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자: 算力之心
2026년 7월 6일 월요일 장 초반, 비트코인 채굴기업 TeraWulf(NASDAQ: WULF)의 주가가 갭 상승으로 출발해 장전 15% 폭등했다.
시장을 달군 것은 20년짜리 장기 임대 계약이다.
대형 모델을 만들며 매일 OpenAI와 경쟁하는 AI 공룡 Anthropic이 TeraWulf를 찾아 임대차 계약을 맺었다.
이 계약에는 두 가지 핵심 숫자가 있다.
- 첫째는 기간: 무려 20년.
- 둘째는 규모: 401메가와트(MW)의 IT 부하 용량.
장소는 켄터키주의 ‘Justified Data’라는 캠퍼스로 정해졌다.
이 20년 계약으로 TeraWulf는 190억 달러의 계약 수익을 올릴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앞으로 20년 동안 매년 10억 달러 가까이 들어오는 셈이다.
AI 거물의 초대형 장기 계약으로 향후 20년간의 현금 흐름 전망을 확정 지은 것, 이것이 TeraWulf 주가 급등의 직접적 이유다.
1. 장기 계약을 따내는 한편 자산을 매각하다
190억 달러 규모의 빅딜을 공개한 바로 그날, TeraWulf는 자산 한 건도 팔았다.
텍사스주 Abernathy 합작 프로젝트의 지분 50.1%를 약 5.3억 달러에 프리미엄을 얹어 Fluidstack이 이끄는 투자단에 매각한 것이다.
이 텍사스 프로젝트는 2025년에 막 설립돼 168메가와트 용량으로 기획됐으며, 원래 AI 데이터센터로 조성하려던 곳이었다.
한쪽에서는 Anthropic 같은 최상위 고객을 묶어두고, 다른 쪽에서는 합작 프로젝트를 팔아 현금화하는 모양새다.
언뜻 반대로 보이는 이 두 움직임의 논리는 사실 같다.
텍사스 프로젝트는 합작이기 때문에 이익도 발언권도 나눠야 한다.
반면 켄터키주 프로젝트는 TeraWulf가 100% 지분을 보유한 데다 Anthropic을 직접 유치했다.
TeraWulf의 CEO Paul Prager는 ‘인프라를 직접 소유·운영하며 캠퍼스의 장기 발전을 직접 통제하는 것’이 핵심 전략이라고 공개적으로 밝혀왔다.
생각은 분명했다. 합작 프로젝트를 프리미엄이 붙은 지금 팔아 현금을 쥐고, 전액 100% 지배하는 켄터키 땅에 쏟아부어 190억 달러를 쓸 수 있는 큰 손님 Anthropic만 정성껏 모시겠다는 것이다.
두 가지 수를 맞물리며 TeraWulf는 비트코인 채굴회사에서 본격적으로 최고급 AI 전산실 전문 기업으로 전략의 중심을 옮겼다.
2. 컴퓨팅 파워 대신 땅만 빌려주는, 채굴기업의 숨은 패
사실 비트코인 채굴에서 AI로 갈아타 수익을 내려는 움직임은 TeraWulf가 처음이 아니다.
업계의 오랜 플레이어인 IREN, Core Scientific, Hut 8 등도 모두 전환 중이다.
채굴기업의 전환에는 크게 두 가지 모델이 있다.
하나는 IREN처럼 GPU를 직접 사서 AI 클라우드를 구축한 뒤 마이크로소프트 같은 큰 고객에게 바로 임대하는 방식이다.
다른 하나는 TeraWulf처럼 부지와 전력만 빌려주고 고객이 직접 서버를 가져오는 방식이다.
TeraWulf는 ‘큰 건물주’가 되는 길을 택했다. AI 규격에 맞는 물리적 공간과 전력만 대주고 서버는 신경 쓰지 않는다.
지금 AI 업계는 칩과 전력, 두 가지가 모두 빡빡하다.
하지만 전력 쪽이 더 단단한 장기 병목이다. 대형 모델 훈련은 전기를 극단적으로 먹어대는데, 미국 전력망은 단기간에 확장 자체가 불가능하다. 변압기만 해도 35년 줄을 서야 하고, 2026년 데이터센터 프로젝트의 3050%가 2028년으로 연기될 상황이다.
그래서 AI 공룡들이 곳곳에서 장기 임대 계약(Build-to-suit)을 따내는 것은, 본질적으로 전기와 땅이라는 물리적 자리를 선점하려는 것이다.
이것이야말로 비트코인 채굴기업의 가장 큰 숨은 패다.
몇 년 전 채굴을 위해 이미 확보해둔 전력망 연계 지점과 땅, 복잡한 계통 승인 절차를 모두 끝내둔 자산 말이다.
Anthropic이 190억 달러, 20년짜리 장기 계약을 체결한 핵심은 바로 TeraWulf 손에 이미 있는 켄터키 땅과 전기를 묶어두려는 것이다.
좋은 입지와 전력망 배정은 지금 선점하지 않으면 앞으로 더 비싸지고 더 귀해질 뿐이다.
3. 190억 달러 사이에 놓인 18개월의 진공 구간
190억 달러의 장기 수익은 분명 매혹적이지만, 계약서 속에는 냉정한 시간차가 숨어 있다.
켄터키 캠퍼스는 첫 인도 시점이 2027년 하반기이고, 완전 가동은 2028년 초에야 가능하다.
그런데 지금은 2026년 7월이다.
앞으로 최소 1년 동안 TeraWulf는 이 계약에서 실질적인 운영 수익을 한 푼도 가져올 수 없다는 뜻이다.
그러나 공사 기간에는 땅 고르기, 전산실 설계, 전력망 줄다리기, 냉각 설치 등 모든 단계에 돈이 들어간다.
그래서 텍사스 합작 프로젝트를 서둘러 처분한 것이다. 총 거래 대가는 약 5.3억 달러로, 투입 자금 약 4.5억 달러를 현금화했다.
초기 인프라는 돈을 빨아들이는 블랙홀이기 때문이다.
한편 이 20년 장기 계약의 가치는 Anthropic 자체의 재무 건전성과도 한 몸이다.
Anthropic은 최상위 AI 회사지만, 대형 모델 연구개발은 그 자체로 현금을 태우는 생존 경쟁이다.
20년 임대차는 임차인에게 아주 긴 호흡의 생존력을 요구한다.
공개된 정보에는 이 190억 달러의 이익률과 비용 구조가 분석돼 있지 않다.
오늘 시장의 축제는 먼 미래에 현실이 될 기대를 사는 것이다.
TeraWulf라는 이름은 처음 지을 때 아마 ‘테라 단위의 늑대’ 정도를 상상했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 보면 부동산 늑대에 더 가깝다.
채굴은 그만뒀다. 이제 임대료를 받는다.
채굴회사의 AI 전환 물결 속에서 가장 가치 있는 자산은 아주 또렷해졌다.
컴퓨팅 파워에 대한 불안의 끝에서, 핵심 경쟁은 가장 전통적인 비즈니스로 돌아왔다. 땅 한 구획에 전기를 넣는 것.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