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학개미’에서 한국 연금까지, 한국인의 돈이 왜 계속 미국으로 흘러가는가?

개인 자산 증식을 추구하는 개인 투자자든, 국민 연금 책임을 지는 NPS든, 두 유형의 자금은 투자 기간, 위험 감수 능력, 제도적 제약이 크게 다르지만, 모두 점점 더 빈번하게 태평양을 건너고 있다.

作者: Zen, PANews

7월 25일, 이재명 한국 대통령이 주재한 ‘실리콘밸리 벤처캐피털 간담회’라는 행사에서 국민연금기금(NPS)이 미국 6대 주요 벤처캐피털과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협상 테이블 맞은편에는 세쿼이아 캐피털, 앤드리슨 호로위츠(a16z), 코슬라 벤처스, 라이트스피드 벤처 파트너스, 제너럴 카탈리스트, NEA 등이 앉았다. 이 6개 기관이 운용하는 자산은 약 3,130억 달러(약 450조 원)에 달하며, 애플, 엔비디아, 구글, OpenAI, 안두릴(Anduril) 등 우리에게 익숙한 거대 기술 기업들에 투자한 이력을 보유하고 있다.

MOU에 따르면 양측은 글로벌 벤처캐피털 투자 기회를 발굴하고 시장 및 프로젝트 정보를 공유하는 장기 협력 채널을 구축할 계획이다. 한국 정부가 이 만남의 장을 마련했으며, 실제 장부를 들고 참석한 주인공은 약 1,690조 원(약 1.16조 달러)의 자산을 운용하는 국민연금기금이었다.

한국에서는 ‘서학개미’로 불리는 개인 투자자들이 한밤중에 증권사 앱을 켜고 뉴욕 증시 개장을 기다리는 풍경은 이제 낯설지 않다. 한국예탁결제원 자료에 따르면, 2026년 6월 2일 기준 한국 국내 투자자가 국내 증권사를 통해 보유한 미국 주식 시가총액은 약 2,063억 달러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7월 들어서도 자금 유입이 다시 가속화되어 7월 1일부터 24일까지의 미국 주식 순매수액은 약 25.96억 달러로, 6월 전체 규모의 약 4배에 달했다.

한쪽은 전 국민의 노후를 책임지고, 다른 한쪽은 개인 자산 증식을 추구한다. 두 종류의 자금은 투자 기간, 위험 감내 능력, 제도적 제약이 크게 다르지만, 점점 더 빈번하게 태평양을 건너고 있다.

한밤의 ‘서학개미’와 국내 시장만으로는 온전히 소화하기 어려운 연기금

한국 개인 투자자들의 미국 주식에 대한 열기는 이미 수년째 이어지고 있다. 한국의 투자 업계에서는 국내 증시에 머무는 개인 투자자를 ‘동학개미’, 해외 시장으로 나가는 이들을 ‘서학개미’라고 부른다.

미국 증시는 서울과 시차가 있어 정규 거래 시간이 한국의 한밤중이지만, 밤늦게까지 깨어 있기를 좋아하는 한국인들에게 이는 별문제가 되지 않는다. 게다가 한국 증권사들이 환전, 소수점 주식 거래, 연장 거래 시간 서비스를 제공하면서 미국 주식 매매는 한국 주식과 큰 차이 없이 가능해졌다.

이러한 열풍에는 두 가지 요인이 있다. 일부 자금은 정상적인 글로벌 자산 배분을 위한 것이다. 한국 경제는 반도체, 자동차, 배터리, 조선 등 강력한 산업을 보유하고 있지만, 국내 상장 기업 구성은 상대적으로 집중되어 있다. 다른 일부는 투기적 성격이 더 강하다. 한국 개인 투자자들은 오랫동안 테마주, 레버리지 상품 및 고변동성 자산을 선호해왔다. 상승장에는 빠르게 자금이 집중되지만, 장세가 반전되면 쏠림 현상이 쉽게 발생한다.

