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분기에 USDC 1달러는 평균 약 190번 주인이 바뀌었다. 하루로 치면 두 번꼴이다. 온체인 거래량 13조9000억 달러는 전년 동기보다 49% 늘었고, 전체 시장의 스테이블코인 거래액 가운데 약 80%가 USDC를 거쳤다.
이렇게 자주 오가도 발행사인 서클(Circle)이 가져가는 수익은 0이다. 서클이 버는 돈은 '잔액'에서 나온다. 사용자가 들고 있는 USDC만큼 달러를 단기 미국채로 바꿔 이자를 챙기는 구조다. USDC 한 개가 하루에 두 번 오가든, 지갑에 한 분기 내내 누워 있든 서클이 받는 이자는 같다.
11월 4일 미국 증시 개장 전, 서클(CRCL)이 3분기 실적을 발표했다. 총매출은 8억6500만 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16.9% 늘어 시장 예상치(약 7억7800만~8억200만 달러)를 웃돌았다. 다만 이 성적표 가운데 1억8200만 달러는 서클이 자체 발행한 ARC 토큰을 판 프리세일 수익이다. 이 한 건을 떼어내면 매출은 약 6억8300만 달러로 전년 대비 약 8% 줄어든다.
토큰 1억8200만 달러 판매가 '예상 상회'를 떠받쳐
ARC 수익은 '기타 수익' 항목에 계상돼, 이 항목을 지난해 2000만 달러대에서 2억700만 달러로 끌어올렸다. 토큰 판매에는 비용이 거의 없고 거래소나 지갑과 나눌 몫도 없다. 들어온 만큼이 거의 그대로 이익이다. 그래서 매출에서는 20%를 차지하는 데 그쳤지만, 3억1700만 달러의 조정 EBITDA 가운데 57%를 차지했다. 코인텔레그래프(Cointelegraph)의 계산에 따르면 ARC를 제외한 조정 EBITDA는 약 1억3500만 달러로 전년 대비 21% 줄고, 2분기의 1억4300만 달러도 밑돈다.
서클이 가장 중시하는 RLDC 마진(수익에서 채널 몫을 빼고 남는 비율) 역시 이 돈 덕에 한 단계 올라갔다. 장부상 52.4%였지만 ARC를 제외하면 39.7%로,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슷하고 2분기보다는 1.5%포인트 낮다.
경영진도 이 돈을 정상적인 수익으로 보지 않는 듯하다. 연간 가이던스는 한 항목도 손대지 않았는데, 그중 기타 수익으로 제시한 3억1000만3억3000만 달러에는 이미 ARC가 포함돼 있다. 3분기 한 분기에만 이 항목이 2억700만 달러였으니, 거꾸로 계산하면 나머지 세 분기를 합쳐 1억300만1억2300만 달러에 그친다는 뜻이다.
시장은 빨리 읽었다. 실적 발표 직후 프리마켓에서 서클 주가는 한때 78.02달러까지 올랐다가 밀렸고, 74.04달러에 개장해 전일 종가 75.22달러를 밑돌았다. 52주 최고가 140달러보다는 약 47% 낮은 수준이다.
이자로 먹고사는 회사가 이자 수익이 줄어든 분기에 토큰 판매로 장부를 떠받친 셈이다. 본업을 제대로 보려면 이 1억8200만 달러를 치우고 봐야 한다.
이자 사업, 양쪽에서 조여온다
치우고 나면 주력 수익은 거의 전부 준비금 이자다. 3분기 준비금 수익은 6억5800만 달러로 전년 동기보다 8% 줄었다.
뜯어보면 잔액과 금리가 서로 반대 방향으로 당기고 있다. 평균 유통량은 733억 달러로 전년 대비 8% 늘어 약 5700만 달러의 수익을 더했지만, 준비금 수익률은 3.54%로 전년 대비 0.61%포인트 낮아져 약 1억1000만 달러를 깎아먹었다. 늘어난 잔액으로는 떨어진 금리를 메우지 못한다.
2분기와 비교하면 상황이 반대다. 9월 미 연준이 기준금리를 25bp 인상하면서 준비금 수익률은 전분기 대비 6bp 반등했지만, 평균 유통량이 약 763억 달러에서 733억 달러로 줄어 준비금 수익은 여전히 2분기보다 1000만 달러 적다. 제러미 앨레어(Jeremy Allaire) CEO도 컨퍼런스콜에서 잔액이 사실상 제자리걸음이었다고 인정했다. 서클 기준 USDC의 달러 스테이블코인 점유율은 27%로, 1년 사이 1.83%포인트 줄었다.
금리는 서클이 통제할 수 없는 변수다. 700억 달러가 넘는 잔액에서 수익률이 1bp 움직이면 1년에 약 700만 달러의 이자가 늘거나 준다.
다른 한쪽은 채널이다. USDC 사용자는 대부분 서클이 아니라 거래소와 지갑, 온체인 플랫폼에 있다. 이자에서 떼어줄 몫이 적지 않다. 3분기 서클의 순 준비금 마진(준비금 이자에서 채널 몫을 지급하고 남은 비율)은 37.8%로 전분기보다 0.8%포인트 낮아졌다. 회사는 하이퍼리퀴드(Hyperliquid)와의 수익 배분 약정이 첫 완전한 분기에 들어간 영향이라고 설명했다. 하이툰투옌(海豚投研)은 이 약정 하나로 서클이 해마다 약 1억 달러의 매출총이익을 덜 벌게 됐다고 추산한다.
