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자: Jae, PANews
단 두 개의 거래일 만에 미국 증시 참여자들은 초고속 롤러코스터를 경험했다.
11월 5일 미국 증시는 약 19개월 만에 가장 강력한 하루 매도세를 맞았고, AI 산업 체인이 앞장서 매물을 쏟아냈다. "헤지펀드 집단 강제청산"설도 소셜 미디어에서 빠르게 확산되며 마치 금융 폭풍이 눈앞에 다가온 듯했다.
반전은 예상보다 빨랐다. 11월 6일 반도체주가 앞장서 반격의 나팔을 불었다. 필라델피아 반도체지수는 4.2% 상승 마감했고, AMD는 11% 급등했으며, 엔비디아 등 AI 관련주도 함께 회복했다. 나스닥은 1.1% 상승했고 S&P500은 0.3% 소폭 올랐다.
이 예상치 못한 장세의 흐름은 어쩌면 한 달 전부터 이미 복선이 깔려 있었는지 모른다. 동시에 자산군을 넘나드는 자금 이동이 조용히 진행되고 있다.
디레버리징 매도 압력 둔화, 중장기 리스크는 미해결
11월 6일의 반등은 사실 목요일 장 마감 마지막 10분에 이미 조짐이 나타났다.
Vanda Research 데이터에 따르면, 미국 개인투자자들은 전날 장 마감이 다가오자 뚜렷하게 매수로 돌아서 마지막 10분 동안 1억 달러 이상을 순매수했다.
더 결정적인 변수는 레버리지 ETF다. 노무라증권 추산에 따르면, 11월 5일 순자산가치 리밸런싱을 완료하기 위해 레버리지 ETF는 장 마감 전에 약 470억 달러 규모의 주식 익스포저를 집중 매도해야 했다. 이는 2006년 통계 집계 이래 두 번째로 큰 하루 매도 물량이다.
이 대규모 패시브 매도 물량이 장 마감 전에 집행되면서 시장의 단기 매도 압력도 상당 부분 해소됐다. 저가 매수 자금, 공매도 환매(숏커버링), 기관 포트폴리오 리밸런싱의 힘이 겹치며 가격 회복을 함께 이끌었다. JP모건은 장 마감 후 논평에서 목요일의 격렬한 디레버리징 활동이 과밀 거래(crowded trade)의 일부를 정리해 시장 포지션 구조가 건강해지는 방향으로 나아갔다고 지적했다.
다시 말해, 간밤의 반등은 단기적 거래 차원의 기술적 회복에 가까우며, 정책 기대의 전환, AI 자본지출 수익성에 대한 의문 등 중장기적 모순이 실제로 해소된 것은 아니다.
청산 서사는 과장됐다, 헤지펀드는 한 달 전부터 레버리지 축소
이번 미국 증시 격동에서 헤지펀드는 한때 시장의 초점이 됐다.
블룸버그가 11월 5일 보도한 바에 따르면, Tiger Global의 대표 헤지펀드는 10월에 약 8.5% 손실을 내 연초 이후 수익률이 사실상 보합 수준이 됐고, Walleye Capital은 같은 기간 약 5.9% 하락해 연초 이후 손실이 약 6.8%에 달했으며, Lone Pine Capital은 한 달에 약 8.8% 손실을 기록했다.
이어 소셜 미디어에는 "월가 헤지펀드 집단 강제청산"이라는 공포 서사가 가득 찼고, Walleye Capital, Engineers Gate, Samlyn Capital 등 헤지펀드에서 잇따라 팀 정리, 전략 축소, 투자자 자금 반환 소식이 전해지며 기관 연쇄 청산에 대한 우려를 키웠다.
그러나 사업 축소는 강제청산이나 펀드 청산과 같지 않으며, 대부분 운용사의 자발적 리스크 관리와 사업 모델 조정이지 지급 불능에 따른 파산 청산이 아니다.
시장이 놓치기 쉬운 타임라인이 하나 있다. 헤지펀드의 포지션 축소와 레버리지 축소는 이미 10월에 시작됐으며, 11월 5일의 급락은 이 과정이 집중적으로 현실화된 결과일 가능성이 더 크다.