최근 한국 금융 당국이 단일 종목 레버리지 ETF의 신규 상장 요건을 강화한 것은 개인 자금의 과도한 집중으로 인한 시장 변동성을 통제하기 위한 조치다.

NPS가 해외로 향하는 데는 또 다른 논리가 자리한다.

한국 국민연금 제도는 1988년 시작되었으며, 전국적인 공적 연금보험 성격에 가깝다. 2026년 7월부터 직장 가입자는 기준소득월액의 9.5%를 연금보험료로 납부하며, 사업주와 근로자가 각각 4.75%씩 부담한다. 개인 가입자는 보통 보험료 전액을 스스로 부담한다. 당해 연도 연금 지급을 충당하고 남은 적립금은 NPS가 주식, 채권, 부동산, 인프라, 사모펀드 등에 투자한다.

2026년 4월 말 기준 국민연금기금 적립금은 1,670.7조 원에 달했다. 제도 도입 이후 누적 보험료 수입은 945.5조 원, 누적 투자 수익은 1,177.9조 원에 이르렀으며, 연금 지급 및 관리 등에 지출된 누적액은 452.8조 원이다.

여기서 가장 주목할 점은 NPS가 그동안 투자로 벌어들인 금액이 이미 누적 보험료 수입을 넘어섰다는 사실이다. 이로써 NPS는 ‘보험료를 걷어 연금을 지급하는’ 행정 기관의 역할을 훨씬 뛰어넘게 되었다.

한국은 2025년에 18년 만의 첫 대대적인 국민연금 개혁을 단행했다. 보험료율은 기존 9%에서 13%로 점진적으로 인상되고, 소득대체율도 조정된다. 이 개혁으로 기금 고갈 예상 시점은 뒤로 늦춰졌지만, 인구 고령화로 인한 수지 압력은 여전히 증가하고 있다. 앞으로는 투자 수익이 기금 수명을 연장하는 중요한 변수가 될 것이다.

동시에 NPS의 규모는 한국 국내에 장기간 집중하기에는 이미 너무 커졌다.

2026년 4월 말 기준 NPS 금융 자산의 55.7%에 해당하는 930.7조 원이 해외에 배분되어 있다. 이 중 해외 주식 604.5조 원, 해외 채권 103.1조 원, 해외 대체투자 약 221.4조 원 등이다. 국내 투자 비중은 44.3%다.

만약 이처럼 막대한 자금이 주로 한국에 머문다면, NPS는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 대형 상장사의 지분율을 지속적으로 높이는 동시에, 매매 과정에서 시장 가격에 큰 영향을 미치게 된다. 한국 주식시장의 산업 집중도가 높은 상황에서 연금, 고용, 주민 소득, 투자 포트폴리오가 동시에 자국 경제에 의존하면 위험도 중첩될 수 있다.

따라서 해외 투자 확대에는 두 가지 목적이 있다. 한편으로는 더 다양한 수익원을 발굴하고, 다른 한편으로는 국내 시장의 제한된 수용력과 단일 경제 사이클에 따른 제약을 낮추는 것이다. 로이터 통신은 NPS의 자산 규모를 한국 GDP의 약 60%에 해당하는 것으로 추산했는데, 이 정도 규모라면 전 세계적으로 자금을 배분해야 하는 것은 필연적이다.

뉴욕 공개 시장에서 실리콘밸리 사모펀드 네트워크로

NPS가 실리콘밸리에 진출한 것은 갑작스러운 방향 전환이 아니다.

2002년 NPS는 해외 주식을 외부 운용사에 위탁하기 시작했고, 2005년에는 글로벌 대체투자에 진입했다. 2011년에는 뉴욕 사무소를 설립했으며, 이후 런던과 싱가포르로 거점을 넓혀갔다. 2024년에는 샌프란시스코 사무소를 개설하며 미국의 기술 창업과 벤처캐피털이 가장 밀집된 지역으로 손을 뻗었다.

