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샤오빙
10월 3일, 서울 코리아블록체인위크 기간 중 리플 사장 모니카 롱(Monica Long)은 XRP Seoul 행사의 파이어사이드 대화에서 커뮤니티가 곱씹게 만든 말을 남겼다. "신용 관련 파일럿이 진행 중이며, 목표는 내년에 활성화하는 것입니다. XRP를 대출 프로토콜의 유동성 풀에 예치해 담보로 사용하고, 고객의 결제 의무에 자금을 공급하는 방식입니다."
그녀는 한마디를 덧붙였다. "결제, 신용, XRP 원장, 대출 프로토콜이 모두 하나로 연결될 것입니다."
이 말을 진지하게 받아들여야 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것은 XRP 보유자들을 수년간 괴롭혀 온 핵심 문제를 정면으로 겨냥하고 있기 때문이다. 리플의 사업은 크게 성장할 수 있지만, XRP의 코인 가격이 반드시 따라 오르는 것은 아니라는 점이다. 그리고 신용 모델은 적어도 이론상으로는 이 괴리를 깨뜨릴 수 있는 최초의 설계다.
XRP의 가장 큰 구조적 난제: 속도 문제
이 신용 계획이 왜 중요한지 이해하려면, 먼저 XRP가 오랫동안 직면해 온 '속도 문제(velocity problem)'라는 구조적 딜레마를 이해해야 한다.
XRP는 국경 간 결제의 '브리지 자산'으로 설계되었다.
작동 방식은 이렇다. 은행 A가 달러를 XRP로 환전하고, XRP는 몇 초 만에 리플 네트워크를 통과하며, 은행 B는 반대편에서 XRP를 엔화로 환전한다. 이 전체 과정에서 XRP가 보유되는 시간은 고작 3~5초에 불과할 수 있다.
이는 리플 네트워크가 매일 수십억 달러의 결제량을 처리하더라도, XRP에 대한 보유 수요는 극히 낮을 수 있다는 뜻이다. 돈은 흐르지만, 토큰은 그저 '잠시 지나가는' 존재일 뿐 아무도 실제로 보유할 필요가 없다. 트레이더 피터 브랜트(Peter Brandt)는 이 때문에 XRP를 'fool coin'이라 부르며, 네트워크의 분주함과 토큰의 가치 사이에 근본적인 단절이 존재한다고 보았다.
데이터도 이 관점을 뒷받침한다. XRP Academy의 효용 가치 평가 모델에 따르면, XRP가 브리지 자산으로만 사용될 경우 그 순수 효용 가치는 약 $0.0002에 불과하다. 현재 $1.50의 가격 중 상당 부분은 결제 사업에서 발생하는 실제 보유 수요가 아니라 투기적 프리미엄과 생태계 기대감이다.
더 골치 아픈 것은, 리플이 자체적으로 출시한 스테이블코인 RLUSD 역시 XRP의 브리지 기능을 잠식하고 있다는 점이다. 은행들은 가격 변동성이 큰 XRP 대신 변동성이 거의 0에 가까운 RLUSD를 국경 간 결제에 사용할 수 있다.
이것이 바로 리플이 점점 더 많은 은행 파트너를 확보하고 결제 네트워크 처리량이 계속 성장하는데도, XRP 가격이 2025년 7월의 $3.65 고점에서 현재 $1.50 안팎까지 60% 넘게 하락한 이유다. 사업 성장과 코인 가격 성장 사이에 강제적인 전달 고리가 빠져 있는 것이다.
신용 모델은 왜 다를 수 있을까?
모니카 롱이 서울에서 설명한 신용 모델은 이전의 모든 XRP 사용 사례와 근본적인 차이가 하나 있다. 바로 XRP의 락업을 요구한다는 점이다.
전통적인 브리지 결제 모델에서는 XRP가 몇 초간 보유되었다가 풀려난다. 그러나 신용 담보 모델에서는 XRP가 대출 프로토콜의 유동성 풀에 예치되어 일정 기간 담보로 락업되고, 고객의 결제 의무에 단기 자금을 공급하는 데 사용된다. 롱은 토큰화 펀드가 '24시간 담보 접근과 실시간 대출'을 실현할 수 있다고 언급했다.
