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AI 대약진

삼성과 SK하이닉스가 국가적으로 반도체에 베팅하며, 10년간 4800조 원 투자를 약속했다. 한강의 기적부터 1997년 위기까지, 국가 주도 체제의 성공과 실패가 다시 펼쳐진다. 이 도박이 역사적 교훈을 피할 수 있을까?

저자: 둥우증권 천리(陈李), 거샤오위안(葛晓媛)

이것은 박정희 시대보다 더 큰 도박이다.

2026년 6월 29일, 서울. 이재명 대통령이 전국이 지켜보는 카메라 앞에서 두 기업인에게 거의 90도로 허리를 숙였다. 그는 그들을 "국민 영웅"이라고 불렀다. 삼성전자 회장 이재용, SK그룹 회장 최태원. 두 사람 모두 사법 사건으로 수감된 적이 있다. 이재용은 '국정농단' 사건으로 207일간 수감되었고, 최태원은 횡령 혐의로 징역 4년을 선고받았다. 그리고 오늘, 한국은 향후 10년간 가장 중요한 산업 변혁을 그들에게 맡겼다.

그 발표회의 이름은 웅장했다. 바로 '대한민국 대약진 3대 슈퍼 프로젝트 국민 보고회'. 삼성과 SK 두 그룹은 그 자리에서 향후 10년간 총 4800조 원(약 21조 위안)을 투자해 인공지능, 반도체, 에너지 인프라에 베팅할 것을 약속했다. 앞서 한국 국회가 통과시킨 대미 3500억 달러 투자 특별법까지 더하면, 이번에 한국이 건 것은 사실상 국가 전체의 산업 미래나 다름없다.

'대약진'이라는 단어를 보면 많은 사람이 마음이 움직인다. 반세기 전에 한국은 이미 한 차례 '대약진'을 경험했기 때문이다. 바로 박정희 시대의 중화학공업 선언이었다. 두 차례의 대약진은 50년의 시차를 두고 있지만, 기본 로직은 동일하다. 국가 역량을 총동원해 자원을 집중하고, 국가의 명운을 좌우한다고 판단되는 하나의 산업 분야에 전력을 다하는 것이다. 이 로직은 한국 역사에서 '한강의 기적'이라는 찬란한 장을 쓰기도 했지만, 1997년 금융 위기라는 뼈아픈 교훈을 남기기도 했다. 이번 AI 대도박은 어쩌면 '국가 자본주의'라는 전략 자체를 관찰할 수 있는 절호의 창이 될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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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 주도 시스템의 성공 패러다임: 정부가 장수를 지명하고, 재벌이 출정하다

1973년 1월 12일, 박정희 대통령은 신년 기자회견에서 '중화학공업 선언'을 발표하며 철강, 석유화학, 자동차, 기계, 조선, 전자 등 10대 산업을 국가 전략 중점으로 지정하고, 국무총리가 위원장을 맡는 중화학공업 추진 위원회를 설립했다. 기업들이 과감히 뛰어들고 투자할 수 있도록, 정부는 은행 시스템에 대수술을 가했다. 중앙은행을 통제하고 민간 은행 지분을 인수했으며, 주요 재벌들에게는 전액 신용 보증을 제공하고 이자율을 물가상승률보다 낮게 억제했다. 삼성, 현대, SK, 한화, 롯데 모두 이러한 정책적 지원 속에서 경공업에서 중화학공업으로의 도약을 완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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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방식의 효과는 오늘날 더 이상 논쟁의 여지가 없다. 1961년 박정희 집권 당시 한국의 1인당 GDP는 94달러에 불과해 많은 아프리카 국가보다 가난한 농업국이었지만, 1979년 그가 서거할 때쯤 1인당 GDP는 1772달러로 올랐고, 포항제철(현 포스코), 현대중공업 등 대표 기업들이 잇달아 세워졌다. 한국은 일본에 이은 세계 2위 조선국으로 부상했으며, 자동차 산업도 이 시기 국산화를 완료하고 본격적인 수출을 시작했다.

이미지 불과 십여 년 만에 자원이 부족하고 시장이 협소한 후발 국가를 산업화된 나라 대열에 올려놓은 것은 세계 경제사에서도 보기 드문 성공 사례다. 오늘날 한국이 반도체, 자동차, 조선, 디스플레이 패널 등 분야에서 갖춘 세계적 경쟁력은 모두 이 시기에 닦아 놓은 산업 기반 덕분이다.

