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2월, 러시아의 한 핵연구센터에서 어이없는 일이 벌어졌다. 직원 몇 명이 소속 기관의 컴퓨팅 장비를 동원해 자신을 위해 암호화폐를 채굴한 혐의를 받은 것이다.
사건은 사로프에서 일어났다. 소련 핵무기 개발과 깊은 인연이 있는 이 폐쇄도시에서, 문제가 된 기관은 평범한 인터넷 기업이 아니라 러시아 연방 핵연구센터 산하 실험물리연구소였다. 기관 대변인은 러시아 비즈니스 컨설팅(RBC)에 누군가가 업무용 컴퓨팅 자원을 채굴을 포함한 사적 용도로 무단 사용하려 했으며 관련자들은 구금되어 형사 입건되었다고 확인해 주었다.
이 뉴스만 보면 '전투민족'에 관한 또 하나의 농담으로 치부하기 쉽다. 그러나 시간축을 뒤로 늘려 보면 더 흥미로운 변화가 보인다. 2024년 러시아는 채굴을 위한 전용 법적 틀을 세웠고, 2026년에는 암호화폐 환전·수탁 기관까지 중앙은행 등록부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핵연구센터 직원이 몰래 컴퓨팅 장비를 돌린 사건에서, 국가가 이 업계에 신분과 세금, 거래 통로를 마련해 주는 단계까지 — 그 사이에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많은 사람이 내놓는 답은 간단하다. 제재를 당했으니 러시아가 암호화폐를 받아들이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이 설명은 중요한 원인을 짚었지만, 이 역사에서 가장 볼 만한 부분을 놓치고 있다.
러시아의 채굴업자, 상인, 재정 당국과 중앙은행은 암호화폐에 거는 기대가 줄곧 달랐다. 전쟁은 이들 사이의 논쟁을 심화시켰다. 대외무역에는 새로운 수금·지급 수단이 필요했지만, 중앙은행은 대금 한 건이 입금되게 하려고 자금 흐름에 대한 관리를 포기할 뜻이 없었다.
러시아는 처음에 왜 코인 금지를 원했나
이미 2014년 1월, 러시아 중앙은행은 비트코인에 대해 공개적으로 경고했다. 그 성명은 가상화폐에 담보가 없고, 가격이 투기적이며, 환전 서비스가 자금세탁과 테러 자금 조달에 연루될 수 있다고 강조했고, 러시아 법률의 '화폐 대체물' 금지 조항을 언급했다.
중앙은행 입장에서 이런 우려는 이해하기 어려운 것이 아니다.
주민이 루블을 비트코인으로 바꾸면 자금이 자국 은행과 금융시장을 떠날 수 있고, 상점이 코인을 직접 받기 시작하면 루블의 결제수단 지위도 영향을 받는다. 가상화폐 가격 변동은 또 매우 격렬해서, 가격이 떨어지면 일반 국민의 손실이 정부가 처리해야 할 사회 문제로 번질 수 있다.
그러나 암호화폐 채굴장을 운영하는 사람들에게는, 캔 코인을 팔 수 있고 수입이 비용을 덮는 한 계속 기계를 돌릴 이유가 있다. 중앙은행의 경고는 이 사업을 어떻게 운영해야 하는지에 답하지 않았고, 이미 투입된 장비도 그 때문에 사라지지 않는다. 몇 년 뒤의 사로프 사건은 이런 이윤 추구 충동이 어디까지 갈 수 있는지를 외부에 보여 주었다.
러시아 지도부가 블록체인 기술에 전혀 관심이 없었던 것도 아니다.
2017년 상트페테르부르크 국제경제포럼 기간에 푸틴은 이더리움 공동 창업자 비탈릭 부테린을 만난 적이 있다. 당시 크렘린이 이 회동에 대해 설명한 바에 따르면, 논의는 러시아에서의 블록체인 기술 활용과 현지 파트너와의 연결 구축을 다뤘다. 기술 활용을 지지하는 이런 태도는 중앙은행의 민간 암호화폐에 대한 경계와 동시에 존재할 수 있었다.