락업은 속도 하락을 의미한다. 속도가 하락한다는 것은 더 많은 XRP가 빠르게 흘러가는 대신 시스템 안에 보유되어야 한다는 뜻이다. 기관이 신용 사업에 참여하기 위해 담보 준비금으로 대량의 XRP를 지속적으로 보유해야 한다면, XRP에 대한 수요는 '순간적인 유통 수요'에서 '지속적인 재고 수요'로 바뀐다.
비유로 이해해 보자. 브리지 모델의 XRP는 고속도로 톨게이트의 잔돈과 같아서, 돈이 손을 스쳐 지나가면 끝이다. 신용 모델의 XRP는 은행 금고의 지급준비금과 같아서, 사업이 돌아가려면 반드시 그 자리에 계속 놓여 있어야 한다.
이는 XRP 역사상 처음으로 '속도 변수'를 극히 높은 값에서 중저 수준으로 끌어내릴 수 있는 사업 설계가 등장한 것이다. 속도가 실제로 하락한다면, 효용 가치 평가 공식(가격 = 거래량 / 유통량 × 속도)에 따라 동일한 거래량이 더 높은 토큰 가격을 지지할 수 있다.
신용 사업이 2027년에 예정대로 출시된다고 가정할 때, XRP 가격이 리플의 사업 성장과 동기화될 수 있을까? 이는 몇 가지 핵심 조건에 달려 있다.
XRP가 대체 불가능한 담보인지 여부. 기관이 RLUSD, 미국 국채 토큰화 펀드 또는 기타 자산을 담보로 사용할 수 있다면, 신용 사업의 성장이 반드시 XRP의 락업 수요로 이어지지는 않는다. XRP가 신용 풀에서 '선택 사항'이 아닌 '필수품'일 때만 사업 성장이 코인 가격으로 직접 전달될 수 있다.
락업 규모가 유통 물량에 영향을 줄 만큼 충분한지 여부. XRP의 유통 공급량은 약 570억 개, 총량 상한은 1000억 개다. 수억 달러 규모의 XRP가 신용 풀에 락업되더라도 총 유통량 대비 비중은 여전히 매우 작을 수 있다. 수급 관계에 체감 가능한 영향을 미치려면 수십억 달러 수준의 락업량에 도달해야 한다.
신용 사이클과 XRP 변동성의 모순. 변동성이 매우 높은 자산을 신용 담보로 사용하는 것 자체에 내재적 긴장이 존재한다. 신용 사이클 동안 XRP 가격이 크게 하락하면 담보 가치가 줄어들어 연쇄 청산을 촉발할 수 있다. 이 문제는 DeFi 대출에서 반복적으로 나타난다. 리플이 제품 설계에서 이 문제를 어떻게 해결하느냐가 신용 사업을 어느 규모까지 확장할 수 있는지를 결정할 것이다.
브리지에서 금고로: XRP 내러티브의 중대한 전환
모니카 롱의 서울 발언을 더 긴 시간선에 놓고 보면, 리플은 XRP 포지셔닝의 근본적인 전환을 시도하고 있다. '결제의 통과 도구'에서 '금융 인프라 속 생산적 자산'으로의 전환이다.
브리지 모델에서 XRP의 가치 제안은 'SWIFT보다 빠르다'였다. 신용 모델에서 XRP의 가치 제안은 'XRP를 보유하면 결제 사업 운영에 필요한 신용 능력을 얻을 수 있다'로 바뀐다. 전자는 보유 수요에 대한 기여가 극히 낮지만, 후자는 적어도 이론상으로 지속적인 락업 수요를 창출한다.
이 전환이 성공할 수 있을지는 2027년에 초기 답이 나올 것이다. 그 전까지 XRP 가격은 여전히 주로 시장 심리와 거시 유동성에 의해 움직이며, 리플의 사업 진전과의 전달 고리는 여전히 약하다.
모니카 롱이 말한 '결제, 신용, XRP 원장, 대출 프로토콜을 연결한다'는 것은 하나의 청사진이다. 청사진과 건물 사이에는 엔지니어링, 규제, 시장 검증이 놓여 있다. 하지만 적어도 이번에는 청사진의 방향이 옳았다. 마침내 XRP의 가장 핵심적인 구조적 약점을 겨냥했기 때문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