오늘날의 시나리오는 놀라울 정도로 비슷하다. 이재명 정부는 이번 투자 구상을 '3대 슈퍼 프로젝트', 즉 반도체, AI 데이터센터, 피지컬 AI(Physical AI)라고 명명했으며, 이 셋은 "Project Trinity"(삼위일체 프로젝트)로 연결된다. 산업통상자원부, 과학기술부, 기후부, 국토교통부가 총출동해 전력, 용수, 토지 등에 대한 전폭적인 행정 지원을 약속했다. 구윤철 경제부총리는 "정부의 강력한 지원 약속이 없었다면 기업들이 해외 투자를 선택했을지 모른다"고 솔직하게 말했다.

차이는 자금의 출처에 있다. 당시 재벌들이 쏟아부은 돈은 주로 정부 보증의 은행 대출로, '국가 신용이 앞장서고 기업이 따라붙는' 방식이었다. 이번에 삼성과 SK의 투자 여력은 실질적인 영업이익에서 나온다. 삼성전자의 2026년 1분기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756% 폭증했고, SK하이닉스의 2026년 예상 이익은 239조 원에 달할 전망이다. 똑같이 '국가가 장수를 점찍고 재벌이 출정하는' 방식이지만, 하나는 국가 신용으로 지렛대를 삼은 산업 도약이고, 다른 하나는 시장 이윤으로 추진하는 산업 베팅이다. 둘 다 정부의 전략적 방향 설정과 기업의 실행 능력이 결합한 '한국형 모델'을 보여주지만, 이번에는 기업 자체의 자금 조달 능력이 과거보다 훨씬 더 강력해졌다.

집중이 가져온 성과: 하나의 산업 사슬이 국가 수출 절반을 떠받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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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희 시대의 중화학공업화는 산업 배치가 상대적으로 분산되어 있었다. 철강은 포항, 조선은 현대중공업, 자동차는 현대차, 화학은 여러 기업이 나눠 맡았다. 하지만 이번 AI 물결은 더욱 집중되어 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고대역폭 메모리(HBM)라는 단 하나의 제품으로 글로벌 산업사슬의 핵심 위치에 올라섰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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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치가 매우 직관적이다. 세계 HBM 시장은 거의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마이크론이 삼분하고 있으며, SK하이닉스는 세계 HBM 시장 점유율 50% 이상을 단독으로 차지하며 엔비디아의 독점 핵심 공급업체로서 2029년, 2030년까지 수주가 밀려 있다. 삼성그룹의 2024년 매출은 한국 연간 GDP의 약 13%에 달했다. 2026년 6월, SK하이닉스는 시가총액에서 삼성전자를 넘어 한국 증시 1위에 올랐다. 2000년 이후 삼성이 '코리아 대표주' 자리를 내준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러한 집중이 가져다 준 거시적 효과는 즉각적이었다. 2026년 6월, 한국의 수출액은 월간 사상 처음으로 1000억 달러를 돌파하며 전년 동기 대비 60.4% 증가했다. 이 중 반도체 수출액은 무려 371억 5700만 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약 두 배 급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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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한 성과의 배경에는 한국 기업들의 AI 인프라 물결에 대한 정확한 포지셔닝이 있다. 삼성은 구글과 함께 TPU 칩을 공동 개발하고, 삼성과 SK하이닉스는 OpenAI 및 오라클과 손잡고 '스타게이트(Stargate)' 슈퍼컴퓨터 프로젝트를 추진 중이다. 글로벌 AI 컴퓨팅 파워 경쟁이 가장 치열했던 지난 몇 년 동안, 한국은 메모리 칩 분야의 기술 축적을 바탕으로 이번 물결에서 가장 큰 혜택을 본 국가 중 하나로 자리매김했다.

이것이 이번 투자 계획이 이처럼 과감한 베팅을 할 수 있었던 자신감의 근거다. 무모한 모험이 아니라 이미 검증된 강점 분야에 판돈을 더한 것이다.

물론, 높은 집중도는 경제 구조가 소수 산업과 소수 기업에 더 크게 의존한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한양대학교 경제학과 김광석 교수는 반도체를 제외한 다른 업종의 수출 실적은 상대적으로 부진하다는 점을 지적한 바 있다. 이 때문에 이재명 정부는 이번 투자 청사진에 수도권 독점을 깨고 전라도 등 지역으로 생산 역량을 분산시키는 방안을 포함시켜, 집중된 산업 과실이 더 넓게 확산되도록 하려는 의도를 담았다.