2020년 러시아는 디지털 금융자산 관련 법률을 통과시켰고, 주요 규정은 2021년부터 시행되었다. 이 법은 디지털 금융자산의 발행과 유통 규칙을 세웠으며, 해당 자산은 화폐 채권, 증권 관련 권리 등을 대표할 수 있다. 비트코인은 이 범주에 속하지 않았고, 러시아는 당시에도 여전히 자국 내에서 암호화폐로 상품과 서비스 대금을 지급하는 것을 제한했다.
2022년 1월 20일, 중앙은행은 《암호화폐: 추세, 리스크 및 대응책》 자문보고서에서 러시아 국내 조직의 암호화폐 발행·거래·환전을 금지할 것을 제안하고, 채굴 금지도 주장했다.
러시아 중앙은행이 걱정한 것은 개인투자자들의 투기만이 아니었다. 채굴은 전력을 소비하고, 거래는 자금을 전통 금융체계 밖으로 끌어내며, 민간 화폐는 통화정책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 이런 논리를 따라가면, 업계를 금융체계 밖에 막아 두는 것이 가장 손쉬운 방법으로 보인다.
러시아 재정 당국은 이 답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당시 재정부 금융정책 부서장이던 이반 체베스코프는 금지가 아닌 규제를 공개적으로 주장했다. 암호화폐 거래는 이미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며, 사업을 완전히 해외나 지하로 내몰면 국가가 오히려 규제하기 더 어려워진다.
엿새 뒤, 푸틴은 정부 구성원과의 회의에서 이 논쟁을 언급하며 정부와 중앙은행이 일치된 의견을 만들어야 한다고 요구했다. 그는 동시에 러시아가 채굴에서 어느 정도 경쟁 우위를 갖고 있다고 언급했는데, 전력 조건과 훈련된 인재가 여기에 포함된다.
당시 재정 당국은 이미 존재하는 사업을 국내에 붙잡아 두기를 원했고, 중앙은행은 자금 유출과 민간 화폐의 위험을 막는 데 집착했다. 양측이 여전히 논쟁하는 사이, 전쟁이 가져온 금융 제재가 암호화폐 논의의 전제를 바꿔 버렸다.
제재가 러시아의 선택을 바꿨다
2022년 2월 24일, 러시아는 우크라이나에 대한 전면 군사작전을 개시했다.
같은 해 3월, 국제은행간통신협회(SWIFT)는 EU 규정에 따라 첫 7개 지정 러시아 실체 및 관련 자회사의 연결을 끊었다. 연결이 끊긴 은행들은 이 글로벌 은행 간 전문(電文) 네트워크를 상실했고, 기업들이 갖고 있던 국경 간 은행 결제 체계도 그에 따라 영향을 받았다.
러시아는 이후 위안화 등 통화로 결제하는 비중을 늘렸다. 러시아 중앙은행은 2023년 2·3분기 《금융안정평가》에서 위안화가 러시아 수출 결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그해 1월 13%에서 9월 35%로 상승했다고 밝혔다. 1년이 채 되지 않는 기간에 위안화는 러시아 수출 대금 수취의 중요한 통화가 되었다.
러시아 중앙은행 《금융안정평가》 원문 발췌: 2023년 1월부터 9월까지, 위안화의 러시아 수출 결제 비중이 13%에서 35%로 상승.
그러나 결제를 처리하는 외국 은행들도 업무를 조이기 시작했다. 2023년 12월, 미국은 러시아 군산 복합 기반 관련 거래에 연루된 외국 금융기관에 제재를 가할 수 있는 권한을 확대했다. 은행은 고객과 거래 상대방, 물품의 용도를 심사해야 했고, 일부 기관은 아예 대러 결제 업무를 줄이거나 중단했다.
2024년 4월, 로이터통신은 소식통 5명을 인터뷰한 뒤, 일부 중국 은행이 2차 제재를 우려해 대러 업무를 피했고 기업들은 러시아 대외무역은행의 상하이 지점으로 결제를 돌렸으며 계좌 개설에 곧바로 대기 줄이 생겼다고 보도했다. 한 인터뷰 대상자는 중국 공급업체의 계좌 개설에 두세 달을 기다려야 한다고 했고, 어떤 기업은 반년이 지나도 개설하지 못했다. 양측이 위안화 사용에 합의하더라도, 업무를 받아 줄 은행을 찾는 데 여전히 몇 달이 걸릴 수 있었다.
