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성자: Zen, PANews
한국은 오랫동안 전 세계 암호화폐 시장에서 가장 특수한 국가 중 하나였다.
이곳에는 대규모 개인 투자자 집단이 존재하며, Upbit와 Bithumb의 거래량은 오랫동안 글로벌 거래소 상위권을 유지해 왔다. 원화 거래 페어의 활발한 정도는 일부 암호화폐 자산의 글로벌 시장 흐름에 영향을 미칠 수 있을 정도다. 그러나 암호화폐 기업의 경영 환경, 규제 진입, 국경 간 비즈니스 여건 측면에서 한국의 성과는 방대한 거래 시장과 뚜렷한 괴리를 보인다.
10월 8일, The Block Research가 발표한 보고서는 이러한 대비를 드러냈다. 평가 대상 15개 관할권 가운데 한국의 종합 순위는 12위에 그쳤다. 시장 환경 부문은 6위였지만, 국내 규제와 시장 진입 부문은 13위, 국경 간 개방도는 최하위를 기록했다. 반면 Chainalysis가 9월 23일 발표한 2026년 글로벌 암호화폐 채택 지수에서는 한국을 전 세계 5위로 꼽았다.
두 보고서는 서로 다른 평가 체계를 사용한다. 전자는 한 국가가 기업·개발자·자본을 끌어들이는 종합 역량을 측정하고, 후자는 암호화폐 자산의 실제 사용과 참여 정도에 초점을 맞춘다. 그러나 두 보고서는 한국 시장의 독특한 특징 하나를 공통적으로 드러낸다. 거래 수요는 왕성하지만, 산업 발전을 뒷받침하는 제도와 인프라는 상대적으로 뒤처져 있다는 점이다.
한국 개인 투자자의 거래는 얼마나 활발한가
한국의 암호화폐 시장은 과연 얼마나 클까?
Chainalysis가 10월 5일 발표한 《2026년 동아시아 암호화폐 채택 보고서》에 따르면, 2025년 7월부터 2026년 6월까지 한국의 암호화폐 경제 활동 규모는 4,491억 달러에 달해 전년 동기 대비 12.3% 증가하며 동아시아 1위를 차지했다. 같은 기간 일본은 약 2,283억 달러, 중국 홍콩은 1,922억 달러, 중국 본토는 1,763억 달러였다. 이 통계 기준에 따르면 한국의 규모는 일본의 약 두 배에 가깝다.
또한 한국 금융정보분석원(KoFIU)과 금융감독원이 10월 1일 발표한 2026년 상반기 가상자산 사업자 조사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기준 한국 거래소에는 총 1,117만 5천 개의 거래 가능 사용자 계좌가 존재한다. 더 주목할 만한 것은 이 계좌들의 자산 분포다. 약 863만 개 계좌가 보유한 암호화폐 자산 가치가 100만 원 미만으로, 전체 거래 가능 계좌의 약 77%를 차지한다.
이와 동시에 원화 거래 시장의 월간 거래 회전율은 100%에서 201%에 달했고, 같은 기간 한국 KOSPI와 KOSDAQ 시장의 해당 지표는 각각 25%와 43%였다. 코인 시장과 주식 시장의 회전율 통계를 직접 단순 비교할 수는 없지만, 한국 암호화폐 자산의 높은 빈도 유통 특성을 보여주기에는 충분하다.
자산 선택에서도 한국 투자자들은 뚜렷한 거래 선호를 드러냈다. Chainalysis는 2026년 상반기 AI 관련 암호화폐 자산이 점차 한국 원화 시장에서 가장 활발한 테마 투자 카테고리로 자리 잡았다고 밝혔다. 2025년 7월부터 2026년 6월까지 Worldcoin(WLD)은 누적 약 74억 1천만 달러의 거래량을 기록했고, SAHARA와 VIRTUAL은 각각 약 32억 달러와 27억 달러에 달했다.
AI 토큰에 대한 한국 투자자들의 관심은 주식 시장에서 AI 산업 밸류체인을 쫓는 투자 열풍과 맞물려 있다. Chainalysis 통계에 따르면 2026년 6월 기준 AI 관련 토큰이 원화 거래량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같은 기간 엔화 시장의 해당 비중 대비 19.5배에 달했다.
