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Vaidik Mandloi
편집: Chopper, Foresight News
2020년부터 2022년 사이, 안목 있는 암호화폐 투자자들이 일군의 프로토콜에 베팅했다. 이 프로젝트들은 온체인 고정금리 대출 상품을 구축해 사용자가 국채와 유사한 수익을 고정할 수 있게 했다. Element.fi는 a16z crypto와 Polychain Capital로부터 3200만 달러를 조달했고, Notional.finance는 Pantera Capital이 주도한 라운드에서 1000만 달러를 모았으며, 이후 최소 5개 이상의 유사 프로젝트가 뒤를 이었다.
오늘날 이 프로젝트들은 예외 없이 모두 사라졌다. 이들이 상품에 담으려 했던 수익은 전적으로 허구였기 때문이다. 핵심 원인은 2021년의 DeFi가 프로토콜이 공중에서 찍어내는 토큰 보상과 레버리지 순환에 의존해 수익을 만들어냈다는 점이다. 사용자가 한꺼번에 빠져나가면 이 체계는 무너질 수밖에 없었다.
이번 업계 구조조정에서 유일하게 살아남은 프로토콜은 Pendle.finance다. 살아남을 수 있었던 이유는 RWA.xyz의 국채 자산이 온체인에 올라오기 시작하며 실제 현금흐름을 가져왔고, 개발자들이 실질 수익을 기반으로 상품을 만들 수 있게 됐기 때문이다. 나는 이와 동일한 전환이 곧 우리가 가진 모든 DeFi 기반 요소를 뒤흔들 것이라고 본다.
각종 임시방편
이 변화를 이해하려면 먼저 DeFi가 탄생하던 초기의 시장 환경을 이해해야 한다.
2018년, 2019년의 온체인 금융시장을 돌아보면, 거래 가능한 자산은 모두 암호화폐 네이티브 토큰이었다. 현금흐름도 없고, 그 뒤에 법적 주체도 존재하지 않았으며, 가격 변동이 극심해 오후 한나절 만에 90%의 가치가 증발하기도 했다.
시장에 참여하는 것은 익명의 지갑 주소였다. 신용 기록도, 법정 신원도 없었고, 일단 채무 불이행이 발생해도 책임을 물을 수단이 없었다. 이더리움은 당시 초당 78건의 거래만 처리할 수 있었고, 블록 간격은 1315초였다. 자금 참여자는 주로 개인 투기자와 소수의 암호화폐 네이티브 펀드였으며, 이들은 극도로 높은 위험을 감수하고 높은 수익을 노리는 쪽이었다.
정상적으로 작동하는 금융시장에 필요한 기반 조건을 당시 온체인 시장은 전혀 갖추지 못했다. 성숙한 시장에는 양방향 호가를 내고 지속적으로 가격을 제시할 의향이 있는 마켓메이커가 필요하고, 기초자산의 움직임에 예측 가능성이 있어야 헤지가 수월해진다. 또한 대출자는 차입자의 상환 능력을 평가할 수 있어야 하는데, 이를 위해서는 차입자의 실제 신원을 알아야 한다.
당시 DeFi는 이 기준에 한참 못 미쳤다. 자산 변동성이 너무 커서 전문 마켓메이커는 아예 참여하려 하지 않았고, 차입자는 익명 지갑이었으며, 사용자층은 만기가 고정된 금융상품에 전혀 관심이 없었다.
그래서 당시 개발자들은 각종 빈틈을 메우는 방안을 설계하기 시작했다. 예를 들어 Uniswap이 자동화 마켓메이커(AMM)를 발명한 것은 그것이 더 나은 거래 방식이었기 때문이 아니다. AMM이 탄생한 이유는 몇 분 만에 90% 폭락할 수 있는 토큰에 대해 마켓메이킹을 하려는 사람이 아무도 없었기 때문이다. 당시의 해법은 가격 결정 로직을 스마트 컨트랙트에 직접 작성하는 것이었다. 누구나 자금 풀에 자금을 넣을 수 있고, 불변 곱 공식이 자동으로 가격 발견을 수행하며, 모든 거래는 풀 내 토큰 비율에 따라 자동으로 교환 가격을 조정한다.
많은 DeFi 네이티브 사용자는 여전히 완전히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 이 메커니즘과 전통적인 마켓메이킹은 본질적으로 완전히 다르다. 전통적인 마켓메이커는 매수-매도 스프레드에서 수익을 얻는다. 하지만 AMM 유동성 공급자(LP)가 하는 일은 완전히 다른 것이다. 차익거래자가 자금 풀과 외부 시장 간의 가격 차이를 발견하고 거래로 그 차이를 메울 때마다, 상대방인 LP는 사실상 차익거래자에게 돈을 지불하며 자신의 포트폴리오를 리밸런싱하는 셈이다.
