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리자
미국 국채 금리가 고점에서 빠르게 내려오면서, 그동안 금리 상승을 함께 밀어올렸던 두 힘인 AI 투자 열풍과 에너지 가격 충격이 분화하기 시작했다. 골드만삭스는 연준 정책 경로에 대한 시장의 판단이 더 큰 불확실성에 직면했으며, 12월 금리 인상 여부와 무관하게 새로운 리스크 재평가를 촉발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목요일 10년물 미국 국채 금리는 하루에 17bp 하락해 2023년 3월 이후 최대 일일 낙폭을 기록했고, 다시 5% 아래로 내려섰다. 골드만삭스의 금리·통화·원자재(FICC) 부문 전략가 코시모 코다치-피사넬리는 최신 보고서에서 금리 하락을 이끈 것이 바로 이전에 금리 상승을 부추겼던 AI 거래라고 지적했다.
AI 주식이 매도세를 맞으면서 자금이 다시 장기 듀레이션 미 국채로 흘러들었고, 주식과 채권의 상관관계가 반전되면서 채권이 다시 주식 투자자의 리스크 헤지 수단이 됐다. 그러나 이것이 금리 상승 리스크가 해소됐다는 뜻은 아니다. AI 자본지출과 부채 조달이 초래하는 미 국채 공급 압력은 여전히 남아 있고, 에너지 가격과 인플레이션 흐름도 연준의 다음 행보를 예측하기 어렵게 만들고 있다.
골드만삭스는 여전히 12월 금리 인상을 기본 시나리오로 보지만, 시장이 25bp 인상을 온전히 다시 반영하기는 쉽지 않다고 판단한다. 동시에 AI 성장 전망, 에너지 충격, 채권 수급 간의 상호작용이 변화하고 있어 시장은 성장 기대 악화를 경계하는 동시에 인플레이션이 계속 높은 수준을 유지할 때 생기는 긴축 리스크도 무시할 수 없는 상황이다.
AI 거래 반전, 미 국채에 다시 안전자산 매수세 유입
코다치-피사넬리는 최근 미 국채 금리 하락을 세 가지 요인으로 정리했다. 고금리가 AI 관련 자산을 압박하기 시작했다는 점, AI가 이끄는 성장이 크게 둔화할 꼬리 위험이 다소 높아졌다는 점, 주식·채권 상관관계가 변화하면서 장기 듀레이션 미 국채가 다시 주식 리스크 헤지 역할을 하게 됐다는 점이다.
이 같은 변화는 이달 초 미국 인플레이션 데이터가 예상보다 강하게 나오면서 주식과 채권이 동반 하락했던 상황과 대조된다. 노무라증권 전략가 찰리 매컬리건도 앞서 시장이 AI가 이끄는 성장 전망을 재평가하면서 채권이 다시 포트폴리오 헤지 수단으로 부상했다고 지적했다.
한편 AI 관련 신용 스프레드는 연중 가장 넓은 수준으로 확대되며 조달 리스크에 대한 관심이 커졌다. 앞서 골드만삭스는 AI 자본지출이 촉발한 부채 조달 물결이 다시 시작되기 전까지는 신용시장이 잠잠할 수 있다고 경고한 바 있다. 지금은 AI 주식 조정과 신용 스프레드 확대가 지속적인 조달과 자본지출 확장에 의존하는 이 성장 모델을 시험대에 올리고 있다.
다만 골드만삭스는 단기 자금 흐름의 변화만으로는 미 국채시장의 구조적 수급 압력을 되돌리기에 부족하다고 짚었다. 2027년 AI 자본지출은 약 1조 6,000억 달러에 이를 것으로 예상되며, 부채 조달 비중도 높아지고 있다. AI 투자 전망이 실질적으로 붕괴하지 않는 한 관련 조달 수요는 여전히 채권 공급 압력으로 전환될 수 있다. AI 주식에서 빠져나온 자금은 일시적으로 미 국채를 뒷받침할 수 있지만, 지속적인 매수세를 위해서는 주식시장 전반의 하락이나 성장 전망의 추가 악화가 필요하다.
12월 인상은 여전히 골드만삭스 기본 시나리오, 시장 가격 반영은 따라가기 어려워
연준의 10월 회의를 앞두고 인플레이션 데이터가 강했음에도 시장의 이달 인상 기대는 크게 식었다. 골드만삭스 전략가 코다치-피사넬리는 인플레이션 흐름이 금리 인상의 근거를 제공했지만, 연준 의장 워시가 앞서 향후 금리 결정에 대해 명확한 가이던스를 내놓기를 거부했고 시장은 연준이 10월에는 인상을 유보하고 정책 조정을 12월로 미룰 것이라는 쪽으로 점차 기울었다고 지적했다.
골드만삭스는 12월 인상을 여전히 기본 시나리오로 보지만, 시장이 25bp 인상을 다시 완전히 반영하기는 어렵다고 본다. 주식시장 변동성이 커지면서 투자자들은 금리 인상이 위험자산에 추가로 가할 충격과, 그에 따라 경제·금융 여건이 악화될 수 있는 리스크를 함께 저울질해야 한다.
10월 23일 기준 골드만삭스 데이터에 따르면 시장은 12월 인상을 약 90% 확률로, 2027년 9월까지의 누적 인상을 약 2.7회로 가격에 반영하고 있다. 인상이 상당 부분 가격에 반영됐음에도 향후 정책 경로의 불확실성은 여전히 크다. 골드만삭스의 판단은 연준이 앞으로 어떻게 움직일지 여전히 예측하기 극히 어렵다는 것이다.
이는 미 국채 금리 하락이 곧 금리 정점 도달을 의미하지는 않는다는 뜻이기도 하다. AI 투자 둔화가 성장 전망을 끌어내린다면 미 국채는 안전자산 수요의 수혜를 계속 볼 수 있다. 반대로 에너지 가격이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인플레이션이 좀처럼 내려오지 않는다면, 정책금리와 채권 공급이 다시 금리를 끌어올릴 수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