세로로 살펴보면 한국 암호화폐 시장은 지난 1년간 큰 폭으로 위축됐다. 2026년 상반기 한국 거래소의 일평균 거래대금은 3조 1천억 원으로, 2025년 하반기의 5조 4천억 원 대비 44% 감소했다. 거래소 영업이익은 3,748억 원에서 816억 원으로 줄어 감소 폭이 78%에 달했다.
같은 기간 사용자 계좌 수는 여전히 0.4% 소폭 증가했지만, 거래소가 보유한 원화 고객 예치금 잔액은 8조 1천억 원에서 5조 2천억 원으로 줄어 35% 감소했다.
방대한 소매 거래 수요는 주로 소수의 상위 플랫폼이 흡수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시장 우위가 기관 수탁, 결제·정산, 온체인 금융 서비스의 성장으로 이어질 수 있을지는 아직 지켜봐야 한다.
은행이 시장 진입을 장악하다
한국 암호화폐 시장이 다른 주요 국가와 구별되는 핵심적인 차이점 중 하나는 상업은행이 유난히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점이다.
한국에서 원화 암호화폐 거래 사업을 운영하려면 거래소가 반드시 은행과 협력 관계를 맺고 사용자에게 실명 인증 입출금 계좌를 제공해야 한다. 이러한 구조는 은행이 고객 신원 확인, 자금 흐름 모니터링, 자금세탁방지 관리에 참여할 수 있게 하지만, 동시에 은행 협력 자격이 사실상 거래소가 원화 시장에 진입하는 중요한 문턱이 된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이 제도는 지난 몇 년간 한국 거래소의 경쟁 구도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쳤다. 가장 대표적인 사례는 Upbit와 인터넷전문은행 K뱅크의 협력이다. 2020년 양사가 협력 관계를 맺은 뒤 Upbit는 더 편리한 온라인 계좌 개설과 원화 입출금 채널을 확보했다. 2021년 암호화폐 강세장이 도래하면서 Upbit는 빠르게 사용자 규모를 확대하며 한국 시장에서의 우위를 확립했다.
은행 계좌는 본래 거래 인프라에 불과했지만, 점차 거래소가 시장 점유율을 놓고 다투는 핵심 경쟁 자원이 되었다. 2026년 6월 말 기준 한국에는 총 28개의 신고된 가상자산 서비스 제공업체가 있다. 이 가운데 원화 거래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거래소는 여전히 Upbit, Bithumb, Coinone, Digital X(구 Korbit), Gopax 단 5곳뿐이다.
한국에서 암호화폐 산업의 시장 점유율은 고도로 집중되어 있다. Upbit와 Bithumb은 각각 약 60%와 30%의 점유율을 오랫동안 안정적으로 유지하며, 두 곳을 합치면 90%를 넘는다. 2026년 들어 각 플랫폼은 점차 줄어드는 거래 자금을 확보하기 위해 수수료 인하와 신규 토큰 거래 페어 추가를 통해 사용자 유치를 지속하고 있다. 8월 말 Digital X는 1년간 모든 토큰 거래 수수료를 면제한다고 발표했고, Coinone도 뒤이어 무료 수수료 정책을 내놓았다. 9월 들어 Coinone의 시장 점유율은 8월 평균 약 2.72%에서 5.9%로 상승했고, Digital X는 0.55%에서 1.06%로 올랐다.
다만 가격 경쟁은 사용자를 끌어들일 수는 있어도, 은행 계좌 진입, 유동성 깊이, 브랜드 신뢰가 형성한 경쟁 장벽을 바꾸기는 어렵다. 시장 유동성이 줄어들면 투자자들은 오히려 호가창 깊이가 더 좋은 대형 플랫폼을 선택하는 경향이 있어, 상위 거래소의 우위가 더욱 강화된다.
한국의 이러한 제도적 구조가 합리성이 없는 것은 아니다. 실명 계좌 제도는 익명 자금이 거래소에 드나드는 편의성을 낮추고, 자금세탁방지와 투자자 보호에도 도움이 된다. 바로 올해 9월 23일 한국 금융위원회는 암호화폐 자산 불공정 거래 혐의 사건 4건을 수사에 넘겼는데, 여기에는 API 자동 거래 프로그램을 이용한 초단타 가격 조작 행위도 포함됐다.
다만 거래 리스크 통제를 주된 목표로 구축된 규제 체계의 이면에는 암호화폐 산업 혁신과 국경 간 발전의 수요를 동시에 충족하지 못한다는 한계가 있다.
