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리우훙린(刘红林)
지난해 홍콩 스테이블코인이 가장 뜨거웠을 때, 원빅테크 RD Technologies는 가장 유력한 주자 중 하나였다. 올해 이 회사는 새로운 스테이블코인 협력 계획을 공개했다.
다만 이름이 '달러 스테이블코인'이다.
최신 공고에 따르면 RDUSD라는 이 스테이블코인은 미국 앵커리지 디지털 뱅크 N.A.(Anchorage Digital Bank N.A.)가 발행하고, 해시키(HashKey) 산하 HSK Chain에 배포될 예정이다. 홍콩 기업은 브랜드와 응용 생태계를 맡고, 미국 은행은 발행, 준비금, 민팅과 상환을 맡는다.
여기까지 보고 나는, 지난해 홍콩달러 스테이블코인을 둘러싸고 했던 많은 이야기에 사실상 답이 나왔다고 느꼈다. 홍콩이 이를 계기로 자체 온체인 화폐 네트워크를 키우리라 기대했지만, 돌아온 것은 홍콩의 인기 주자가 미국 은행을 찾아가 달러를 발행하는 모습이었다.
물론 홍콩달러 스테이블코인을 이미 만들고 있는 곳도 있다. HSBC의 RedCoin은 올해 10월 출시됐고, 스탠다드차타드가 참여한 앵커포인트 파이낸셜(碇点金融)은 홍콩달러 스테이블코인 HKDAP을 기업 및 전문투자자 대상 단계로 끌어올렸다.
'실패'를 코인 하나도 못 내놓은 것으로 이해하는 것은 명백히 사실과 다르다.
내가 말하는 실패는 지난해의 그 기대다. 홍콩이 입법을 하고 라이선스를 내주면 홍콩달러가 자연스럽게 암호화폐 세계의 중요한 결제 통화가 되고, 홍콩도 새로운 금융 주도권을 갖게 되리라는 기대 말이다.
오늘 다시 보면, 이 몇 가지 일 사이의 거리는 그때 상상했던 것보다 훨씬 멀다.
원빅테크가 홍콩달러와 달러를 동시에 배치하는 것은 물론 가능하다. 하지만 이번 최신 행보를 보고 나는 홍콩이 암호화폐 자산 영역에서 보이는 '갖고 싶으면서도 두려워하는' 상태를 더 구체적으로 느꼈다.
유력 주자였던 곳이 달러로 갔다
원빅테크가 주목받았던 데는 충분한 이유가 있었다. 계열사인 원빅 이노베이션 테크놀로지(圆币创新科技)는 2024년에 이미 홍콩금융관리국(HKMA)의 첫 스테이블코인 발행인 샌드박스에 진입했고, 테스트할 준비를 하던 제품은 홍콩달러 스테이블코인 HKDR이었다. 2025년 7월에는 그룹이 약 4000만 달러 규모의 자금 조달을 완료하고 홍콩의 규제 준수 스테이블코인 인프라에 계속 베팅한다고 발표했다.
샌드박스에서 자금 조달, 홍콩달러 제품까지 이 경로는 꽤 완결돼 보였다. 그래서 오늘 RDUSD 공개를 보면 다소 감회가 생긴다.
RDUSD의 협력 구조는 사실 명확하다. 앵커리지는 미국 최초로 연방 인가를 받은 디지털 자산 은행으로, 이 제품에서 발행, 준비금, 상환 등 핵심 역할을 맡는다. 원빅테크는 고객과 응용을 확장하고, 해시키는 초기 유동성을 제공할 계획이다. HSK Chain은 기관 업무를 겨냥한 이더리움 레이어2 네트워크, 즉 이더리움을 기반으로 거래와 응용을 처리하는 블록체인 계층이다.
기업은 홍콩에서 영업하고 체인도 홍콩 팀의 배경을 갖고 있지만, 사용자 손에 들어오는 것은 달러 스테이블코인이고, 그 뒤에서 발행과 상환을 책임지는 것은 미국 은행이다. 원빅테크의 공고도 RDUSD가 홍콩금융관리국의 라이선스로 발행된 스테이블코인이 아니며, 홍콩에서는 전문투자자에게만 제공된다고 분명히 밝혔다. 미국의 발행 자격이 홍콩의 리테일 통행증으로 이어지지는 않았다.