오늘날 NPS 금융 자산의 절반 이상을 외부 운용사가 담당하고 있다. 연기금은 공개 시장의 주식과 채권을 직접 매입할 수 있지만, 사모펀드, 벤처캐피털, 부동산 및 인프라 분야에서는 전문 운용사의 프로젝트 발굴 능력, 실사 능력, 현지 네트워크에 더 의존하게 된다.

이러한 글로벌 자산 배분에서 미국은 중요한 비중을 차지한다. NPS가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에 제출한 최신 13F 공시에 따르면, 2026년 3월 말 기준 공시된 미국 상장 증권 보유 규모는 약 1,317억 달러이며, 총 562개 자산에 분산되어 있다. 13F는 신고 요건에 해당하는 미국 상장 증권만을 집계하므로 NPS의 대미 투자 전부를 대표할 수는 없지만, 월가에서의 그 위상을 보여주기에는 충분하다.

세쿼이아, a16z 등 6개 VC와의 계약은 이 경로를 실리콘밸리 벤처 생태계까지 한 단계 더 밀고 나아간 것이다.

공개 시장의 대형 기술 기업들은 이미 성숙 단계에 접어들었지만, 초기 인공지능, 로보틱스, 바이오테크, 방위산업 기술 프로젝트는 주로 VC가 쥐고 있다. NPS가 자체적으로 팀을 꾸려 이들 스타트업을 하나하나 발굴·평가·관리하기에는 비용이 너무 많이 들고 현지 네트워크도 부족하다. 주요 VC들과 고정적인 협력 채널을 구축하면 펀드 지분, 성장 단계 프로젝트, 시장 정보에 접근하는 데 도움을 받을 수 있다.

6개 VC 입장에서도 NPS는 매력적이다. 벤처캐피털은 새로운 펀드를 지속적으로 조성해야 하며, 공적 연기금은 규모가 크고 투자 기간이 길어 중요한 기관출자자(LP)의 원천이 된다. 특히 AI 인프라, 로보틱스, 딥테크 분야의 자금 조달 규모가 점점 커지는 배경에서 장기 자본의 가치는 더욱 부각된다.

다만 이번 MOU는 아직 협력 로드맵에 해당한다. 공식적으로 공개된 내용은 글로벌 투자 기회 발굴, 정보 교류 및 장기 협력이 주를 이루며, 구체적인 펀드 약정이나 NPS가 이들 기관에 대규모 자금을 집중 배분했다는 증거는 제시되지 않았다. NPS는 공시를 통해 투자 기회, 시장 환경 및 위험 요인을 평가한 뒤 점진적으로 해외 벤처캐피털 투자를 확대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한 한국 정부는 이 통로가 자국 스타트업에도 기여할 수 있기를 기대하고 있다. 대통령실이 발표한 정보에 따르면, 양측은 한국 스타트업에 대한 투자와 글로벌 시장 진출 방안도 논의했으며, a16z 역시 이미 한국에 사무소를 설립했다. NPS 입장에서는 투자 수익과 연금 자산의 안전성이 최우선 잣대다. 그와 동시에 한국 기업의 실리콘밸리 연계를 지원함으로써 산업적 파급 효과도 얻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같은 달러 방향, 서로 다른 두 개의 위험

한국 개인 투자자와 NPS는 모두 해외 투자를 확대하고 있지만, 전혀 다른 거래를 하고 있다.

개인 투자자는 소수 기술주에 자금을 집중할 수도 있고, 레버리지를 활용해 단기 시세를 쫓을 수도 있다. NPS는 주식, 채권, 부동산, 인프라, 사모 자산을 동시에 관리해야 하며, 투자 기간은 수십 년에 걸친다. 개인의 투자 손실은 가계가 감당하지만, 연기금의 큰 실수는 사회 전체의 노후 기대에 영향을 미친다.

이들 사이의 진정한 공통점은 한국 국내 시장의 한계에 대한 인식에 있다.