부의 흐름: 강남 신도시에서 동탄 아파트로

국가 총력으로 이뤄낸 산업 기적은 결국 서민의 지갑과 주거지로 이어지기 마련이다. 흥미롭게도 두 차례의 '대약진' 모두 부가 부동산으로 흘러들어간 경로가 대단히 유사하다.

한강의 기적 시기, 중화학공업화는 실질적으로 서민 생활 수준을 높였다. 1978년 한 한국 신문의 조사에 따르면, 10년 이상 근무한 사무직 가정은 모두 텔레비전을 보유했고, 90%가 냉장고를, 60% 이상이 세탁기를, 40% 이상이 피아노를 구비해 당시 개발도상국 중에서도 꽤 눈에 띄는 수준이었다. 그러나 부의 또 다른 부분은 부동산에 고착되었다. 수도 서울의 과도한 인구와 산업 집중을 분산시키기 위해 정부 주도로 강남 신시가지를 개발했지만, 결과는 시사하는 바가 크다. 도시화 속도가 너무 빨라 신시가지가 전반적인 집값을 낮추지 못했고, 강남은 오히려 서울에서 집값이 가장 비싼 부촌으로 성장해 이후 한국의 만성적인 집값 불안의 씨앗을 가장 먼저 심었다.

이번에는 부가 부동산으로 전이되는 속도가 더 빠르고 직접적이었다. 한국 100대 기업이 올해 1∼5월 지급한 주식 보상 총액은 2조 2800억 원으로 작년 동기의 3.3배에 달했다. 삼성전자, SK하이닉스 직원들의 성과급은 곧바로 구매력으로 전환되었다. 칩 공장 주변의 '반도체 벨트'를 대표로, 경기도 동탄 지역의 전용면적 84㎡ 아파트 한 채가 불과 2주 만에 9억 9800만 원에서 11억 2000만 원으로 뛰었다. 서울 아파트 가격은 6월 중순까지 72주 연속 상승세를 이어갔다. 수입차, 명품 시계 등 고급 소비도 덩달아 늘어, 많은 딜러들이 전시장을 찾는 고객 열 명 중 여덟아홉 명은 반도체 회사 직원이라고 전했다.

이번 부의 효과가 가져온 생활 수준 향상은 실질적이지만, 그 분배는 고르지 않다. 김용범 대통령실 정책실장은 주목할 만한 수치를 언급한 바 있다. 2026년 1분기 한국의 실질 GDP 성장률이 3.8%인 데 반해, 실질 국내총소득(GDI) 증가율은 13.2%에 달했다. 이 두 지표의 큰 괴리는 칩 가격 상승이 가져온 구매력 증가가 실물 생산 자체의 성장을 훨씬 뛰어넘었음을 의미하며, 이 과실은 현재 소수 산업과 소수 가계에 집중되어 있을 뿐 아직 더 넓은 경제 영역으로 충분히 스며들지 못했다는 점을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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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적 경험에 비추어 보면, 이러한 과잉 유동성은 결국 부동산 시장으로 흘러드는 경우가 많다. 이는 50년 전의 강남 이야기와 어느 정도 동일한 로직의 현대판이다. 산업 번영이 창출한 부가 가장 먼저 도달하는 착지점은 흔히 중심 입지의 아파트 한 채이기 때문이다.

집값 급등에 직면해 한국은행은 정책금리를 2.5%로 동결하고 매파적 기조를 유지했다. — 이는 또한 정책 당국이 “산업 번영 지원”과 “자산 거품 통제” 사이에서 미묘한 균형을 잡아야 한다는 점을 다른 각도에서 보여준다: 통화정책을 지나치게 긴축하면 아직 과실을 나누지 못한 중소기업과 일반 차주에게 부담이 불균형하게 집중될 수 있고, 지나치게 완화하면 이미 높은 집값을 더 밀어올릴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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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적 역량의 두 얼굴: 성패소하(成敗蕭何)