이런 배치는 원빅테크에 매우 실용적일 수 있다. 이미 기관이 발행 서비스 일체를 제공할 수 있으니, 자신은 고객과 사업에 역량을 집중하는 것이다.
게다가 이는 원빅테크 한 회사의 선택도 아니다.
홍콩 상장사 OSL이 올해 2월 출시한 달러 스테이블코인 USDGO 역시 앵커리지가 발행하고 OSL이 브랜드 운영과 유통을 맡는다. OSL이 8월 말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USDGO의 유통 규모는 이미 12억 달러를 넘었으며, 발표회에서만 머문 사업이 아니다.
OSL은 홍콩달러 스테이블코인 HKDAP의 유통에도 참여했다. 기업이 홍콩달러와 달러 사이에서 충성심을 증명할 의무는 없다. 고객이 원하는 것을 경영할 뿐이다. 바로 이런 정상적인 상업적 선택이 어떤 업계 구호보다 문제를 더 잘 설명한다.
나는 이 회사들이 잘못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오히려 이들이 실용적일수록 더 일깨워주는 것은, 홍콩 기업이 스테이블코인 사업을 해내는 것과 홍콩달러 스테이블코인이 글로벌 사업이 되는 것은 별개의 문제라는 점이다.
홍콩달러의 문제는 규제만이 아니다
지난해 많은 논의에서 홍콩달러 스테이블코인에는 교묘한 상상이 붙어 있었다. 홍콩달러는 원래 달러에 연동돼 있고 홍콩에는 성숙한 금융 감독이 있으니, 만들고 나면 달러의 안정성과 홍콩만의 특색을 동시에 가질 수 있다는 것이다.
홍콩달러의 연동환율제도는 홍콩달러를 달러 대비 7.75~7.85 구간으로 유지한다. 그러나 환율이 연동된다고 해서 결제 네트워크가 통하는 것은 아니다. 홍콩달러 스테이블코인이 달러와 긴밀히 연동된다고 해서 달러의 호가 관행, 유동성, 해외 수용도를 자동으로 물려받는 것은 아니다.
이 지점이 내가 많은 사람들이 스테이블코인을 지나치게 단순하게 생각한다고 보는 이유다. 코인을 만드는 것이 기술적으로 가장 어려운 일은 아닐 수 있다. 어려운 것은 왜 사람들이 장기적으로 돈을 넣으려 하는지, 또 왜 충분히 많은 거래 상대방이 계속 쓰려 하는지다.
홍콩달러 스테이블코인이 주로 홍콩 현지 결제를 대상으로 한다면, 이미 송금도 되고 QR 결제도 되는 상황에서 사용자가 습관을 바꾸도록 만들어야 한다. 해외로 나가려면 이미 존재하는 달러 수요와 맞서야 한다. 두 길 모두 가능하지만, 라이선스 한 장을 받았다고 어느 길이 갑자기 수월해지지는 않는다.
그래서 나는 오늘의 결과를 전부 '홍콩 규제가 너무 엄격하다'로 돌리는 데도 반대한다. 내일 라이선스를 몇 장 더 내준다 해도 해외 고객이 그것 때문에 홍콩달러 결제로 갈아타지는 않을 것이다.
홍콩달러가 원래부터 마주한 시장 문제를 모두 규제 탓으로 돌릴 수는 없다.
원빅테크와 OSL이 달러를 선택한 데에는 달러 자체의 우위도 있고, 이미 갖춰진 발행 서비스의 매력도 있다. 홍콩에 괴로운 점은, 원래부터 보충 학습이 필요한 홍콩달러 네트워크가 이런 성숙한 조건들과 같은 기업들의 시간과 자원을 두고 경쟁해야 한다는 것이다.
홍콩은 대체 무엇을 걱정하는가
홍콩은 암호화폐 자산을 발전시키고자 하고, 지난 몇 년간의 입법과 투자는 실제였다. 하지만 구체적인 제도를 보고 나면, 홍콩은 신금융이 가져올 사업을 간절히 원하면서도 신금융이 실제로 확대된 뒤 벌어질 일에 대해서는 깊은 경계심을 유지하고 있다는 느낌이다.
이런 경계심에는 물론 현실적 이유가 있다.