예를 들어보자. 당신이 Uniswap 풀에 같은 가치의 ETH와 USDC를 예치했다고 하자. ETH가 바이낸스에서 20% 상승했지만 자금 풀은 아직 이 가격 변화를 반영하지 못했다고 가정하자. 차익거래자는 풀 안의 저렴한 ETH를 발견해 매수한 뒤 바이낸스로 옮겨 팔아 이익을 얻는다. 자금 풀에서는 USDC가 늘고 ETH가 줄어드는데, 이는 당신이 상승 구간에서 ETH를 판 것과 같다.
ETH가 하락할 때는 반대 방향의 작업이 일어난다. 차익거래자가 ETH를 풀에 쏟아붓고 USDC를 빼간다. 거래가 거듭될수록 당신의 자산 포트폴리오는 자동으로 50/50 비율로 돌아가고, 차익거래자는 그 차액을 이익으로 가져간다. 그 뒤의 수학적 논리는 꽤 흥미롭다. 극단적으로 가정해 풀 안의 모든 거래가 순수 차익거래뿐이고 개인 투자자 거래가 전혀 없다고 해도, 거래마다 부과되는 소액 수수료를 감안하면 유동성 공급자는 여전히 양의 수익을 얻을 수 있다.
Aave와 Compound도 대출 분야에서 이와 동일한 제약 조건 아래의 설계 논리를 따른다. 일반 은행이 대출을 내줄 때는 보통 신용점수와 소득 기록으로 상환 능력을 평가한다. 하지만 온체인 익명 지갑으로는 그렇게 할 수 없다. 그래서 이 프로토콜들은 초과담보 대출 방식을 채택했다.
무기한 선물(퍼프)이 전통적인 정기 선물을 대체한 것도 같은 이유에서다. 분기 선물 계약의 롤오버는 거래 상대방이 고정된 결제일에 의무를 이행할 것을 요구한다. 하지만 암호화폐 시장에서는 익명의 자금이 최고 수익을 쫓아 프로토콜 사이를 순환 이동하기 때문에, 이런 장기 이행 약속은 도저히 보장할 수 없다.
물론 이런 임시방편들은 모두 쓸 만한 상품을 만들어냈다. 하지만 시야를 넓혀 이들이 함께 구축한 금융 체계를 보면 문제가 매우 두드러진다. 모든 상품을 떠받치는 담보 자체가 어떤 수익도 만들어내지 못한다는 점이다.
우리는 하이먼 민스키의 이론을 이용해 어떤 금융 구조든 스트레스 테스트를 할 수 있다. 차입자가 담보로 맡긴 자산이 만들어내는 소득이 부채를 감당할 수 있는지 살펴보는 것이다. 금융 관계는 세 가지 유형으로 나눌 수 있다.
첫 번째는 헤지 금융으로 가장 안전하다. 자산 소득이 이자와 원금을 동시에 충당한다. 예를 들어 직장인이 월급으로 주택담보대출을 갚는 것이 전형적인 사례다.
두 번째는 투기적 금융으로 중간 상태다. 소득이 이자를 충당할 수는 있지만 원금 만기가 도래하면 재융자를 통해 차환해야 한다. 기업이 회사채를 차환 발행하는 것이 이 유형에 속한다.
가장 아래층은 폰지 금융이다. 소득이 이자도, 원금도 충당하지 못한다. 지급 능력을 유지할 유일한 희망은 보유 자산 가격이 계속 상승하는 것이다. 가격 상승이 멈추면 체계 전체가 무너진다.
이제 사용자가 Aave에서 대출하는 시나리오를 보자. 차입자는 10000달러 상당의 ETH를 예치하고 6000달러의 USDC를 빌려 이 스테이블코인을 자유롭게 쓴다. 하지만 Aave 금고 안의 ETH는 대출을 갚을 어떤 소득도 만들어내지 않는다. 이 대출의 안전을 유지하는 유일한 조건은 ETH 시세가 청산선 위에 있는 것이다. 하락폭이 충분히 커지면 프로토콜은 담보를 청산하고 포지션을 정리한다.
대출 구조 전체가, 차입자가 스스로 빠져나갈 때까지 자산 가격이 버텨주는 데 전적으로 의존한다. 암호화폐 네이티브 토큰을 담보로 쓰는 거의 모든 DeFi 초과담보 대출이 이 범주에 속한다.
변화는 어떻게 일어날 것인가
시나리오 속 담보를 토큰화된 미국 국채로 바꿔보자. 대출 프로토콜과 차입자는 그대로지만, 담보는 더 이상 ETH가 아니라 10000달러 상당, 연 4.5% 수익률의 토큰화된 미국 국채이고, 차입자는 3%의 비용으로 스테이블코인을 빌린다. 담보는 매년 450달러의 수익을 내는 반면 대출 비용은 300달러에 불과하다. 담보의 현금흐름이 부채 비용을 충당할 수 있다. 이 수익은 암호화폐 시장 사이클과 무관하며, 그 원천은 미국 정부 채권의 이표다. 비트코인 가격이 10만 달러든 3만 달러든 현금흐름은 계속 유입된다. 대출 포지션은 하루 더 유지될수록 차입자의 포지션이 더 견고해진다. 이는 ETH 담보 대출과 극명한 대조를 이룬다. 시장이 한 차례 하락할 때마다 차입자는 청산에 한 걸음 더 가까워지고, 담보 자체는 어떤 현금흐름도 만들어내지 않는다.