어떤 국가적 역량으로 추진된 산업 전략이든, 그 혜택과 리스크는 동전의 양면과 같다. 박정희 시대의 경험이 이를 분명히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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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화학공업화 초기, 정부 보증의 저금리 대출은 재벌들이 시장만으로는 넘기 어려운 자금 문턱을 넘게 도왔고, 국제 경쟁력을 갖춘 대기업들을 탄생시켰다. 이는 당시 후발 국가가 산업화를 추격할 수 있는 거의 유일한 현실적 경로였다. 그러나 이 메커니즘이 후반기로 접어들면서 누적 효과가 나타나기 시작했다. 1997년까지 상위 30대 재벌의 평균 부채비율은 500%를 돌파했고, 일부 재벌은 1000%를 넘어섰다. 위기가 닥치자 높은 레버리지 구조의 취약성이 집중적으로 드러났고, 3만여 개 기업이 도산했으며 대우그룹 같은 2위 재벌도 무너졌다. 경제성장률은 평소 8% 이상에서 -5.13%로 급락했다. 이 위기는 이후 기업, 금융, 노사, 공공기관의 4대 부문 개혁을 촉발했고, 한국 경제는 진통을 겪으며 보다 규범화된 궤도에 오르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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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AI 대약진은 출발점이 그때와 다르다. 삼성과 SK는 이번에 신용 레버리지가 아닌 자체 영업현금흐름을 투입했다. 이는 리스크의 주체가 더 명확해졌음을 의미한다. 만약 업황 변동이 생기면 기업의 자체 대차대조표가 먼저 충격을 흡수할 뿐, 곧바로 은행 시스템으로 전염되지 않는다. 이는 50년 전과 비교한 한국 산업정책의 분명한 진전이다.

그러나 ‘국가적 역량’이라는 모델 자체가 내재한 몇 가지 구조적 과제는 시대가 변해도 사라지지 않고, 단지 다른 형태로 나타났을 뿐이다.

규모의 지속 가능성. 두 대기업이 합의한 투자 규모는 한국 연간 GDP의 상당한 비율에 해당한다. 대미 투자 협약 등을 포함하면 그 규모는 더욱 방대하다. 이러한 대규모 투자 공약이 향후 5년, 10년 나아가 20년간 지속적으로 이행될 수 있을지는 경제 사이클, 기업 수익성 등 여러 조건이 맞아떨어져야 한다.

산업 사이클의 법칙은 여전히 존재한다. 메모리 반도체 업종은 역사적으로 뚜렷한 사이클을 보여 왔다. 수요 증가, 가격 상승, 전 업종 설비 확장, 공급 과잉, 가격 하락이 반복된다. SK하이닉스 자체도 2026년 2분기에 HBM4 증설 속도를 선제적으로 늦추고 일부 생산 능력을 범용 DRAM으로 전환하며, 2028년 전후로 예상되는 공급 집중 해소에 미리 대비하고 있다. 이러한 만일의 사태에 대비하는 자세는 기업이 주기적 리스크를 냉철하게 인식하고 있음을 보여주며, 이번 투자가 과거보다 더 신중하다는 점을 방증한다.

산업 사슬 편입으로 인한 연동 리스크. 이번 한국의 AI 전략은 미국을 핵심으로 하는 AI 생태계에 깊숙이 편입되는 길을 선택했다. 이는 미·중 기술 경쟁 구도 속에서 한국이 대체 불가능한 위치를 찾게 해 주었지만, 새로운 연동 리스크도 함께 가져왔다. 글로벌 공급망 판도나 강대국 간 산업 정책이 조정되면, 산업 사슬의 핵심 노드에 있는 한국 기업들은 외부 환경 변화를 더욱 직접적으로 체감하게 될 것이다.

산업 발전 속도에 비해 그 과실의 분배는 항상 뒤처진다. 한국 반도체 업종은 10억 원의 효익을 창출할 때 유발하는 일자리가 전 업종 평균의 5분의 1에 불과하다. SK하이닉스 직원들의 연말 보너스가 한때 기본급의 3264%에 달했으나, 이러한 보상의 탄력성은 현재 소수 핵심 기업 직원들에게 집중되어 있다.

이는 한국만의 문제가 아니다. 첨단 기술, 자본 집약적 산업에서는 보편적으로 나타나는 현상이다. 과실을 어떻게 하면 더 고르게 확산시킬 것인가는 단일 전략 산업에 베팅한 경제권들이 중후반기에 공통적으로 맞닥뜨리는 과제다. 대통령정책실장 김용범은 AI 붐이 가져오는 초과 세수를 국민 복지에 더 많이 사용하는 방안을 제안한 바 있다. 이런 논의가 등장한다는 것은 한국 사회가 이미 위기가 발생한 뒤에야 대책을 세우는 것이 아니라, 미리 고민을 시작했다는 것을 의미한다.

