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퍼런스를 뛰어다니는 의미는 무엇일까?

저자는 Bitcoin Asia, Token2049, Money20/20, Consensus 등 여러 행사와 사이드 이벤트에 참여한 경험을 바탕으로 컨퍼런스 참석의 의미를 돌아본다. 과거에는 업무상 참가하는 경우가 많았지만, 핀테크·크립토 업계에서는 고객·투자자·파트너를 만나고, 판매 기회를 찾고, 원격으로 일하는 동료·친구들과 교류하며, 업계에 자신이 존재함을 알리기 위해 행사에 참석하는 사람들이 많다고 설명한다. 행사장과 사이드 이벤트에서는 정보와 사업 기회가 오가고, 아시아·아프리카·라틴아메리카 시장을 둘러싼 글로벌 경쟁도 확인할 수 있지만, 저자는 이러한 경쟁의 장이 평평해진 것과 계층의 장벽이 사라진 것은 다르다고 지적한다. 다만 행사에서 논의된 협업이 실제 성과로 이어지지 않는 경우도 많고, ‘모두가 가야 한다’는 열기도 예전보다 약해진 듯하다고 말한다. 결국 저자는 컨퍼런스 참석에 정해진 의미는 없으며, 친구를 만나거나 식사를 하고, 우연히 뜻이 맞는 사람과 대화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할 수 있다고 결론짓는다.

요약

글쓴이: Yuki(刘雨晴) Stablehunter/Money in Motion

지난해 이 업계에 발을 들인 뒤, 사람들이 컨퍼런스를 무척 좋아한다는 것을 알게 됐다. 현장 조사(fieldwork)를 좋아하는 사람으로서 나도 이 대열에 합류했다.

Bitcoin Asia, Token2049, Money20/20부터 FinTech Week, Consensus까지, 나는 크고 작은 컨퍼런스를 여러 차례 찾아다녔고 직접 사이드 이벤트도 세 번 열었다.

매번 나는 주변 친구들에게 물었다.

왜 이 컨퍼런스에 왔어? 컨퍼런스를 뛰어다니는 의미가 뭐야?

아주 다양한 답을 들었다.

예전 인터넷 업계에 있을 때도 회의는 많았다. 초기 36氪의 WISE, 长城会의 GMIC부터 세계인터넷대회(世界互联网大会)까지, 미국에는 SaaStr도 있고 CES도 있었다.

그때 참가는 하나의 업무였다. 회사가 부스를 열었거나, 게스트로 나가 발표를 해야 했기 때문이다.

나도 예전에 다보스에 참석한 적이 있다. 중국에서 열린 하계 다보스에 가봤고, 스위스에서 열린 동계 다보스에도 가봤다.

그때는 나이가 어렸고 생각도 단순했다. 일부는 세상을 좀 보고 싶어서였고, 일부는 친구들에게 올릴 거리를 만들기 위해서, 그러니까 허세를 부리기 위해서였다.

다보스에서는 많은 정치인을 만날 수 있고, 평소에는 만나기 어려운 기업가와 창업자도 만날 수 있으며, 각국에서 온 젊은이들이 자신들이 하고 있는 프로젝트를 소개하는 이야기를 들을 수 있다.

2019년, Global Shapers Annual Summit, 제네바.

그때 내가 가장 크게 느낀 것은 이거였다. 세상에는 나와 완전히 다른 삶을 사는 사람이 이렇게나 많구나.

인생에 갑자기 아주 많은 살아가는 방식이 생겨난 것 같았다.

그런데 나중에 만난 사람이 점점 많아지고, 대단한 사람도 많이 만났는데, 그게 사실 무슨 소용이 있을까?

그 사람이 대단한 것은 그 사람이 대단한 것이고, 당신과는 별로 상관이 없다.

결국 진짜 쓸모 있는 것은, 당신이 대단하거나, 당신 회사가 대단하거나, 당신 아버지가 대단한 경우뿐이다.