스테이블코인 뒤에는 고객이 맡긴 돈이 있다. 준비금이 부족하고, 사용자가 예치금을 인출하려 몰리고, 상환이 멈추면 마지막에 손실을 지는 것은 구체적인 사람들이다. 발행인에게 준비금 관리, 자산 격리, 고객 신원 확인을 요구하는 것은 당연히 해야 할 일이다.
다만 한 가지 차이는 분명히 해야 한다. 발행인의 리스크를 통제하는 것과 시장 전체를 장기적으로 소수 기관, 소수 용도에 가두는 것은 상업적 결과가 같지 않다.
홍콩의 《스테이블코인 조례》는 2025년 8월 시행됐다. 올해 4월까지 첫 36개 신청자 중 두 곳이 라이선스를 받았는데, 각각 HSBC와 스탠다드차타드가 참여한 앵커포인트 파이낸셜이다. 금융관리국도 당시 문턱을 높게 유지할 것이며, 추가 발급이 이뤄져도 전체 수는 매우 제한적일 것이라고 분명히 밝혔다.
감독자 입장에서는 이해하기 쉽다. 은행 배경, 자금 실력, 성숙한 리스크 관리 모두 안심이 된다. 하지만 신금융 기업이 투입된 뒤 가장 현실적인 출로가 기존 기관에서 발행 서비스를 사는 것임을 알게 된다면, 이 제도가 최종적으로 키우는 것은 주로 전통 금융기관의 신제품 라인일 수 있다.
이는 더 많은 기업이 명확한 규칙 아래 경쟁에 참여하게 하는 것과는 다른 선택이다. 내가 관심을 두는 것은 홍콩이 후자에게 충분히 큰 공간을 열어줄 의향이 있느냐다.
앵커포인트 파이낸셜의 HKDAP은 이미 퍼블릭 체인에 올랐지만, 공개된 일정에 따르면 지갑은 검증과 화이트리스트 절차를 거쳐야 하고, 미검증 지갑으로 전환하면 거부된다. HSBC RedCoin은 먼저 PayMe를 통해 송금과 가맹점 결제를 처리한다. 이런 제품에는 가치가 있고 리스크 통제 고려도 명확하지만, 이들로 광범위한 온체인 사용 네트워크를 키우려면 접속, 유통, 기관 간 협업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홍콩의 또 다른 어려움은 중국 본토와의 관계에서 온다. 많은 사람이 홍콩을 낙관할 때 마음속에 그리는 것은 사실 본토의 기업, 사용자, 자금이다. 그러나 홍콩이 특정 사업을 허용한다고 해서 본토도 허용하는 것은 아니다. 홍콩 라이선스가 본토 고객의 코인 구매, 환전, 국경 간 자금 이체 문제를 덤으로 해결해 줄 가능성은 더욱 없다.
본토 수요를 홍콩 스테이블코인이 언제든 접속할 수 있는 시장으로 생각하는 것 자체가 오판이다.
올해 2월 본토 8개 부처의 새 통지문은 역내 가상화폐 관련 사업 활동을 일률적으로 엄격히 금지하고, 역외 주체도 역내에 관련 서비스를 불법 제공할 수 없다고 다시 분명히 했다. 스테이블코인은 홍콩의 입법 때문에 본토를 대상으로 영업할 수 있는 통로를 자동으로 얻은 것이 아니다.
그래서 홍콩은 어색한 위치에 서 있다. 현지 시장은 제한적이고, 가장 큰 기대를 받는 본토 시장에는 명확한 경계가 있으며, 국제로 나가려면 달러 네트워크와 경쟁해야 한다.
정책이 신중할수록 기업은 먼저 돈을 벌 수 있는 출구를 찾아야 한다.
내가 '갖고 싶으면서도 두려워한다'고 말한 것은 바로 이런 결과다. 홍콩은 암호화폐 산업이 가져올 성장을 원하면서도, 사업이 늘 알아보기 쉽고 통제하기 쉬운 범위에 머물기를 바란다. 그러나 사용 네트워크가 확대되려면 필연적으로 더 많은 기관, 더 많은 시장에 접속해야 하고, 시험 단계에 없던 문제도 드러나게 된다. 확대할 때마다 매번 다시 기다려야 한다면, 시장은 기업을 대신해 다른 길을 선택할 것이다.