거래는 한국에 남고, 토큰 발행과 산업 활동은 해외로 흘러간다
한국 암호화폐 산업의 또 다른 오랜 문제는 방대한 국내 거래 수요와 국내 토큰 발행 환경 사이의 어긋남이다.
이 국면은 2017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그해 9월 한국 금융 당국은 국내 ICO 금지를 발표했다. 규제 제약에 직면한 일부 한국 블록체인 프로젝트는 싱가포르, 스위스 등 해외 관할권의 재단이나 기타 법인을 통해 토큰을 발행하기 시작했다.
이미 업계의 반면교사로 자리 잡은 Terra가 바로 이러한 정책 아래 탄생한 대표적인 사례다. 핵심 창립 팀은 한국과 긴밀한 연관이 있지만, 토큰 발행과 관련 사업 법인은 해외에 설립됐다. 2022년 Terra-Luna 붕괴는 한국 정부의 투자자 보호와 토큰 발행 리스크에 대한 관심을 더욱 강화했다.
이처럼 해외에 법인을 설립하는 방식은 한국 암호화폐 산업에서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다. Kaia는 2024년 아부다비 글로벌 마켓에 재단을 설립했고, 한국 게임 대기업 Nexon 산하 블록체인 사업 MapleStory Universe의 운영사 Nexpace 역시 아부다비에 위치해 있다.
한국에는 글로벌로 나아갈 수 있는 암호화폐 프로젝트가 부족하지 않다. 그러나 방대한 국내 시장과 성숙한 기술 산업은 이들 프로젝트가 국내에서 발행·운영하고 국제 사업을 확장하도록 끌어들이는 동등한 이점으로 전환되지 못했다. 이것이야말로 한국 암호화폐 산업의 가장 깊은 모순일 것이다. 세계 최고 수준의 거래 수요를 보유하고도 이를 완전한 국내 산업 생태계로 전환하기 어렵다는 점이다.
어떤 의미에서 암호화폐 스타트업에게 핵심 사업이 토큰 발행, 글로벌 유동성 유치, 국경 간 결제를 필요로 한다면, 현지에 명확한 법적 지위, 자금 조달 채널, 국제 사업 허가가 있는지 여부가 국내에 거래 사용자가 얼마나 많은지보다 더 중요한 경우가 많다.
The Block이 이번에 발표한 글로벌 암호화폐 경쟁력 지수는 바로 이 점을 강조한다. 그 평가 체계는 거래 규모와 암호화폐 자산 보유율뿐 아니라 개발자 밀도, 벤처 캐피털, 산업 인프라, 규제 진입, 국경 간 사업 개방도까지 포함한다. 한국은 시장 환경 부문에서 6위를 기록했지만 국경 간 개방도에서는 최하위를 기록하며, 소매 거래 수요와 국제화 경영 환경 사이의 뚜렷한 격차를 반영했다.
사실 한국이 이러한 사업을 발전시킬 기술적·상업적 기반이 없는 것은 아니다. 성숙한 인터넷 기업, 반도체 산업, 게임 산업, 핀테크 시장을 보유하고 있으며, 다수의 국내 블록체인 프로젝트도 이미 국제화 운영 경험을 갖추고 있다.
이제 정말 주목해야 할 것은 한국이 더 많은 기업이 국내에서 자금 조달, 발행, 운영, 국제 사업 확장에 이르는 전 과정을 완수할 수 있게 할 수 있는지 여부다. 단지 글로벌에서 발행된 암호화폐 자산이 한국 거래소에 상장되어 거래되는 것에 그치지 않고 말이다.
전통 금융 대기업의 진입, 업계가 기회를 재분배하고 있다
2025년 이후 한국 암호화폐 정책의 가장 뚜렷한 변화는 정부가 소매 투기 제한에서 기관 참여와 산업 경쟁력 논의로 방향을 전환하기 시작했다는 점이다. 이러한 전환은 은행, 증권사, 인터넷 대기업의 시장 진입을 끌어들였다.
그중 가장 주목받는 것은 단연 한국 인터넷 대기업 Naver Financial과 최대 암호화폐 거래소 Upbit 운영사 Dunamu의 자본 통합이다. 10월 7일 공개된 최신 안에 따르면 양사는 전면 주식 교환 날짜를 2026년 12월 31일에서 2027년 3월 31일로 연기했고, 주주총회도 내년 2월로 미뤘다. 또한 관련 거래는 반독점 심사와 금융 규제 승인을 완료해야 한다.