위챗에 대단한 사람을 몇 명이나 추가했는지는 의미가 크지 않다.

물론 이것을 아주 좋아하는 사람들도 있다.

그들은 당신에게 같이 찍은 사진을 보여주거나, 위챗을 열어 "이 사람 나 알아"라고 말한다.

'안다'는 말은 중국어에서 담을 수 있는 범위가 아주 넓은 단어다. 같이 사진을 찍은 것도 알고, 위챗을 추가한 것도 알고, 식사 자리에서 같은 테이블에 앉았던 것도 아는 것이다.

상대가 자기 자신을 기억하는지, 메시지에 답을 해줄지는 또 다른 문제다.

핀테크와 크립토 업계에 오고 나서, 나는 컨퍼런스를 뛰어다니는 일이 하나의 생활방식이 된 것 같다고 느꼈다.

물론 여전히 많은 사람이 일 때문에 온다. 전시 부스에 서고, 고객을 찾고, 투자자를 만나고, 협업을 논의한다.

하지만 또 많은 사람은 꼭 와야 할 임무가 딱히 없는 것 같다.

그냥 오고 싶어서 온다.

어차피 다들 여기 있으니까, 나도 여기 온다.

나는 사실 I와 E를 오가는 사람인데, 사람이 많은 자리에서는 대부분 I 쪽에 가깝다.

어떤 극 E인 사람들처럼 술잔을 하나 들고 낯선 무리에 들어가서, 5분 뒤에 모든 사람과 텔레그램을 교환하는 일은 나는 못 한다.

사람들 속에 서 있을 때면 어디를 봐야 할지, 언제 대화에 끼어들어야 이상해 보이지 않을지 자주 모르겠다.

지난해 처음 Token2049에 참가했을 때, 나는 대부분의 시간을 밖에서 private meeting에 참석하거나 아는 사람과 밥을 먹으며 보냈다. 나는 여전히 일대일 대화, 혹은 사람이 적은 private dinner를 더 좋아한다.

그래도 현장 조사로 먹고사는 글쟁이로서, 나는 남들에게 왜 왔는지 묻는 것을 좋아한다.

이 업계에 오래 몸담고 있는, 아주 전형적인 BD인 싱가포르 현지 친구에게 물어본 적이 있다.

그는 어느 부스에 맛있는 게 있는지, 어느 사이드 이벤트 음식이 더 맛있는지 찾아보면 된다고 했다. 컨퍼런스 단체 채팅방의 가장 큰 역할은 맛있는 음식을 발굴해 널리 알리는 것이라고.

채팅방에서는 누군가 묻는다. 오늘 밤은 어디 가? 이 사이드 이벤트 갈래? 오프에서 한번 만날까?

기술, 금융, 스테이블코인, 차세대 글로벌 결제는 결국 아주 소박한 질문 하나로 귀결된다. 오늘 저녁은 어디 가서 먹지?

결제 분야의 OG 한 분에게도 물어본 적이 있다. 우리는 안 지가 꽤 오래됐지만 중간에 몇 년은 만나지 못했다. 다시 만난 곳이 바로 Token2049였다.

나는 물었다. "왜 여기에도 참석하세요?"

그는 말했다. 사실은 다른 사람들에게 당신이 어디에 있는지를 알려야 한다고.

위치를 하나 올려서, 내가 여기 있다는 것을 모두가 알게 하면, 그걸로 충분하다고.

'다른 사람에게 당신이 어디 있는지를 알리는 것'은 상당히 중요한 의미가 있는 것 같다.

지금 내가 운영하는 Money in Motion이라는 미디어에도 정말 그렇다. 그 자리에 나타나는 것 자체가 우리도 이 업계의 참여자라는 뜻이고, 어쩌면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을 수도 있다.

컨퍼런스를 뛰어다니는 것은 영업 기회 때문이라고 말하는 사람도 있었다.

