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자: Gabriel Pan|PhotonPay 글로벌 파트너십 및 글로벌 확장 총괄
오랫동안 여러 시장에서 빠르고 안정적이며 규모화된 국경 간 결제 서비스를 제공하려면 일반적으로 두 가지 모델에 의존해야 했다. 하나는 여러 국가와 지역을 아우르는 환거래은행 네트워크를 구축하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충분히 큰 사업 규모를 바탕으로 각 목표 시장에 현지 통화 자금을 미리 예치해 두는 것이다.
어떤 모델을 택하든 광범위한 금융기관 자원과 대규모 자본 투입이 필요하다. 국경 간 결제의 진짜 어려움은 결제 지시를 한 나라에서 다른 나라로 전달하는 방법만이 아니라, 자금이 필요한 시장에서 필요한 시점에 실제로 인도되도록 보장하는 데 있다. 많은 결제 서비스 제공자에게 각 지역의 유동성 준비금을 유지하는 데 따르는 자금 부담은 언제나 사업 규모화의 관문이었다.
최근 홍콩 핀테크 위크의 라운드테이블 토론에 참석했을 때 나는 다시 이 문제를 꺼냈다. 당시 사회자가 스테이블코인에 대해 물었다. 어떤 스테이블코인을 사용하고 어떤 블록체인 네트워크를 선택하는지, 그 배경의 고려 사항은 무엇인지. 하지만 내 생각에 구체적으로 어떤 스테이블코인이나 어떤 체인을 쓰는지보다 더 논의할 가치가 있는 것은, 스테이블코인이 국제무역 자금 흐름의 어느 단계를 바꿨고 어떤 문제는 여전히 해결되지 않았는가다.
사전 자금 예치: 국경 간 결제 뒤에 숨은 자금 비용
독일에서 베트남으로 보내는 결제 한 건을 예로 들어 보자.
전통적인 환거래은행 모델에서는 자금이 최종 수취 계좌에 도달하기까지 3~5개의 중개 금융기관을 거쳐야 할 수 있다. 중간 단계가 하나 늘어날 때마다 처리 시스템 한 세트, 컷오프 시간 하나, 그리고 독립적인 청산과 대사 프로세스 한 차례가 추가된다. 여러 단계가 겹치면 자금 도착 지연은 종종 이 구조 자체에서 비롯된 결과이지, 특정 기관의 처리 효율에 전적으로 달려 있는 것은 아니다.
또 다른 전통적 해법은 환거래은행 체인을 최대한 줄이고, 현지 자금을 미리 예치해 결제를 완료하는 것이다. 규모가 큰 결제 플랫폼이라면 독일과 베트남에 각각 유로와 베트남 동 자금 풀을 보유할 수 있다. 양측 자금이 이미 미리 확보돼 있기 때문에 플랫폼은 내부에서 자금을 배분할 수 있고, 매 거래마다 전체 국경 간 은행 송금 절차를 거칠 필요가 없다.
이 모델은 실제로 효율을 높일 수 있지만, 그 대가는 대규모 자금이 오랫동안 여러 시장의 현지 계좌에 묶여 있는 것이다. 사업이 커버하는 국가가 많을수록 사전에 배치해야 하는 자금도 많아진다. 50개 시장을 동시에 서비스한다면, 대차대조표상의 자금 부담은 머지않아 경쟁 우위에서 진입 장벽으로 바뀐다. 과거에 나는 이런 모델을 채택한 금융기관에서 일한 적이 있는데, 그 기관들에게 자금 준비금은 사업 외적인 부가 비용이 아니라 비즈니스 모델 자체의 중요한 구성 요소였다.
그런데 바로 이 점이 스테이블코인 논의에서 자주 간과되는 부분이다. 업계는 보통 스테이블코인이 가져오는 속도와 비용 우위에 더 주목하지만, 그보다 더 깊은 영향은 국경 간 결제의 자금 구조를 바꿨다는 데 있다.
스테이블코인 네트워크를 통해 중간 결제 단계는 전통적 환거래은행 체인과 양측의 사전 자금 예치에 대한 의존을 줄일 수 있다. 이제 글로벌 은행보다 규모가 훨씬 작은 면허 금융기관도 과거에는 대형 은행의 대차대조표에 의존해야만 가능했던 결제 경험을 제공할 기회를 갖게 되었다.