일반 투자자는 미국 기술 기업의 성장 기회를 원하고, NPS는 1,600조 원이 넘는 기금을 운용하면서 충분히 많고 분산된 자산을 찾아야 한다. 한국 경제가 모든 산업 익스포저와 시장 용량을 제공할 수 없을 때, 자금은 자연스럽게 글로벌 시장으로 뻗어나가며, 미국은 그중 가장 중요한 목적지 중 하나가 된다.

이러한 선택은 이제 거시적인 영향으로도 나타나고 있다.

해외 자산을 매입하려면 달러를 환전해야 한다. 한국 개인투자자가 지속적으로 미국 주식을 사들이고, NPS가 해외 투자 비중을 늘리면 꾸준히 달러 수요가 발생한다. 2026년 초, 한국 개인의 미국 주식 매수 열풍은 원화 가치 하락 압력의 주요 내부 요인 중 하나로 꼽혔다. NPS의 외환 거래 규모는 이보다 훨씬 커서, 한 번의 조정만으로도 시장 수급에 영향을 줄 수 있다.

NPS가 현물 시장에서 집중적으로 달러를 매수하면서 발생하는 충격을 줄이기 위해, 한국은행은 NPS와의 외환 스와프를 2026년 말까지 연장했다. NPS는 중앙은행의 외환보유액을 통해 해외 투자에 필요한 달러를 공급받아 직접적인 원화 매도 수요를 낮추고 있으며, 원화 가치가 급락할 경우 NPS는 전략적 외환 헤지에 나서기도 한다.

이로 인해 한국 정책에는 오래된 균형 잡기 과제가 생겨났다. 연기금은 글로벌 분산 투자와 더 높은 수익률이 필요하지만, 환율 안정과 국내 자본 시장은 자금이 적정 수준 국내에 머물기를 바란다.

2026년 5월, NPS는 그해 말 국내 주식 목표 비중을 20.8%로 높이는 한편, 2027년 말 해외 주식 목표 비중을 35.6%로 설정했다. 이 같은 조정은 한국 증시 상승을 고려함과 동시에 해외 투자가 원화에 미치는 압력에도 대응한 것으로, NPS의 글로벌화 경로가 시장 환경에 따라 지속적으로 보정될 것임을 보여준다.

따라서 NPS가 실리콘밸리에 진출한다고 해서, 한국 정부가 국민연금을 가지고 고위험 테크 도박에 나섰다고 보기는 어렵다. 이는 20년 넘게 이어져 온 글로벌 분산 투자 기조의 연장선에 가깝다. 펀드 규모는 지속적으로 증가하는 반면, 국내 시장의 수용 역량에는 한계가 있고, 인구 구조상 더 높고 더 분산된 장기 수익을 추구해야 하는 상황이다. 이런 점에서는 네덜란드, 스위스 등 유럽 국가들의 연금이 한발 앞서 있다.

실제로 주목해야 할 점은 한국 주민들의 자산 구조 자체가 변화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일과 주택, 노후 책임은 여전히 한국에 뿌리를 두고 있지만, 점점 더 많은 금융 자산이 미국과 글로벌 시장에서 성장 동력을 찾고 있다. NPS와 실리콘밸리 VC 6곳이 체결한 MOU는 그러한 흐름 속에서 나온 최신 이정표일 뿐이다.

공유하기:

작성자: Zen

이 글은 PANews 입주 칼럼니스트의 관점으로, PANews의 입장을 대표하지 않으며 법적 책임을 지지 않습니다.

글 및 관점은 투자 조언을 구성하지 않습니다

이미지 출처: Zen. 권리 침해가 있을 경우 저자에게 삭제를 요청해 주세요.

PANews 공식 계정을 팔로우하고 함께 상승장과 하락장을 헤쳐나가세요
PANews APP
조사: 대다수 미국인들이 대형 기술 기업의 권력이 지나치게 크다고 생각한다
PANews 속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