예를 들어 Money20/20에는 많은 기업의 임원들이 등장한다. 어떤 사람들은 평소에 접근하기가 아주 어렵다. 메일에 답이 온다는 보장도 없고, 링크드인에서 약속이 잡힌다는 보장도 없다.

하지만 대회 기간에는 여러분이 우연히 같은 호텔, 같은 식사 자리에 있게 될 수 있고, 부스 옆에서 혹은 자리에 앉아 30분쯤 이야기를 나눌 기회가 생길 수 있다. 한 번 얼굴을 봐야 그 뒤에 뭔가가 일어날 수 있다.

또 많은 사람이 메인 행사장에는 가지 않는다. 이 업계의 많은 회사가 원격 근무를 하고, 팀원들이 서로 다른 나라에 살며 시차를 두고 회의를 하다 보니, 1년에 몇 번도 만나지 못한다.

그래서 그들이 대회에 오는 것은 social, 친구 만나기, 그리고 겸사겸사 팀 빌딩을 위해서다.

무대 위에서 무슨 이야기를 하는지는 사실 중요하지 않다. 배우러 온 사람은 많지 않다.

컨퍼런스를 뛰어다니는 데는 또 하나 중요한 역할이 있다. 부의 암호와 정보 격차를 찾는 것이다. 다만 이 몇 년 사이에 이른바 부의 암호는 많이 줄었다.

이 업계에는 늘 정보 격차가 존재했고, 정보 격차로 돈을 버는 사람도 많다.

예전처럼 프로젝트도 많고 돈도 많던 시절, 이른바 부의 암호는 상당 부분 식사 자리와 호텔 로비, 사이드 이벤트의 구석에서 흘러다녔다.

이 업계에는 탁자 위에 올려놓고 말할 수 없는 일들이 있다.

지금은 부의 암호가 예전만큼 많지는 않지만, 정보 격차는 여전히 존재한다.

때로는 정보가 구체적인 한마디 말이 아니기도 하다. 누군가를 만나서 그 사람의 상태를 보고, 몇 마디 들어보면, 마음속으로 대략 어떻게 돌아가는지 알게 된다.

물론 그런 판단이 반드시 정확한 것은 아니다.

1년 넘게 컨퍼런스를 뛰어다니고 나서, 굳이 내가 무엇을 느꼈는지 말하자면, 아마 세상은 평평하다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글로벌 경쟁의 무대가 평평해지고 있다. 점점 더 많은 중국 기업이 세계 곳곳의 대회에 나타나 미국, 유럽, 동남아, 중동, 중남미, 아프리카에서 온 회사들과 같은 무대에 서서 같은 고객, 같은 파트너, 같은 시장 기회를 두고 겨룬다. 핀테크 분야에서도 이제 모두가 선진국 문제만 해결하지는 않는다.

점점 더 많은 사람이 아시아·아프리카·중남미 시장에 주목하기 시작했다. 은행 계좌가 없는 사람이 어떻게 기본 금융 서비스를 받을 수 있는지, 해외 송금을 어떻게 더 저렴하게 할 수 있는지, 소기업이 어떻게 전 세계에서 오는 대금을 받을 수 있는지.

누군가는 이것을 금융 포용(financial inclusion)이라 부르고, 누군가는 금융 평등권이라 부른다. 또 누군가는 그저 이 시장에 아직 할 만한 장사가 많다고 생각할 뿐이다.

이 안에서 몇 명이 진심으로 금융 평등권을 하고 싶은지, 또 몇 명이 그저 새로운 기회를 본 것뿐인지 나는 모른다.

어쩌면 둘은 원래 그렇게 쉽게 나눌 수 있는 것도 아닐지 모른다.

물론 세상이 정말로 평평해진 것은 아니다. 평평해진 것은 경쟁의 무대이지 계급이 아니다.