이는 기존 결제 효율을 조금 개선하는 것이 아니라, 글로벌 결제 시장에 참여하는 데 필요한 자본 장벽과 규모가 다른 금융기관 사이의 경쟁 구도를 바꾸는 일이다.
스테이블코인은 실제 국경 간 결제 프로세스에 어떻게 통합되는가
실제 업무에서 보면 이 자금 흐름 모델은 복잡하지 않다.
독일 구매자가 유로로 결제를 개시하고, 자금은 현지 은행 인프라를 통해 수취된다. 이후 자금은 스테이블코인 네트워크를 통해 국경 간 결제가 이루어지며, 보통 몇 분 안에 완료된다. 더 이상 단계별로 환거래은행을 거칠 필요가 없고, 전통적 은행 컷오프 시간의 제약도 받지 않는다. 자금이 베트남의 지급(출금) 단계에 도달하면 베트남 동으로 환전되어 현지 은행 네트워크를 통해 공급업체 계좌로 지급된다.
공급업체 입장에서는 이 과정에서 아무것도 바뀌지 않는다. 그들이 최종적으로 받는 것은 여전히 현지 통화이며, 스테이블코인을 보유하거나 사용할 필요도 없다.
PhotonPay의 플랫폼 구조도 같은 사고방식을 따른다. 우리는 멀티애셋 지갑을 통해 법정화폐와 스테이블코인을 하나의 자금 관리 체계로 통합한다. 현재 현지 수취 네트워크는 17개 핵심 시장을 커버하고, 글로벌 지급 역량은 200여 개 국가와 지역을 커버하며, 법정화폐 또는 스테이블코인으로 자금 지급을 지원한다. 동시에 우리는 미주, 유럽, 아시아에서 34개의 결제 및 금융 관련 면허와 인가를 보유하고 있어, 여러 시장의 사업 운영에 규제 기반을 제공한다.
스테이블코인이 바꾼 것은 국경 간 자금 흐름의 중간 단계에서 자금이 묶이는 방식이다. 그러나 양 끝의 인프라 수요를 없애지는 않았다. 현지 수취 계좌, 목표 시장의 지급 유동성, 법정화폐 분배를 규제에 맞게 수행할 수 있는 금융 주체, 그리고 온체인 결제 기록과 전통적 은행 거래 내역 간의 대사와 확인 작업이 그것이다.
이런 작업은 중간에 스테이블코인 통로를 하나 더했다고 해서 쉬워지지 않는다. 오히려 중간 단계의 결제 효율이 높아지면, 양 끝 현지 금융 인프라의 품질이 오히려 결제 서비스 제공자 간의 더 중요한 차별화 요인이 된다.
스테이블코인이 모든 국경 간 결제 시나리오의 최적해는 아니다
스테이블코인이 중간 결제 단계의 문제를 상당 부분 해결했다면, 어떤 거래 시나리오에서는 스테이블코인을 쓰는 것이 오히려 비용과 복잡성을 늘릴 수 있다는 점도 분명히 할 필요가 있다.
첫째, 브라질의 Pix, 인도의 UPI처럼 현지 즉시 지급 네트워크가 이미 상당히 성숙한 시장에서는 국내 자금 이체 자체가 긴 환거래은행 체인을 거칠 필요가 없다. 이런 결제 흐름에 스테이블코인 환전 단계를 추가로 끼워 넣는다고 해서 반드시 그에 상응하는 효율 개선이 나타나는 것은 아니며, 오히려 환전 비용과 운영 복잡성을 높일 수 있다.
둘째, 유동성이 낮은 통화 시장으로 흘러가는 대액 거래의 경우, 진짜 제약 요인은 흔히 결제 속도가 아니라 현지 시장이 충분한 유동성을 공급할 수 있는지다. 스테이블코인이 자금 이동을 빠르게 완료할 수 있다 해도 현지 통화의 유동성을 무에서 창출할 수는 없다. 대액 자금이 이런 시장에 들어가려면 여전히 충분한 자금력을 갖춘 거래 상대방을 찾고 합리적인 환전 가격을 확보해야 한다.
또 다른 유형의 거래는 그 자체가 결제 문제만이 아니라 신용 지원과 관련된다. 예를 들어 신용장, 지급인도 방식(D/P), 또는 처음 협업하는 대형 거래 상대방과의 거래에서는 거래 쌍방이 실제로 필요로 하는 것이 더 빠른 자금 이체가 아니라 신용 심사, 리스크 인수, 이행 보증일 수 있다. 스테이블코인은 결제 도구가 될 수 있지만, 은행의 신용 중개 기능을 대체할 수는 없다.
