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블록체인 나이트
약세장은 종종 거대 기업들이 조용히 큰일을 벌이는 황금기다. 지난 한 달간 암호화폐 업계에서만 최소 5건의 전형적인 인수 사례가 목격됐다.
삼성증권이 Upbit 운영사 두나무 지분 2%를 인수하고, Robinhood는 1억 8천만 달러에 WonderFi를 사들여 캐나다 암호화폐 시장에 진출했으며, Figure는 7억 1,700만 달러에 Kiavi를 인수해 온체인 부동산 대출에 뛰어들었다. 자산운용사 거물 프랭클린은 250Digital을 인수해 Franklin Crypto를 설립했고, 물론 헐값에 팔려나간 Messari도 있다.
가장 안타까운 사례는 Blockworks의 Messari 인수다. Messari는 2022년 강세장 막바지에 기업가치가 3억 달러에 달했지만, 지금은 1,000만 달러가 조금 넘는 가격에 팔리며 할인 폭이 90%를 넘는다.
한때 고평가됐던 암호화폐 스타트업들은 생존과 현금흐름에 엄청난 압박을 받고 있으며, Blockworks처럼 현금흐름이 안정적인 미디어·데이터 공룡은 극도로 낮은 비용으로 경쟁자를 집어삼키며 자원 통합을 완성할 수 있다.
갈수록 까다로워지는 글로벌 규제에 맞서 거대 기업들은 더 이상 무턱대고 진입하지 않고, 현지에서 규제 검증을 통과한 허가 기관을 인수해 빠르게 확장한다.
예를 들어 WonderFi는 캐나다 내 오랜 이력을 가진 규제 준수 플랫폼 두 곳을 보유하고 있어, Robinhood는 곧바로 캐나다 시장 입장권과 기존 사용자 30만 명을 손에 넣은 셈이 된다.
마찬가지로 Upbit은 한국에서 규제 준수 측면에서 가장 앞선 거래소로, 전통 증권사 대기업이 직접 지분에 참여하는 것은 미래에 전통 금융과 암호화폐 자산의 연결을 닦아놓는 포석이다.
Figure의 인수는 최근 거래 중 가장 큰 규모로, 한 가지 신호를 보낸다. 바로 RWA가 과거의 이야기 만들기 단계를 넘어 실제 전통 자산이 수백억 달러 규모로 온체인화되는 국면으로 진화했다는 점이다.
Kiavi는 연간 70억 달러 이상의 거래량을 창출하며, Figure는 이 주택담보대출을 온체인 자본시장에 곧바로 편입시켰다. 이는 블록체인 기술이 차세대 금융 청산·결제 인프라로서 지닌 가치가 인정받았음을 의미한다.
한편 Franklin Crypto는 서비스 대상을 연기금과 국부펀드로 명확히 정했다. 이처럼 수조 달러를 운용하는 기관 자금은 그동안 규제 준수와 리스크 관리 문제로 암호화폐 자산에 접근할 수 없었지만, 이제 월가가 직접 주도적으로 운용 전략을 맞춤 설계해 주는 것이다.
삼성, Robinhood, 프랭클린 템플턴처럼 전략적 추진력이 막강한 거대 기업들에게 약세장은 두렵지 않으며, 오히려 최고의 시장 진입 시점이다.
강세장에서는 어중간한 프로젝트조차 몇 억 달러의 밸류에이션을 외칠 수 있어, 거대 기업이 진입하는 것은 고점에 물리는 꼴이 된다. 반면, 약세장에서는 시장 거품이 걷히고 수년간 구축한 기술 아키텍처와 규제 준수 팀을 원래 가격의 10분의 1 수준으로 살 수 있다.
게다가 강세장은 투기로 들끓지만, 약세장에서는 개인 투자자가 시장을 떠나므로 거대 기업들은 이 틈을 타 각종 인프라를 시험할 수도 있다.
금융 거인들의 시선은 보통 3~5년의 거시 사이클을 내다본다. 전 세계적으로 암호화폐 과세 체계와 규제 법안이 자리를 잡으면서, 암호화폐 산업은 황량한 서부 시대에서 제도권으로 진입하고 있다.
일단 미래의 글로벌 거시경제 사이클이 전환되고 유동성이 개선되면, 이들은 대부분의 과실을 확보하고 후발주자들을 멀찍이 따돌릴 수 있을 것이다.
현재 진행 중인 인수 합병 물결은 암호화폐 산업이 무법지대에서 규제 인프라를 갖춘 시대로 넘어가는 통과 의례이며, 냉혹하지만 지극히 현실적인 장면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