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자: 샤오빙
6월 25일은 아마도 한국인들이 2026년 가장 생생하게 기억할 날일 것이다.
그날 밤, 몬테레이 스타디움에서 한국 대표팀은 남아공과 비기기만 하면 16강에 진출할 수 있었지만 0대 1로 패했다. 손흥민은 교체 출전해 경기 내내 공을 29번 터치했다.
3일 후, 콩고민주공화국이 우즈베키스탄을 상대로 3골을 연달아 넣으며 역전승을 거두자, 71시간을 애타게 기다리던 한국은 32강에서 밀려났고, 통산 12번째 월드컵 도전은 거의 치욕에 가까운 방식으로 막을 내렸다.
같은 6월 25일, SK하이닉스 주가는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축구가 앗아간 민족적 자부심을 반도체가 배로 돌려준 셈이다. 이날이 한국 축구의 종착점이자 SK 주가 곡선의 정점이 될 것이라고는 아무도 예상하지 못했다.
18거래일 후인 오늘, 7월 13일 오전 9시 35분, 한국거래소는 서킷브레이커를 발동했고, 코스피 지수는 장중 낙폭이 6%까지 확대됐다. SK하이닉스는 한때 12% 폭락해 200만 원 선이 무너지며 6월 11일 이후 최저치를 기록, 6월 25일 사상 최고점 대비 33% 하락했다.
홍콩 증시에 상장된 SK하이닉스 2배 레버리지 ETF는 하루에 22% 이상 급락했다.
올여름 한국인들의 진정한 국가대표팀은 축구 대표팀보다 더 빠르게 무너졌다.
대관식에서 함락까지, 단 3주
이번 하락의 강도를 이해하려면 먼저 그동안의 상승이 얼마나 광기였는지를 이해해야 한다.
지난 12개월 동안 SK하이닉스의 서울 상장 주가는 약 850% 상승했고 시가총액은 1조 달러를 돌파했다.
6월 22일에는 사상 최고 종가 기록을 세우며 시가총액이 잠시 삼성전자를 넘어섰다. 이로써 수십 년간 이어져 온 삼성전자의 ‘시총 왕좌’를 끝냈다. 전 세계 HBM 시장 점유율 56% 이상을 차지하고, 엔비디아의 차세대 AI 서버 HBM 주문의 약 70%를 독점 공급하며, 장기 공급 계약은 2028년까지 이어져 있다. 1분기 영업이익률은 72%로 엔비디아보다도 높다.
자본시장에서 이보다 더 순수한 AI 메모리 종목을 찾기 어렵고, 한국에서 이보다 더 자랑스러운 국가 대표 기업도 찾기 어렵다.
중국 SNS 즈후(知乎)에는 한 서울 젊은이의 자조 섞인 경험담이 회자된다. “성인이 된 이후 가장 행복한 여름이었다. 올해 취업에 성공해 월급을 전부 주식에 투자했고, 5년 치 연봉을 벌었다. 서울 거리를 걸으면 마치 인류 황금기에 살고 있는 듯한 착각이 들었다.”
그러나 황금기의 착각은 한 달을 넘기지 못했다.
메타가 AI 컴퓨팅 파워를 외부에 판매할 계획이라는 소식이 7월 초에 전해졌다. 시장은 단순하게 해석했다. 초대형 기업이 ‘잉여 컴퓨팅 파워’를 판다는 것은 시장이 과잉 구축됐을 가능성을 시사한다는 것이다. 모건스탠리 수석 주식 전략가는 즉시 반도체 비중 축소를 권고했고, 필라델피아 반도체 지수는 7월 이후 13% 이상 하락했다. 이 소식이 서울에 전해진 첫 거래일, 코스피는 약 8% 폭락했고 SK하이닉스는 하루 12% 이상 급락해 시가총액이 단숨에 천억 달러 넘게 증발했다.
그 후 2주간 시장은 광기 어린 상태에 빠졌다.
7월 3일에는 V자 반등으로 코스피가 5% 이상 급등하며 서킷브레이커를 발동, 프로그램 매수 호가가 일시 정지됐다.
7월 7일과 8일에는 이틀 연속 하락으로 서킷브레이커가 발동됐고, 7월 8일 종가는 6월 19일 고점 대비 20% 이상 하락해 공식적으로 기술적 약세장에 진입했다.
SK하이닉스는 올해 들어 일일 등락률이 5%를 넘은 거래일이 이미 50일을 넘어섰다. 지난해 같은 기간은 37일에 불과했다.
오르든 내리든 서킷브레이커가 발동되는 상황에서, 올 상반기 한국 증시에서 발동된 사이드카와 서킷브레이커 횟수는 모두 2008년 금융위기 당시의 기록을 넘어섰다.