따라서 스테이블코인이 어떤 시나리오에서 적합하지 않은지를 이해하는 것은 그것이 어떤 우위를 가져오는지를 아는 것만큼 중요하다. 미래에 진정한 경쟁력을 갖춘 금융기관은 모든 국경 간 시장을 스테이블코인 적용 기회로 바라보는 것이 아니라, 실제 업무에서 각 결제 레일의 적용 경계를 충분히 이해하는 기관일 것이다.
다음 단계의 경쟁은 여전히 현지 인프라에 달려 있다
스테이블코인은 국경 간 결제 중간 단계의 자금 장벽을 낮췄지만, 양 끝 현지 시장의 규제와 운영 장벽을 낮춘 것은 아니다. 어느 정도는 중간 결제 효율이 점차 수렴하면서 현지 인프라의 중요성이 오히려 더 부각된다.
미래에 진정한 경쟁력을 갖춘 기관은 현지 수취 계좌, 지급 유동성, 규제를 준수하는 운영 주체, 그리고 오랜 기간 구축해 온 은행 협력 관계에 지속적으로 투자해야 한다. 이런 역량은 단기간에 복제할 수 없고, 단순히 기술 업그레이드만으로 해결되는 것도 아니다.
이는 PhotonPay가 최근 4,000만 달러 규모의 시리즈 C 투자를 완료한 뒤 다음 단계에서 중점 투자하는 방향이기도 하다. Blockchain Capital이 리드하고 SBI가 신규 투자자로 참여한 이번 라운드에서 우리는 현지 수취 네트워크, 금융 면허 포트폴리오, 그리고 주요 시장의 법정화폐 지급 및 유동성 역량을 더욱 강화할 것이다.
현재 동남아시아, 중동, 아프리카가 우리가 중점적으로 주목하는 세 지역이다.
동남아시아는 현재 사업 규모와 현지 결제 네트워크 기반이 비교적 성숙한 시장으로, 베트남 동, 인도네시아 루피아, 말레이시아 링깃, 필리핀 페소 등 현지 통화의 수취·지급 수요가 계속 늘고 있다. 중동 시장의 발전 속도는 주목할 만한데, 아랍에미리트와 걸프 지역의 금융 규제 프레임워크가 점차 정비되고 기관 참여도도 계속 높아지고 있다. 아프리카 시장의 잠재력은 오랫동안 저평가되어 왔으며, 나이지리아, 가나, 케냐, 남아프리카공화국과 아시아·중동 간의 무역 거래가 더 많은 국경 간 자금 수요를 만들어내고 있고, 현지 금융 인프라는 여전히 더 개선될 여지가 있다.
이 세 지역은 보통 서로 독립된 시장으로 여겨지지만, 진정으로 글로벌 사업을 하는 기업에게는 종종 같은 비즈니스 체인의 서로 다른 단계다. 한 기업이 동남아시아에서 조달하고, 중동에서 판매하며, 동시에 동아프리카에 운영 팀을 두는 경우도 있다. 이런 기업에게 진짜 필요한 것은 서로 연결되지 않은 세 개의 결제 시스템에 각각 접속하는 것이 아니라, 서로 다른 시장을 관통하고 글로벌 자금을 통합 관리할 수 있는 하나의 인프라다.
이것이 바로 글로벌 결제 네트워크가 다음 단계에서 해결해야 할 문제다. 여러 독립 시장의 접속을 단순히 이어 붙이는 것이 아니라, 서로 다른 시장의 현지 금융 역량이 진정으로 효과적인 연결을 이루게 하는 방법이다.
스테이블코인은 국경 간 결제의 경제 구조를 바꾸고 있지만, 결제 효율이 기업이 실제로 사용할 수 있는 자금으로 전환되기까지는 여전히 현지 유동성, 규제를 준수하는 금융 서비스 역량, 그리고 오랫동안 축적된 기관 협력 관계가 필요하다.
국경 간 결제의 경쟁은 이제 누가 돈을 한 나라에서 다른 나라로 더 빨리 보내는지를 겨루는 것이 아니라, 누가 서로 다른 시장에서 그 돈을 실제로 받아내고 현지 비즈니스 시스템으로 원활히 진입시키는지를 겨루는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