로금리가 끝난 뒤, 창업 기업은 상장 기업과 마찬가지로 성장을 이익과 맞바꾸기 시작했다.
하지만 보고서 73페이지는 한 가지 예외를 상기시킨다. 최근 자금 조달에 성공한 기업의 성장률은 여전히 제로금리 정점기와 같거나 오히려 더 빠르다. 이유는 간단하다. 높은 성장이 없으면 새 라운드 자금을 받을 수 없다.
성장은 가장 젊은 기업에 집중되어 있다. 보고서가 인용한 결제 데이터(Stripe 결제 데이터 기준)를 보면, 설립 1년 미만의 SaaS 기업 매출 성장률은 500% 이상이고, 정점 때는 한때 600%를 넘었다. 설립 1년 이상인 기업의 성장률은 약 30%에서 약 20%로 떨어졌다가 이후 약 20~25%로 반등했다. SaaS는 월 단위 또는 연 단위로 요금을 받는 구독제 소프트웨어를 말한다.
보고서는 이 데이터로 'SaaS 종말'을 반박한다. 소프트웨어 매출이 새해에 오히려 가속했다는 것이다. 이 판단은 틀리지 않다. 하지만 같은 그래프는 또한, 가장 높은 성장률이 갓 설립된 기업에 속한다는 것도 보여준다. 한 기업이 1년 차를 버텨내면, 성장 곡선은 흔히 가파른 경사에서 완만한 경사로 바뀐다.
보고서 75페이지는 신세대 유니콘을 이렇게 묘사한다. 더 크고, 더 빠르고, 더 젊다. 유니콘은 밸류에이션 10억 달러 이상의 비상장 기업을 말한다. 신세대 AI 기업은 더 짧은 시간, 더 적은 인원으로 더 큰 매출을 냈다.
기존 유니콘의 처지는 완전히 다르다. 보고서가 인용한 데이터(실리콘밸리은행 기준, 2026년 미국 유니콘)를 보면, 유니콘의 약 40%는 매출 성장률이 0~20% 사이다. 약 15%는 마이너스 성장이다. 절반이 넘는 기업의 현금 런웨이가 2년 미만이다. 현금 런웨이는 현재의 현금 소진 속도로 볼 때 장부상 현금이 얼마나 더 버틸 수 있는지를 뜻한다.
런웨이가 2년 미만이라는 것은, 이 기업들이 곧 재차 자금을 조달해야 한다는 뜻이다. 한 라운드의 자금 조달은 시작부터 입금까지 보통 여러 달이 걸린다. 성장률이 0~20%에 불과하다면, 투자자가 보고 싶어 하는 성장 스토리를 내놓기 어렵다.
자금 조달도 소수 기업으로 집중되고 있다. 보고서 74페이지는 이 사이클을 한 문장으로 요약한다. 더 적은 펀드가, 더 큰 수표로, 더 적은 기업에 투자한다. 이 기업들은 점점 더 실리콘밸리에 집중되고, 거의 전부 AI와 관련되어 있다.
보고서는 한 가지 세부 사항도 짚는다. 돈이 흘러가는 업종이 변하고 있다. 기업용 소프트웨어와 소비자용 애플리케이션 외에도, 법률·회계 등 서비스업과 반도체·전력·국방 등 중자산 업종도 벤처 자금을 받기 시작했다. 하지만 트랙이 넓어졌다고 해서 집중의 방향이 바뀌지는 않았다.
따라서 창업 층위의 분화는 AI 기업과 비AI 기업 사이에서만 일어나는 것이 아니라, 새 기업과 오래된 기업 사이에서도 일어난다. 새 기업은 상위권에서 이륙한다. 오래된 유니콘 중 상당수는 시간과의 경주를 하고 있다.
유니콘은 두 종류다. 하나는 이륙 중이고, 하나는 현금이 몇 달 남았는지 세고 있다.
다음에 AI 호재를 보면, 먼저 한마디 물어라
다섯 층위를 함께 놓고 보자. 기업 층위에서 프런티어 기업의 토큰 산출은 전형적 기업의 8.3배다. 기업 층위에서 약 70%가 AI를 쓰고, 약 2%가 지속적으로 효과를 추적한다.
소프트웨어 층위에서 인프라 소프트웨어의 밸류에이션 배수는 수평형 소프트웨어의 세 배가 넘는다. 벤처캐피털 층위에서 상위 펀드와 중앙값 펀드의 수익 격차는 기록을 세웠다. 창업 층위에서 새 기업의 성장률은 500% 이상이고, 오래된 유니콘의 절반 이상은 현금 런웨이가 2년 미만이다. 다섯 층위가 모두 같은 모양을 말하고 있다.
토큰 사용량, 밸류에이션 배수, 펀드 수익은 완전히 다른 세 종류의 양이다. 우리는 이들을 서로 더하지도, 상호 환산하지도 않는다. 기준은 다르지만 모양은 같다. 모든 층위에서 소수의 상위권이 전체를 떠받치고 있다.
누군가는 상위 집중이 초기 현상일 뿐이라고 말할 것이다. 보고서 스스로도 이렇게 쓴다. 다른 이들은 결국 따라잡거나, 뒤처질 것이다. 우리는 이 가능성에 동의한다. 인터넷과 클라우드 컴퓨팅 모두 상위권에서 대중으로 확산되는 길을 걸어왔다.
하지만 '결국'에는 날짜가 없다. 다른 이들이 따라잡기 전까지는, 어떤 숫자가 상위권을 말하는지 대다수를 말하는지에 따라 결론이 완전히 달라진다. 그래서 우리는 멱법칙이 기회 목록이 아니라 하나의 자라고 본다. 그것은 무엇을 사야 하는지 알려주지 않고, 다만 어떤 호재가 당신에게서 얼마나 멀리 있는지 재어줄 뿐이다.
다음에 AI 호재를 보면, 먼저 이 자로 세 가지 질문을 던져보라.
- 이 숫자는 상위권을 말하는가, 중앙값을 말하는가? 상위 1%의 사용자, 상위 10%의 펀드는 대다수를 대표하지 않는다.
- 이 숫자는 '쓰고 있다'를 말하는가, '벌고 있다'를 말하는가? 약 70%의 기업이 AI를 쓰지만, 장부를 내놓을 수 있는 곳은 약 2%뿐이다.
- 이 숫자는 장부를 말하는가, 손에 쥔 현금을 말하는가? 펀드의 장부상 수익은 화려하지만, DPI 중앙값은 약 0이다.
이 세 질문에는 어떤 전문 배경도 필요 없다. 예를 들어, 어떤 뉴스가 "AI가 기업 효율을 30% 높였다"고 말한다고 치자. 첫 번째 질문, 그것이 집계한 것은 프런티어 기업인가, 모든 기업인가? 두 번째 질문, 그것이 측정한 것은 직원이 쓰는 시간인가, 회사가 더 번 돈인가? 세 번째 질문, 이 돈은 이미 손익계산서에 들어갔는가, 아니면 예측인가?
우리는 어떤 매매 결론도 내리지 않는다. 어떤 숫자가 이 세 질문에 대한 답이 모두 '상위권', '쓰고 있다', '장부'라면, 그것은 소수에 관한 호재다. 답이 '중앙값', '벌고 있다', '현금'이라면, 그것이야말로 진짜 대다수와 관련이 있다.
AI 호재를 보면, 먼저 한마디 물어라. 상위 1%를 말하는가, 아니면 당신을 말하는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