골드만삭스 프라임 브로커리지 데이터에 따르면, 10월 글로벌 펀더멘털 주식 롱숏 펀드의 평균 손실은 약 3.5%, 시스템 롱숏 전략 펀드의 손실은 약 3.6%였다. 골드만삭스가 2016년 통계를 시작한 이래 두 전략이 같은 달에 동시에 3% 넘는 손실을 낸 것은 처음이다.
더 은밀한 움직임은 10월 중순에 있었다. 단 두 주 만에 골드만삭스의 헤지펀드 고객들은 기술주를 200억 달러 순매도했고, 10월 8일부터 14일까지 다섯 거래일 만에 2025년 초 이후 쌓아둔 AI 주식 순매수 포지션을 전부 없앴다. 10월 말 기준 헤지펀드의 순레버리지 비율은 73.4%로 떨어져 한 달 만에 4.2%포인트 하락, 올해 3월 이후 가장 큰 월간 낙폭을 기록했다.
모건스탠리 데이터도 같은 변화를 보여준다. 종목선택형 헤지펀드는 10월에 10여 년 만에 최대 규모의 자발적 포지션 축소를 겪었고, 6월 이후 시장 익스포저는 누적 약 9% 감소했다. 10월 말 기준 해당 펀드의 40% 이상이 연초 이후 수익률이 보합이거나 마이너스다.
다만 헤지펀드 성과는 뚜렷한 양극화를 보였고, 업계 전체가 손실을 본 것은 아니다.
Coatue Management는 10월 0.2%의 플러스 수익률을 기록했고, Citadel은 1.7% 상승했으며, Quantedge는 한 달에 무려 7.2% 올랐다.
과밀 거래에서 발을 헛디딘 곳이 있으면, 시장 변동성에서 돈을 번 곳도 있다.
자금은 사라지지 않았다, 다만 자리를 옮겼을 뿐
미국 증시에서 수조 달러 규모의 시가총액이 증발한 이면에는 거대한 자금 이동이 있다.
돈은 허공에서 사라지지 않는다. 변동성이 크고 레버리지가 높은 기술주에서 빠져나와 더 안전하고 유동성이 좋은 자산으로 옮겨간 것뿐이다.
첫 번째 흐름은 미국 국채다. 목요일 미국 증시 급락 당일, 10년물 미 국채 수익률은 한때 4.84%까지 내려 9월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가격은 수익률과 반대로 움직이므로, 대규모 자금이 채권 시장으로 유입되고 있음을 뜻한다.
두 번째 행선지는 달러다. FxPro 수석 시장 전략가 Alex Kuptsikevich는 기술주 공포가 위험 선호를 끌어내리면서 달러가 다시 대규모 안전자산 매수세의 지지를 받게 됐다고 지적했다.
ING 글로벌 시장 책임자 Chris Turner도 현재 투자자들이 현금을 당분간 달러 자산에 두는 쪽을 더 선호하며, 시장은 달러에서 이탈하기보다 달러 현금으로 전환하는 쪽에 더 가깝다고 봤다.
달러가 주목받는 와중에, 위험 심리에 휩쓸려 과도하게 하락한 원화와 신타이완달러도 다시 주목받고 있다.
어제 뱅크오브아메리카(BofA) 글로벌 리서치부 아시아 외환·금리 전략 총괄 Claudio Piron은 신타이완달러와 원화에서도 AI 주식 매도 이후 매수 기회가 나타났다고 짚었다. 중국 대만 지역과 한국의 상당한 규모의 경상수지 흑자가 투자자들의 롱 포지션 구축에 "강력한 뒷받침"을 제공할 것이다.
BofA의 또 다른 핵심 판단은 이렇다. AI 산업 체인 기업들은 이미 앞서 언급한 대규모 자본지출과 수출 주문을 확보하고 있으며, 미국 증시 하락 때문에 이를 취소하지는 않을 것이다. 향후 6~12개월간 이어지는 수출 대금 결제(환전)는 신타이완달러와 원화에 새로운 하방 지지를 형성할 것이다.