가장 상징적인 날은 7월 7일이었다.
삼성전자는 이날 2분기 잠정 실적을 발표했다. 영업이익 89조 4천억 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810% 폭증하며 시장 예상을 뛰어넘었고, 심지어 2025년 연간 이익까지 넘어서는 수준이었다.
사상 최대 분기 실적이었지만, 주가는 급락했고 지수에는 서킷브레이커가 걸렸다.
주가에 이미 현재의 손익계산서 이상이 반영되어 있다면, 실적이 아무리 훌륭해도 그것은 지난 시험지에 대한 답안일 뿐이다. 시장은 새로운 시험지를 들고 다른 질문을 던지고 있다. AI 인프라가 과열됐는가, 반도체 공장의 막대한 자본 지출을 회수할 수 있을 것인가?
나스닥의 샴페인, 서울의 청구서
서울 시장이 약세장으로 떨어진 바로 그 주, SK하이닉스는 뉴욕에서 자본시장 역사에 남을 대사를 치렀다.
7월 10일, SK하이닉스 ADR이 나스닥에 상장됐다. 발행가는 149달러, 조달 금액은 265억 달러로, 2014년 알리바바의 기록을 넘어 외국 기업의 미국 증시 IPO 사상 최대 규모를 기록했으며, 미국 전체 역사상으로도 지난달 스페이스X에 이어 두 번째로 큰 주식 발행이었다.
청약 경쟁률 7 대 1을 넘었고, 500여 개 기관이 참여했다. 상장 첫날 시초가는 170달러, 장중 177달러까지 올랐으며, 종가는 168.01달러로 첫날 약 13% 급등했다. 종가 기준 시가총액은 약 1조 2,200억 달러로 마이크론을 단숨에 제치고 글로벌 메모리 반도체 시총 1위에 올랐다. 상장식에서 궈루정 CEO는 “세계 메모리 업계가 2027년 사상 최악의 공급 부족을 향해 가고 있다”고 말했고, 최태원 회장은 “앞으로 수요가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할 것”이라고 밝혔다.
뉴욕에서는 샴페인을 터뜨리고, 청구서는 서울로 보냈다.
이 승리는 준비 단계부터 국내 증시에는 출혈을 강요했다.
당초 발행 기준가는 6월 23일 종가인 255만 5천 원이었으나, 주가가 계속 하락하며 기준가가 7월 3일 242만 5천 원으로 하향 조정됐고, 조달 규모는 약 10억 달러 줄었다. 가격 결정 기간의 모든 음봉이 나스닥의 가격표에 할인을 적용한 셈이다.
1,779만 주의 신규 발행 보통주는 실질적인 희석이다. 신주는 7월 29일 서울에서 상장되어 유통된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회사는 7월 15일경 200억 달러가 넘는 조달 자금을 순차적으로 원화로 환전해 한국으로 송금할 계획이다. 수백억 달러 규모의 환전 수요가 이미 달러당 1,528원까지 떨어진 외환 시장에 쏟아질 전망이다. 한국 보통주의 ADR 전환이 제한되어 있어, 미국 ADR은 현재 서울 주가 대비 약 17% 프리미엄으로 거래되고 있다. 이 역전된 가격 차이는 같은 자산에 대한 두 시장의 전혀 다른 대우를 비추는 거울과 같다. 글로벌 자금은 뉴욕에서 희소성에 프리미엄을 지불하며 사들이고, 서울의 보유자들은 유동성 고갈과 레버리지 청산의 대가를 치르고 있다.
오늘 오전 매도세를 촉발한 마지막 성냥불은 한국계 증권사 KIS의 실적 전망에서 나왔다.
보고서는 SK하이닉스의 2분기 영업이익을 60조 4천억 원으로 전망했는데, 이는 전년 동기 대비 556% 폭증한 수치지만 시장 예상치인 65조 원에는 약 8% 못 미친다. 그 이유는 가격 구조에 숨어 있다. HBM은 장기 공급 계약으로 가격이 묶여 있어 계약 가격이 단기적으로 시세 상승을 따라가지 못한다. 2분기 일반 DRAM 현물 평균 가격이 전 분기 대비 약 30%, NAND는 약 50% 오를 때, HBM 비중이 가장 높은 하이닉스는 오히려 이번 가격 상승의 수혜를 가장 적게 보는 셈이었다. 이 회사의 가장 큰 해자(競爭優位)가 이번 분기에는 평균 가격을 끌어내리는 발목을 잡았다.