2024년 7월, 국가두마는 수출입 기업이 암호화폐로 대외무역 대금을 결제할 수 있도록 하는 관련 법안을 통과시켰다. 관련 법률은 8월에 서명되었고, 업무는 우선 중앙은행이 시범사업을 조직하는 방식으로 진행되며, 참여 기업과 실험 기간 모두 제한을 받았다.
2024년 12월에 이르러, 재무장관 안톤 실루아노프는 TV 인터뷰에서 러시아 기업들이 이미 비트코인 등 디지털 화폐로 국제 결제를 시작했으며, 여기에는 러시아 국내에서 채굴된 비트코인도 포함된다고 밝혔다.
러시아의 암호화폐 업계는 얼마나 큰가
재무장관이 언급한 자국산 비트코인 뒤에는 러시아가 이미 여러 해 운영해 온 채굴업이 있다.
로이터통신은 2021년 3월에 이미 BitRiver가 시베리아에서 100메가와트 규모의 데이터센터를 운영하며 미국, 유럽, 일본에서 온 채굴업자들의 장비를 수탁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고객들은 현지의 저렴한 수력 전기를 눈여겨봤고, BitRiver는 전력과 전산실을 제공하며 달러나 루블로 수탁료를 받았다.
현지 전기가 얼마나 싼지 보자. 이르쿠츠크 전력 공급 기업이 공개한 2024년 하반기 요금표에서 도시 일반 주민 1단계 전기요금은 킬로와트시당 1.58루블, 농촌 주민의 해당 요금은 1.106루블이었다. 2024년 7월 초 환율로 환산하면 1킬로와트시당 약 0.13위안과 0.09위안에 해당한다.
같은 해 상하이의 주민 전기요금과 대조해 보자. 세대별 계량기를 쓰는 주민의 1단계 비(非)시간대별 요금은 킬로와트시당 0.617위안으로, 위의 두 단계 가격의 약 4.6배와 6.6배다.
낮은 비용이 끌어들인 채굴장은 점차 상당한 전력 사용 규모를 형성했다. 2024년 7월, 푸틴은 경제 업무 회의에서 에너지부 추정치를 인용하며 러시아의 채굴이 연간 약 160억 킬로와트시의 전력을 소비해 전국 전력 사용량의 1.5%에 가깝다고 말했다.
2024년 러시아는 채굴업에 공식적인 운영 규칙을 세웠다. 11월, 연방세무국은 채굴 등록 서비스를 열어 회사와 개인사업자가 등록을 마쳐야만 업무를 할 수 있게 했다. 2025년부터 채굴업자는 디지털 화폐를 받은 다음 달 20일까지 세무 당국에 생산량과 지갑 주소 식별자를 전자적으로 신고해야 하며, 채굴 풀에 참여하는 경우 관련 주소도 보고해야 한다. 채굴장이 어디에 있고 누가 운영하며, 캔 코인이 어느 주소로 들어가는지에 대해 서로 대조해 확인할 수 있는 기록이 생기기 시작했다. 관련 수입도 세무 관리에 포함되었다.
채굴장이 계속 늘어나면서 현지 전력 공급도 빠듯해지기 시작했다. 2025년 4월, 이르쿠츠크주 남부 일부 지역에 2031년까지 이어지는 채굴 금지령이 시행되었다.
등록 제도 외에도, 법 집행 기관은 채굴장의 전력 절도 같은 행위를 계속 추적하고 있다. 2025년 10월, 러시아 내무부는 레닌그라드주에서 불법 전력 사용 혐의가 있는 채굴장을 적발했고, 잠정 추산 손실이 10억 루블을 넘으며 용의자 6명이 구금되었고 사건에 직권 남용 혐의가 관련되어 있다고 통보했다.
캔 코인은 또한 구매자를 찾아야 했고, 주민의 투자 수요도 계속 존재했다. 러시아에는 이미 규모가 큰 암호화폐 거래 시장이 있었지만, 국내 금융기관은 이런 업무를 맡을 제도적 장치를 오랫동안 갖추지 못했다.