DeFi에서 대다수 담보가 수익률 0이고 전적으로 가격 상승에 의존할 때, 모든 포지션은 동일한 단방향 위험에 노출된다. 한 종류의 자산이 하락하면 청산이 촉발되고, 강제 청산으로 인한 매도 압력이 가격을 더 끌어내려 더 많은 청산을 불러일으키며 연쇄적인 폭락을 만든다. 2020년 이후 거의 모든 암호화폐 하락 사이클에서 우리는 이 과정을 목격했다. 사람들은 늘 이를 블랙스완 사건으로 치부하지만, 담보 자체가 현금흐름을 만들어내지 못하는 이상 이런 결말은 당연한 수순이다. 하지만 상당 부분의 담보가 미국 국채 같은 이자 발생 자산이라면, 암호화폐 시장이 붕괴해도 포지션은 여전히 안정적이다. 그 현금흐름이 암호화폐 시장과 독립적이기 때문이다.
대출 체계가 처음으로 강세장에 의존하지 않는 안전판을 갖게 된 것이다. 토큰화된 머니마켓펀드 지분 규모는 2023년 말 7억 7000만 달러에서 2026년 10월 5일 148억 2000만 달러로 성장해, 3년도 안 되는 기간에 약 19배 증가했다.
이런 모델에는 선례가 있다. 1955년 런던의 미들랜드 은행이 달러 예금을 받기 시작했다. 당시 미국의 '레귤레이션 Q'는 미국 은행의 예금 금리 상한을 제한했지만 영국 은행은 그 제약을 받지 않았다. 달러 자금이 더 높은 수익을 쫓아 해외로 흘러가면서 평행 달러 체계가 탄생했고, 80년대 초에는 그 규모가 약 4조 7000억 달러에 이르렀다.
하지만 연준은 유로달러 시장을 억누르기보다는 그것에 적응하는 쪽을 택했다. 기존 체계의 한계 때문에 생겨난 평행 시장은 원래의 제약이 제거될 때까지 계속 확장된다. 그리하여 '레귤레이션 Q'는 단계적으로 폐지됐고, 머니마켓펀드가 미국 본토의 경쟁 상품으로 등장하면서 이 평행 달러 체계는 결국 주류 체계에 흡수됐다.
스테이블코인은 이 세대의 유로달러이고, 토큰화된 미국 국채는 이 세대의 머니마켓펀드다.
사라진 프로토콜들은 온체인에 실질 금리가 아직 존재하지 않던 시절에 금리 시장을 구축하려 했고, 토큰 추가 발행과 레버리지 순환을 실질 수익인 양 사용했다. 하지만 거버넌스 투표로 언제든 꺼버릴 수 있는 수익으로는 완전한 금리 곡선을 구축할 수 없다.
Pendle이 살아남은 것은 토큰화된 미국 국채와 이자 발생 스테이블코인이 등장한 뒤, 시장이 마침내 정부가 뒷받침하는 실제 현금흐름을 갖게 됐고, 이를 기반으로 상품을 만들 수 있었기 때문이다. Pendle의 Boros는 현재 정상적으로 작동하는 최초의 온체인 금리 스왑류 상품이다.
같은 논리는 거래 트랙에도 적용된다. 유동성이 좋은 거래쌍에서 AMM 유동성 공급자는 차익거래 손실로 매년 약 11%의 자금을 잃는다. 중앙화 거래소에 상장되지 않은 토큰의 경우 이 '차익거래 세금'을 부담하는 것이 유일한 선택이었다. 하지만 미국 국채, 주식, 채권처럼 그 자체로 전 세계적으로 유동성이 매우 깊은 자산이 다시 AMM 방식을 택하는 것은 매우 비합리적이다.
이런 자산에는 중앙화 거래소에 버금가는 성능을 갖춘 온체인 오더북이 필요하다. 여러 퍼블릭 체인 팀은 수년간 이것이 기술적으로 불가능하다고 주장해왔지만, Hyperliquid가 이 결론을 뒤집었다. 2025년 초, Hyperliquid는 한때 온체인 무기한 선물 거래량의 약 60%를 처리했다.
이상의 여러 징후는 토큰화된 미국 국채와 토큰화된 주식을 위해 구축되는 인프라가 전통적인 전자 거래 시장에 더 가까워질 것임을 보여준다. 이는 많은 사람의 예상을 뛰어넘는 수준일 수 있다. 어차피 이 자산들은 원래 전통 금융시장이 서비스하던 대상이기 때문이다.
1세대 DeFi 기반 요소는 익명 지갑이 고변동성·무현금흐름 토큰을 보유하던 조건에서 탄생했다. 하지만 이제 기초자산이 달라졌고, 과거의 임시방편들은 점차 퇴장할 것이다. 이를 대체하는 새로운 인프라는 수십 년간 매일 수조 달러의 거래량을 처리해온 전통 시장 구조에 수렴하게 될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