556% 성장에 주가는 12% 하락했다. 주가 고점에서는 ‘충분히 좋지 않은 것’이 ‘나쁜 것’보다 더 치명적이다. 시장이 원하는 것은 언제나 상상을 뛰어넘는 더 좋음이다.
개미, 레버리지, 그리고 통제 불능의 증폭기
똑같은 AI 조정인데, 왜 한국에서는 연쇄 서킷브레이커로 이어졌을까? 이 질문에 답하려면 이 시장의 골격을 들여다봐야 한다.
코스피 구성 종목은 800개가 넘지만,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차지하는 지수 비중이 43%를 넘는다.
올해 5월, 한국은 개별 종목 레버리지 ETF를 허용했고, 이후 이 두 종목과 그 파생상품이 한때 한국 증시 거래대금의 84%를 차지하기도 했다.
CSOP의 ‘SK하이닉스 2배 레버리지’ ETF는 자산 규모가 한때 160억 달러를 넘었고, 연간 상승률이 1000%를 넘어서며 전 세계 동종 상품 중 최대 규모를 기록했다. 한 기관 추정에 따르면 시장이 1% 변동할 때마다 한국 관련 레버리지 ETF에서 약 90억 달러의 기계적 리밸런싱 수요가 발생한다. 이 상품들은 매일 재조정을 하기 때문에 하락 시에는 더 많은 보유 물량을 팔아야 하고, 더 많이 하락할수록 더 가혹하게 매도하게 된다. 7월 2일 전후로 SK하이닉스 레버리지 상품의 강제 청산 물량이 한때 정규장 주식 거래량의 대부분을 차지했다.
지난 한 달 동안 SK하이닉스 레버리지 ETF 투자자의 90% 이상이 손실 상태다.
레버리지의 또 다른 축은 개인 투자자다.
5월 말 기준, 한국의 신용융자 잔고는 38조 원을 넘어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올해 들어 외국인은 한국 주식에서 약 950억 달러를 순매도했다. 6월 19일 고점을 찍은 날부터 13거래일 연속 순매도했고, 7월 7일 하루에만 3조 7,300억 원어치를 팔았다. 같은 기간 스스로 ‘개미’라고 부르는 한국 개인 투자자들은 약 800억 달러를 순매수하며 외국인의 매도 물량을 거의 1 대 1로 받아냈다.
기관은 고점에서 질서 있게 빠져나갔고, 개인은 레버리지를 더해 역발상 매수에 나서며 민족 산업을 믿음으로 베팅했다. 오를 때는 국운과 레버리지가 서로를 북돋았고, 하락할 때는 양쪽이 서로 짓밟을 뿐, 그 사이에 어떤 완충 장치도 없었다.
그러나 강세론자들의 카드는 아직 테이블 위에 남아 있다.
KIS는 같은 보고서에서 투자 의견 ‘비중 확대’와 목표 주가 380만 원을 유지했다. 그 근거는 업계가 3~5년 장기 공급 계약 구조로 전환되면서 밸류에이션의 기준이 단일 분기 평균 가격 상승률에서 높은 수익성이 얼마나 오래 지속될 수 있는지로 바뀔 것이라는 점이다. 궈루정 CEO가 베팅하는 것은 공급 부족이 2030년 이후까지 이어진다는 시나리오다.
공매도 세력이 보는 논리는 다르다. 삼성과 SK하이닉스의 향후 10년간 투자 총액이 1,000조 원을 넘을 전망이고, 한국 정부가 4개의 반도체 공장을 추가 건설하며, 마이크론도 동시에 증설에 나서고 있다. 이 과점 기업들은 이번 호황을 떠받쳐 온 공급 규율을 스스로 무너뜨리고 있다. 게다가 경기 순환주의 낮은 주가수익비율(PER)은 역사적으로 이익의 정점에서 가장 흔하게 나타난다.
의견 차이는 회사의 생사가 아니라 사이클 상의 좌표에 있다. 7,200선의 코스피와 3분의 1이 사라진 SK하이닉스는 슈퍼 사이클 속의 한 번의 심호흡일까, 아니면 낭떠러지 앞에서의 마지막 뒤돌아봄일까. 이는 AI 자본 지출이라는 엔진이 얼마나 더 큰 굉음을 내며 작동할 수 있느냐에 달려 있다.
월드컵 탈락은 한국인들이 3일 만에 받아들였다.
국운을 건 주식은 그들에게 그럴 기회를 주지 않았다. 모레부터 200억 달러가 넘는 자금의 원화 환전이 시작되고, 월말에는 1,779만 주의 신주가 서울 시장에 상장된다. 올해 이미 800억 달러를 쏟아부은 개미들은, 과연 다음 바통을 받아낼 수 있을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