매도 절정은 일단 진정, 그러나 포지션 청산은 아직 끝나지 않았나
급락 후의 빠른 반등은 드문 일이 아니다. 진짜 어려운 문제는 이것이 하락의 끝인지, 아니면 국면적 반등인지 구별하는 것이다.
역사는 세부 사항을 반복하지 않지만, 늘 비슷한 운율을 남긴다.
2007년 8월: 퀀트 펀드의 디레버리징
2007년 8월 6일부터 9일까지 여러 주식 롱숏 퀀트 펀드가 집중적으로 손실을 입으면서 시장은 피바다가 됐다.
MIT 학자 Amir Khandani와 Andrew Lo의 연구에 따르면, 과밀 거래의 집중 청산과 마켓메이킹 자본의 일시적 후퇴가 함께 작용해 당시 유동성 이상을 초래했다.
급락이 가장 격렬했던 국면은 나흘에 집중됐고, 8월 10일 이후 일부 전략은 반등하기 시작했지만, 디레버리징 과정 전체는 7월부터 연말까지 이어졌다.
급락은 서막에 불과했고, 실제 포지션 청산과 위험 선호 회복에는 수개월이 걸릴 수 있다.
2020년 3월: 팬데믹이 촉발한 전면적 위험자산 매도
2020년 2월 19일부터 3월 23일까지 S&P500은 누적 약 34% 하락했고, 조정은 한 달 넘게 이어졌다. 그 사이 여러 차례 격렬한 하루 반등이 나타났고, 그해 8월에야 낙폭을 만회했다.
단기적으로 보면 미국 증시의 지난 이틀 흐름은 첫 번째 상황에 더 가깝다. 가장 격렬했던 집중 매도는 이미 지나갔을 수 있지만, 시장 전체의 포지션 리밸런싱과 위험 선호 회복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시장의 의견 대립도 바로 이 지점에 있다.
저명한 투자자 Jason Calacanis는 시장 바닥이 이미 나왔을 수 있지만 기술주 밸류에이션은 추가로 10% 더 하락할 수 있으며, 그때가 이상적인 매수 시점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낙관론자인 Bitmine 회장 Tom Lee는 목요일 미국 증시 급락이 중간선거 결과로 촉발된 "블루 쓰나미"의 여진과 같으며, "작년 관세 충격 + 딥시크(DeepSeek) 모먼트 + 올해 6월 Situtational Awareness 강제청산"이 겹친 버전이라고 봤다. 이런 집중 매도는 대개 며칠 안에 소진되며 매수 기회를 만든다는 것이다.
미국 증시 분석가 Mark Minervini는 더 신중한 판단을 내놨다. 그는 미국 증시 낙폭이 1987년 폭락 수준에 이르지는 않겠지만, 어떤 형태의 주식시장 붕괴의 토대를 마련할 수 있으며 그 붕괴는 12주 이어질 수 있다고 봤다. 하락세가 심화되면 SPY의 최악의 경우는 고점 대비 1015% 하락이다. 나스닥은 20~25% 하락해 1998년과 유사한 주기적 약세장이 나타날 수 있다.
현재로선 간밤 미국 증시의 상승폭은 전날 낙폭을 상쇄하기에 턱없이 부족하다. 어떤 자산이 20% 하락하면 원점으로 돌아오기 위해 25% 상승해야 한다.
그리고 목요일 5.52% 하락한 나스닥은 다음 날 1.1% 올랐어도 이전 위치와 여전히 뚜렷한 격차가 있다.
두 거래일의 격렬한 변동을 거친 미국 증시는 갈림길에 섰다. 지난 수개월간 AI 기술주 상승을 이끌어온 서사 전체가 엄혹한 현실 검증을 맞고 있다. 단기 레버리지 청산은 일단락될 수 있지만, 산업 정책의 실행, AI 투자 수익성 등의 문제를 둘러싼 중기적 공방은 이제 막 깊은 물속으로 들어가기 시작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