블록체인 분석 기업 Chainalysis가 온체인 자금의 지리적 귀속을 추정한 바에 따르면, 2024년 7월부터 2025년 6월까지 러시아에 귀속되는 암호자산 수취 규모는 약 3763억 달러로, 같은 기간 영국의 2732억 달러보다 많았다.
역외 플랫폼이 고객 계좌와 거래 기록, 수수료 수입을 쥐고 있었다. 러시아가 이 사업을 자국에서 규제하려면, 국내 금융기관이 주민의 거래 수요를 맡을 수 있도록 허용해야 했다.
2025년 3월, 중앙은행은 우선 자산과 소득이 아주 높은 문턱을 충족하는 소수 투자자가 3년 실험 기간에 암호화폐를 사고팔게 하자고 제안했다. 같은 해 12월에 제출한 새 방안은 일반 비적격 투자자까지 고려 대상에 넣었지만, 구매할 수 있는 코인 종류와 금액은 여전히 제한된다.
중앙은행은 2025년 4분기부터 2026년 1분기를 포괄하는 보고서에서 러시아 사용자가 중앙화 암호화폐 플랫폼에 접속한 횟수가 앞선 두 분기보다 32% 감소했다고 지적했다. 한편 2026년 4월 초 기준으로 주민이 러시아 국내에서 암호자산 가격에 연동된 금융상품을 통해 형성한 투자는 약 38억 루블이었다.
2026년 9월 《디지털 화폐 및 디지털 권리법》이 시행되면서, 주민은 자국의 감독받는 기관을 통해 암호화폐를 사고팔 수 있는 제도적 통로를 갖게 되었다. 일반 비적격 투자자는 테스트를 거쳐야 하고 구매 범위와 한도는 여전히 제한되며, 중개업자와 환전·수탁 기관은 새 법에 따라 해당 업무를 맡기 시작했다.
10월 6일, 중앙은행은 첫 5개 디지털 수탁 기관과 4개 암호화폐 환전 기관이 등록부에 들어왔다고 발표했다. 환전 기관은 자기 자금으로 장외 매매를 할 수 있고, 수탁 기관은 관련 자산의 기록과 이전을 담당한다. 이들 기관은 2027년 9월까지 업무를 새 법의 요건에 맞게 조정해야 한다.
수출입 기업은 새 법 아래에서 국경 간 암호화폐 결제에 더 큰 공간을 얻었지만, 국내 상품과 서비스 결제 금지는 유지되었다. 중앙은행은 암호자산이 규제받는 거래 시장에 들어오도록 허용하면서도, 루블의 국내 결제 지위는 계속 지킨다.
러시아 거래소가 적발된 이후
러시아가 거래 기관에 공식 신분을 부여하기 시작했을 때, 더 일찍 운영해 온 플랫폼들은 이미 이 시장을 국제 법집행의 시야로 끌어들인 상태였다.
그중 하나가 한때 러시아의 중요한 암호화폐 환전 플랫폼이었던 Garantex다.
이 거래 플랫폼은 처음에 에스토니아에 등록되었지만 주요 경영 활동은 모스크바와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이루어졌다. 2022년 에스토니아의 디지털 자산 서비스 허가를 잃고 미국 재무부의 제재 명단에 올랐지만, 그 뒤에도 계속 영업했다.
2025년 3월, Garantex는 합동 법집행의 대상이 되었다. 미국은 관련 도메인을 압류했고, 독일과 핀란드 법집행 기관은 서버를 압수했으며, 미국 법무부는 관리자 두 명에 대한 기소 내용을 공개했다. 검찰은 플랫폼이 2019년 이래 최소 960억 달러의 암호화폐 거래를 처리했으며, 운영자들이 자금세탁과 제재 위반 등의 활동에 가담했다고 기소했다.
이어 테더(USDT) 발행사 Tether는 미국 비밀경호국을 도와 Garantex 거래와 관련된 2300만 달러 자금을 동결했다고 발표했다.