역사는 단순히 반복되지 않지만, 과제의 본질은 통한다

이 두 차례의 ‘대약진’을 나란히 놓고 보면, 가장 큰 공통점은 구체적인 숫자가 아니라 그 논리 자체에 있다. 자원이 한정된 경제체가 국가적 역량을 총동원하여 미래의 명운을 결정할 하나의 산업 트랙에 자원을 집중 투입하고, 국가의 산업 운명을 실행 능력을 갖춘 소수의 슈퍼 기업에 맡기는 방식이다. 이 모델의 장점은 의사 결정 효율이 높고 자원 배분이 빨라서, 후발 경제체가 중요한 기회의 창에서 추격 또는 추월을 달성할 수 있게 해준다는 점이다. 한국의 반도체, 조선, 자동차 산업의 부상은 모두 이 논리 아래 맺은 결실이다.

박정희가 행정 권력과 은행 신용의 강제 배분에 의존했다면, 이재명은 기업의 초과 이윤을 자발적으로 재투자하는 방식에 의존한다. ‘수혈식’에서 ‘자생적 환류식’으로 전환된 이번 투자는 과거보다 익스포저가 작고 복원력은 더 강하다. 하지만 자생적 환류 능력에도 주기적 한계가 있다. 삼성과 SK가 21조 원을 미래에 투자할 수 있었던 것은 최근 몇 년간 HBM 수요가 역사적인 폭발을 보였기 때문이다. 만약 글로벌 AI 인프라 구축 붐이 식고, 메모리 반도체 가격이 역사에서 여러 번 반복되었듯이 하락하면, 현재의 초과 이윤으로 뒷받침되는 이 10년 청사진이 원래 계획대로 밀고 나갈 수 있을지는 시간이 답해 줄 것이다.

이것이 바로 산업정책의 맥락에서 ‘성패소하’의 진정한 의미일지 모른다. 큰일을 이룰 수 있는 역량을 집중시키는 그 메커니즘의 힘은 본질적으로 양방향이다. 상승 국면에서는 시장의 자생적 힘으로는 따라잡을 수 없는 속도를 창출하지만, 중후반부에 접어들면 번영을 지탱하는 제도적 장치도 시대에 맞춰 조정하여 레버리지, 집중도, 분배 형평성 같은 구조적 과제를 소화해야 한다. 1997년의 교훈은 중화학공업화 자체가 잘못된 것이 아니라, 신용 메커니즘이 ‘추격기 확장’에서 ‘성숙기 규범’으로의 전환을 제때 완수하지 못한 데 있다.

정책의 시사점: 반드시 국가적 역량의 전쟁을 치러야 한다면, 무엇을 보완해야 하나

국가적 역량으로 전략 산업에 베팅하는 이 경로는 앞으로도 여러 경제체에 의해 반복적으로 선택될 가능성이 높다. 그렇다면 더 현실적인 질문은 이것이다. 한국의 이 두 차례 ‘대약진’의 경험과 교훈을 참고하여, 어떻게 해야 ‘성패소하’의 성공을 붙잡고 실패 확률을 낮출 수 있을까? 앞서 검토한 실마리들을 바탕으로, 최소한 네 가지 방향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첫째, 돈이 어디서 오느냐에 따라 리스크도 그곳으로 향한다. 박정희 시대의 교훈은 솔직하다. 정부가 보증한 신용은 기업들이 과감히 공격하고 투자하게 했지만, 그 리스크는 궁극적으로 은행 시스템에 쌓여, 경기 사이클이 반전되면 시스템적 리스크를 도저히 소화할 수 없게 되었다는 점이다. 이번에 삼성과 SK가 자체 영업이익으로 자금을 조달한 것 자체가 이미 더 견실한 방안이다. 하지만 향후 투자 규모가 자체 현금흐름의 감당 능력을 초과하여 대규모 부채에 의존하게 된다면, 동일한 위험 요소가 다시 고개를 들 것이다. 동시에 산업 사이클의 법칙은 한 번도 사라진 적이 없다. 메모리 반도체 업종의 등락은 이미 수없이 검증되었다. SK하이닉스가 HBM4 증설 속도를 늦추고 일부 생산 능력을 범용 DRAM으로 돌리는 행위 자체가, 2028년 전후로 발생할 수 있는 공급 과잉에 대비한 보험이다. 자금 조달을 빠르게 ‘신용 의존’에서 ‘이익 자체 조달’로 전환하고, 생산 능력 계획을 미리 경기 반전에 대비해 완충한다면 충격에 견디는 힘은 더 강해질 것이다.