이에 비해 미래에셋그룹(Mirae Asset)의 암호화폐 거래 업계 진입은 이미 실질적인 진전을 이뤘다. 올해 7월 미래에셋그룹 산하 Mirae Asset Consulting이 한국 암호화폐 거래소 Korbit 인수를 완료했고, 지분율은 이후 97.15%까지 높아졌다. Korbit은 Digital X로 사명을 변경하며 미래에셋그룹이 디지털 자산 관련 사업을 확장하는 중요한 플랫폼이 되었다.
은행 자본 역시 빠르게 포석을 깔고 있다. 올해 6월 하나은행은 Upbit 운영사 Dunamu 지분 약 6.55%를 약 1조 원에 인수하며, 한국 상업은행이 암호화폐 거래소에 직접 투자한 중요한 사례가 되었다.
또한 하나금융그룹과 SK텔레콤은 BitGo Korea의 전략적 주주이기도 하다. 8월 18일 BitGo Korea는 한국 금융정보분석원으로부터 가상자산 서비스 제공업체 등록 수리 확인을 받아, 기관 및 기업 고객에게 디지털 자산 수탁·이전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게 되었다.
이는 한국 디지털 자산 시장에 새로운 참여자가 등장하고 있음을 의미한다. 더 이상 소매 거래소만이 아니라 기관 수탁, 핀테크, 전통 자본시장 연계 등 분야로 확장되기 시작한 것이다.
다만 한국의 제도 개방 속도에는 여전히 큰 불확실성이 존재한다. 한국 금융위원회는 이미 2025년 2월 기업의 암호화폐 시장 참여를 단계적으로 개방하겠다고 제안하며, 약 3,500개 상장사와 전문 투자 기관의 투자성 거래 시범 운영을 허용할 계획이었고, 당초 그해 하반기 시작 예정이었다. 그러나 현재까지 이 단계는 규제 세부 규정과 관련 입법 조율로 인해 아직 정식 시행되지 못했다.
원화 스테이블코인을 둘러싼 논쟁 역시 아직 끝나지 않았다. 한국은행과 은행권은 발행 주체에서 은행의 주도적 지위를 강조하는 쪽으로 기울어 있으며, 은행 지분 최소 51% 보유 방안을 제시하기도 했다. 그러나 기술 기업과 암호화폐 네이티브 기업이 발행에 어느 정도 참여할 수 있게 할지는 여전히 정책 논의의 중요한 쟁점이다.
10월 8일 한국 금융위원회 위원장 이억원은 국회 청문회에서 《디지털자산기본법》 관련 기관 협의가 마지막 단계에 접어들었으며, 최대한 빠른 입법 추진을 위해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다만 원화 스테이블코인 유형과 가상자산 서비스 제공업체 허가 방안에 대해서는 최종 결정을 발표하지 않았다.
비교적 진전이 명확한 또 다른 제도 개혁은 증권 토큰화다.
한국 금융위원회는 10월 1일 토큰증권 발행과 유통에 관련된 부수 규칙에 대한 공개 의견 수렴을 실시한다고 발표했으며, 의견 수렴 기간은 10월 2일부터 11월 11일까지다. 관련 법률 개정은 2027년 2월 4일 시행될 예정이며, 초기에는 주식, 채권, 펀드 및 일부 비전통 증권의 토큰화에 제도적 기반을 제공할 것이다.
이 개혁은 아직 논의 중인 일반 암호화폐 토큰 발행 제도와는 다르지만, 한국이 블록체인 기술이 전통 자본시장에 진입할 수 있는 명확한 법적 경로를 제공하려 시도하고 있음을 의미한다.
지난 10년간 한국 시장은 세계 최고 수준의 암호화폐 자산 거래 수요를 형성할 수 있음을 스스로 증명했다. 이제 남은 과제는 이러한 수요를 국내 기업, 금융 서비스, 국제 산업 경쟁력으로 더욱 전환하는 것이다.
암호화폐 산업의 발전을 결정하는 것은 거래 플랫폼이 하루에 얼마나 많은 거래대금을 처리하는지에만 있지 않다. 얼마나 많은 기업이 한국에 남아 진정으로 글로벌 시장을 겨냥한 암호화폐 사업을 구축하려 하는지에도 달려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