우리는 비벌리힐스에 가서 그 사람들의 저택을 좀 보려 했지만, 결국 집이 전부 나무에 가려져 있다는 것을 알게 됐다. 이 세상에 그런 사람들이 산다는 것은 알지만, 그들이 실제로 어떻게 사는지는 볼 수 없고, 그 세계에 진짜로 들어가기도 어렵다. 비벌리힐스의 나무는 여전히 그 자리에 있고, 많은 문은 우리가 여전히 들어갈 수 없다.

로스앤젤레스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프라이버시를 지키기 위해 높게 조성한 생울타리. 집은 바로 뒤에 있지만 거리에서는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다.

나는 컨퍼런스를 뛰어다니는 동시에 사이드 이벤트를 세 번 열었다. 대회가 열리는 주간에 장소 하나를 구해 행사를 거기에 두기만 하면, 사람들이 자연스럽게 모여드는 것 같았다.

Consensus Hong Kong, Token2049 Singapore부터 Money20/20 USA까지.

물론 우리가 주제를 잘 잡았고, 게스트도 실제로 잘 모셨기 때문일 수도 있다.

하지만 이런 활기는 내가 예전에 AI나 소프트웨어 행사를 할 때와 아주 달랐다.

핀테크와 크립토의 대회 주간에는 '모두가 여기 있다'는 것 자체가 충분한 이유가 되는 것 같다.

낮에 이미 많은 사람을 만났는데도, 밤에는 또 다음 행사에 가야 한다. 한 행사가 끝나면 다시 다른 곳으로 자리를 옮긴다.

뭔가를 놓칠까 봐 그런 것일 수도 있다.

아니면 그저 호텔에 돌아가도 할 일이 없어서일 수도 있다.

1년 넘게 뛰어다니고 나서, 나는 사람들의 컨퍼런스에 대한 열기가 약해지고 있다고 느꼈다.

이건 그저 내 느낌일 수 있다. 회의는 여전히 많고, 대회 주간이 되면 사람들은 여전히 서로 묻는다. "너 갈 거야?"

하지만 '모두가 반드시 가야 한다', '안 가면 뭔가를 놓친다'는 그런 흥분은 예전만큼 강하지 않은 것 같다.

사람들이 변한 게 아니라, 그냥 내가 너무 무던해졌고 나이도 들었을 뿐일 수도 있다.

너무 많은 활기를 겪고 나면, 현장에서 아주 흥분하며 이야기한 협업이 돌아가서는 아무 소식이 없는 경우가 많다는 것을 알게 된다. 많은 사람이 다음에 뭐 같이 하자고 말하지만, '다음'은 보통 아주 먼 시간이다.

나는 여전히 social을 잘하지 못하고, 컨퍼런스를 많이 뛰어다녔다고 해서 갑자기 사람들 속에서 여유롭게 어울리는 사람이 된 것도 아니다.

지금도 행사에 가면 나는 여전히 일대일 약속을 잡거나, 몇 사람과 앉아서 제대로 한 끼 먹는 쪽을 더 선호한다.

만날 친구가 있으면 친구를 만나고, 밥이 있으면 밥을 먹는다. 이야기가 잘 통하는 사람을 만나면 조금 더 앉아 있는다.

정말 누구와 말해야 할지 모르겠으면, 일찍 호텔로 돌아간다.

컨퍼런스를 뛰어다니는 의미는 대체 무엇일까?

많은 사람에게 물었지만, 지금까지도 확실한 답을 찾지 못했다.

그런데 인생 자체도 별 의미가 없는 것 같다.

컨퍼런스를 뛰어다니는 데 조금이라도 의미가 있다면, 그것만으로도 대단한 일이다.

이 글의 내용은 개인적인 관찰과 생각일 뿐이며, 어떠한 투자나 사업상의 조언도 구성하지 않는다. 독자께서는 자신의 이해와 정보 출처를 바탕으로 이성적으로 참고하시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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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Stablehunt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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