바이낸스 쪽도 장기 계약이다. 양사는 5년 계약을 맺었고, 바이낸스가 서클에 1억 달러를 투자했다. 서클은 9월 주당 80.84달러에 약 123만7000주(클래스 A)를 발행했다. 제러미 폭스진(Jeremy Fox-Geen) CFO는 4분기가 갱신된 계약이 온전히 반영되는 첫 분기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하이툰투옌의 판단은 이렇다. 미국 금융기관이 주도하는 컨소시엄 스테이블코인은 이해관계자가 너무 많아 하나로 힘을 모으기 어렵고, USDC에 대한 위협은 제한적이다. 진짜 다루기 어려운 상대는 대규모 사용자를 확보한 채 이자 반환을 요구하는 하이퍼리퀴드 같은 채널이다. 이는 서클의 처지와도 맞아떨어진다. 서클의 해자는 유통 네트워크인데, 그 네트워크 자체가 돈을 내야 하는 대상이다. 금리가 내려가는 분기에는 이자 총액이 줄고 채널이 요구하는 몫은 커지는 데다 운영비까지 16% 늘어, ARC를 뺀 이익은 내려갈 수밖에 없다.
사용량은 수익으로 이어지지 않고, 서클은 톨게이트를 손본다
서두의 숫자로 돌아가 보자. USDC 사용량은 여전히 늘고 있다. 거래량은 13조9000억 달러로 전년 대비 49% 증가했고(2분기의 14조8000억 달러보다는 소폭 감소), 회전 횟수는 서클 말로 두 번째로 큰 스테이블코인의 약 10배다. 전체 스테이블코인 거래량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66%에서 79%로 올랐다. 발행과 환매는 각각 약 1040억 달러로 합계 2080억 달러를 기록해 사상 최대였고, 10달러가 넘는 USDC를 보유한 지갑은 730만 개로 전년 대비 16% 늘었다.
두 지표를 나란히 놓으면 이렇다. 잔액 점유율은 27%로 여전히 내려가고 있고, 거래량 점유율은 79%로 여전히 올라간다. 발행과 환매가 거의 같은 규모로 일어나 돈이 들어왔다가 나가고, 남아 쌓이지 않는다. USDC는 점점 장기 보관되는 돈이라기보다, 고빈도로 쓰이는 통로에 가까워지고 있다.
여기서 서클에 그리 우호적이지 않은 추론이 나온다. 가장 자주 주인이 바뀌는 곳은 대개 거래 현장이고, 그 현장의 플랫폼이야말로 협상력이 가장 센 쪽이다. 많이 쓰이는 채널일수록 돌아와 이자를 더 달라고 요구할 힘이 세진다. 서클 입장에서 사용량 증가는 수익으로 직결되지 않을 뿐 아니라, 채널과 수익 배분을 협상할 때 협상 카드가 될 수도 있다.
서클이 원하는 것은 이 통로에서 통행료를 걷는 것이다. 그 수단이 은행과 결제기관을 대상으로 한 국경 간 결제망, 서클 결제 네트워크(CPN)다. 3분기 말 기준 CPN의 30일 데이터를 연율로 환산한 결제액은 413억 달러로 전년 대비 15배 넘게 늘었다. 10월 30일에는 이미 580억 달러를 넘어, 한 달 남짓 만에 다시 약 40% 늘었다. 등록 금융기관은 205곳으로 전년 대비 4배 이상이다.
한편 서클은 결제회사 타자페이(Tazapay)를 4억 달러 규모의 클래스 A 주식으로 인수한다고 발표했다. 타자페이의 연환산 결제액은 250억 달러를 넘어 CPN의 3분기 말 규모의 약 60%에 해당하며, 100개 이상 시장을 커버한다. 거래는 규제 승인을 거쳐야 하고 2027년 완료가 예상되며, 3분기에는 관련 비용 770만 달러가 계상됐다. 또 다른 투자는 대중 인지도에 걸었다. USDC가 첼시의 메인 파트너가 되면서 2026/27 시즌 유니폼 앞면에 등장한다.
이들은 아직 돈이 되지 않았다. 폭스진 CFO는 컨퍼런스콜에서 CPN이 유의미한 수익 기여를 시작하는 것은 2027년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앨레어 CEO는 서클의 플랫폼을 서로 겹쳐 돌아가는 여러 개의 성장 플라이휠로 묘사하지만, 지금의 재무제표에서 실제로 돌아가고 실제로 수익을 내는 것은 여전히 준비금 이자 하나뿐이다.
4분기는 더 깨끗한 성적표가 될 것이다. ARC 프리세일 수익이 없고, 하이퍼리퀴드 배분과 바이낸스 계약 갱신이 동시에 온전히 반영되기 때문이다. CPN이 실제로 과금을 시작하기 전까지는, USDC가 아무리 빨리 돌아도 서클 장부에 기록되는 것은 여전히 잔액과 금리뿐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