둘째, 계란을 한 바구니에 담지 말아야 한다. 국내도 마찬가지고, 국제적으로도 같다. 중화학공업 시대에는 철강, 조선, 자동차, 화학이 각각 발전하여, 설령 한 업종이 어려워도 전체 경제에는 여유 공간이 있었다. 이번에는 베팅이 반도체와 HBM 하나의 사슬에 더욱 집중되어 있다. 이재명 정부가 투자 청사진에 피지컬 AI, 에너지 인프라 등 여러 방향을 추가하고 전라도 등 지역으로 생산 능력을 분산시키려는 방향은 옳다. 이와 함께, 이번 AI 전략에서 미국 중심의 AI 생태계에 깊숙이 편입되기로 한 선택은 한국에 대체 불가능한 위치를 부여했지만, 동시에 글로벌 공급망 판도나 강대국 간 산업 정책의 조정이 있을 경우 한국이 더욱 직접적으로 외부 충격에 노출된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산업 포트폴리오의 분산과 함께 시장 및 기술 루트의 적절한 분산은 본질적으로 동일한 리스크 헤지 논리이며, 이 둘 중 어느 하나도 빠져서는 안 된다.

셋째, 번영이 계속되는 동안에 분배를 논의해야지, 문제가 터진 후에 보완하려 해서는 안 된다. 한국 반도체 산업이 단위 생산액 당 창출하는 일자리는 전 업종 평균에 훨씬 못 미치며, 이것은 산업의 과실이 자연히 소수 핵심 기업과 소수 엔지니어 집단에 집중되기 쉬운 구조임을 결정한다. 김용범 실장이 ‘초과 세수를 국민 복지에’ 사용하자고 제안한 논의나, 삼성 노동조합의 이익 공유 협상은, 모두 번영이 아직 지속되는 단계에서 분배 문제를 다루기 시작한 것이다. 이는 위기나 사회적 불만이 한계점에 도달한 후에야 움직이는 것보다 훨씬 비용이 낮다.

넷째, 산업정책과 부동산 정책은 같은 탁자 위에서 논의되어야 한다. 동탄 아파트가 2주 만에 폭등하고 서울 집값이 72주 연속 상승한 것은, 산업 번영이 가져온 유동성이 자연스럽게 가장 쉬운 저수지인 부동산으로 흘러든다는 것을 보여준다. 인플레이션 압력과 자산 버블 사이에서 갈등하는 한국은행의 딜레마는, 간과하기 쉬운 하나의 규칙을 시사한다. 국가 역량으로 전략 산업을 집중 육성할 때는 통화 정책과 부동산 규제도 동시에 따라가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산업적 성취가 부동산 거품에 의해 희석되고, 나아가 산업 자체의 인건비와 생활 물가를 끌어올리는 역효과를 낳을 수 있다.

이 네 가지는 결국 하나의 이치를 다른 측면에서 말하고 있을 뿐이다. 국가 주도 체제의 힘은 산업의 상승기에는 거의 대체 불가능하지만, 그 힘이 결승선까지 도달할 수 있을지는 설계자가 번영이 실제로 찾아오기 전에, 이미 번영의 썰물이 밀려올 날을 준비해 두었는지에 달려 있다.

반세기 전, 한국은 ‘중화학공업 선언’ 하나로 농업 국가를 산업화의 급행 열차에 태워 ‘한강의 기적’을 창조했지만, 그 과정의 후반부에서는 1997년의 깊은 위기도 겪었다. 오늘날 한국은 ‘3대 슈퍼 프로젝트’라는 또 하나의 구상으로, 국가의 산업 운명을 반도체와 AI라는 산업 사슬에 더욱 집중적으로 걸고 있다.

이번에 투자를 뒷받침하는 ‘소하’는 정부가 보증한 은행 신용이 아니라, 기업 스스로 축적한 영업이익이다. 이 자체가 진정한 제도적 진화이며, 지난 30년간 한국 산업정책 개혁의 결실이 드러난 대목이다.

이 포부가 향후 10년을 순조롭게 달려나갈 수 있을지에 대한 답은, 아마도 투자 규모 그 자체가 얼마나 큰지에 달려 있지 않을 것이다. 오히려 한국이 이번 호황이 실제 정점에 도달하기 전에 레버리지 수준, 산업 사이클, 분배의 공정성이라는 과제들을 50년 전보다 한결 여유 있게 풀어낼 수 있느냐에 달려 있다. 이는 한국에 던져진 시험대인 동시에, “국력을 기울여 전략 산업을 발전시킨다”는 길을 걷고 있는 모든 경제체에게 지속적으로 지켜볼 가치가 있는 표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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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A荐读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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