홍콩은 누구를 위해 증분을 만드는가
원빅테크 사례를 조금 더 확대해 보면, 내가 더 경계할 만하다고 보는 변화가 하나 더 있다. 암호화폐 자산이 오늘에 이르기까지, 달러는 블록체인의 등장으로 지위를 잃기는커녕 오히려 새로운 유통 도구 한 세트를 더 얻었다.
과거에 기업이 국경 간 달러 사업을 하려면 은행, 결제 채널, 계좌를 직접 조율해야 했다. 지금은 미국 기관이 스테이블코인 발행, 준비금, 상환을 서비스로 만들어 제공할 수 있고, 다른 지역 기업이 여기에 접속해 자신의 고객, 브랜드, 채널로 시장을 넓힌다.
원빅테크와 OSL의 협력은 이 분업을 매우 직관적으로 보여준다. 홍콩 팀은 아시아 고객을 이해하고, 국경 간 결제를 하려 하며, 온체인 응용에도 투자하려 한다. 미국 은행은 핵심 발행 인프라를 제공한다. 홍콩 기업은 돈을 벌 수 있고, 미국의 달러 네트워크도 함께 확장된다. 이 두 가지는 얼마든지 동시에 일어날 수 있다.
지난해 《GENIUS 법안》이라는 결제 스테이블코인 입법이 서명된 뒤, 미국 재무부가 공개적으로 언급한 목표에는 달러 지위 공고화, 달러 경제의 적용 범위 확대, 미국 국채 수요 증가가 포함됐다.
그들은 스테이블코인을 단지 하나의 금융기술 제품으로만 보지 않았다.
그렇다고 미국이 리스크를 방치한다는 뜻은 아니다. 미국도 준비금, 자금세탁방지, 제재 준수를 요구한다. 차이는 이런 공개된 정책 목표와 이미 벌어진 협력에서 하나의 방향이 보인다는 점이다. 더 많은 상업 기관이 달러 사용을 확장하도록 하고, 발행과 준비금 같은 핵심 관계는 자신의 제도 안에 넣는 것이다.
홍콩은 원래 국제 금융 중심지이고, 달러 사업을 하는 것이 부끄러운 일은 결코 아니었다. 코인이 달러에 페그됐다고 해서 홍콩이 아무것도 얻지 못했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
그러나 우리가 당초 홍콩달러 스테이블코인에 품었던 기대가 홍콩이 차세대 금융 네트워크에서 더 주도적인 위치를 얻는 것이었다면, 기업이 어디에 등록됐는지만 볼 수는 없다.
RDUSD 계획은 그 답의 일부를 이미 써놓았다. 홍콩 기업은 응용을 확장하고, 미국 은행은 발행과 상환을 맡는다. 이 협력은 성공할 수 있고 홍콩도 이익을 볼 수 있지만, 그것이 자동으로 홍콩 자신의 홍콩달러 화폐 네트워크로 자라지는 않는다.
내가 보기에 홍콩이 지금 가장 진지하게 마주해야 할 것은 이 두 가지 성공 사이의 차이다.
목표가 글로벌 디지털 금융의 서비스 센터가 되는 것이라면, 국경 간 서비스를 잘 해내고 기업이 명확한 경계 안에서 영업하게 하면 된다. 여전히 홍콩달러 스테이블코인이 더 큰 위치를 차지하기를 바란다면, 시장이 지속적으로 투자할 만한 사용 사례와 제도적 장치를 내놓아야 한다.
한편으로는 기업이 홍콩달러를 위해 네트워크를 깔기를 바라면서, 다른 한편으로는 이들을 오랫동안 제한된 공간에서 기다리게 할 수는 없다.
나는 여전히 홍콩이 홍콩달러 스테이블코인을 완성하기를 바란다. 하지만 지난해처럼 입법과 라이선스 발급, 시장의 열기만으로 다음 금융 경쟁을 순조롭게 이겨내리라는 기대는 이제 끝나야 한다.
가장 유력했던 홍콩달러 스테이블코인 주자가 달러를 진지하게 운영하기 시작할 때, 홍콩이 답해야 할 문제는 이미 라이선스를 몇 장 더 발급하는 차원을 넘어섰다. 기업은 계속 앞으로 갈 것이다. 마지막에 남는 것이 홍콩의 팀, 미국의 발행인, 그리고 계속 확장되는 달러 네트워크라면, 그것을 다시 홍콩달러 스테이블코인의 승리라고 부르지 말아야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