동결된 자금은 달러 스테이블코인 USDT를 사용한 것이었다. Tether는 발행사로서 토큰 통제 메커니즘을 통해 해당 주소의 이체를 제한할 수 있다. 자금이 은행을 떠나 온체인으로 들어간 뒤에도, 보유자는 발행사의 동결 조치 때문에 이를 사용하지 못할 수 있다.
미국 재무부의 2025년 8월 제재 판정에 따르면, Garantex 관계자들은 고객과 자금을 후속 플랫폼 Grinex로 옮기고, 루블로 뒷받침되는 A7A5 토큰을 활용해 고객 자금의 연결을 도모했다. A7A5는 키르기스스탄의 Old Vector가 발행했고, 관련 국경 간 결제 회사 A7의 소유 관계에는 러시아 은행 Promsvyazbank와 사업가 일란 쇼르가 얽혀 있다.
러시아 기업이 달러 스테이블코인을 쓰면 이를 받아 줄 거래 상대를 찾기 쉽지만, 발행사의 동결 조치에도 영향을 받는다. 루블로 뒷받침되는 토큰으로 바꾸면 이번에는 역외 판매자를 설득해 받아들이게 해야 하고, 충분한 환전 경로도 마련해야 한다.
2025년 10월, EU의 19차 대러 제재는 A7A5와 그 관련 기관을 직접 겨냥했고, EU 역내에서 이 스테이블코인과 관련된 거래를 금지했다. 2026년 10월에 이르러 미국은 다시 A7 네트워크를 제재 대상 초국가 범죄 조직으로 지정했고, 금융범죄단속국은 동시에 새로운 거래 제한 규칙을 제안했는데, 후자는 당시 여전히 제안 단계에 있었다.
Garantex가 적발된 뒤 자금은 후속 플랫폼과 루블 토큰으로 옮겨 갔고, 제재 명단도 이들 새 플랫폼과 토큰으로 확대되었다. 러시아 기업이 찾는 결제 방식은 계속 변하고 있으며, 역외 거래 상대와 발행사, 환전을 처리하는 기관은 여전히 대금을 최종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지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중국이 러시아에서 배울 수 있는 것
타산지석(他山之石, 可以攻玉)이다.
러시아의 암호화폐 규제 정책 변화는 어느 정도, 자본 흐름과 금융 안전에 똑같이 관심을 가진 다른 나라들에게 현실적인 질문을 던졌다. 암호화폐는 국가가 어떤 어려움을 해결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고, 또 어떤 새로운 의존을 낳을까.
특히 국제 시장에 깊이 참여하는 중국에게, 러시아가 암호화폐 채굴과 주민 투자, 기업 결제에서 보여 준 암호화폐에 대한 태도의 전환과 선택은 어떤 참고할 만한 전철이 될 수 있을까.
중국 본토의 암호화폐 규제 정책은 태도가 명확하고 지속적으로 엄격해지고 있다. 2026년 2월에 발표된 《가상화폐 등 관련 리스크의 추가 예방 및 처리에 관한 통지》는 역내 법정화폐와 가상화폐의 환전 등 관련 업무를 계속 금지하고, 채굴도 계속 정리한다. 역외 기관과 개인은 역내 주체에 관련 서비스를 불법으로 제공할 수 없다.
이 통지는 관리 요구를 역외 발행으로까지 확장했다. 역내 주체 및 그가 통제하는 역외 주체는 관련 부서의 법규에 따른 동의 없이 역외에서 가상화폐를 발행할 수 없다. 위안화에 연동된 스테이블코인의 경우 요구가 적용되는 주체가 더 넓어서, 역내외의 모든 단위와 개인이 역외에서 발행하려면 관련 부서의 법규에 따른 동의를 받아야 한다.
이런 정책 배경에서 러시아가 주민 투자를 개방한 데서 가장 주목할 점은 자금이 어떻게 들어오고 나가는가다. 러시아 중앙은행이 2026년 새 법에 대해 설명한 바에 따르면, 일반 투자자는 테스트를 통과한 뒤 매년 각 중개사를 통해 최대 30만 루블의 고유동성 암호화폐를 살 수 있다. 주민이 역외에서 거래하려면 역외 은행 계좌를 거쳐야 하고, 러시아에서 산 코인을 역외로 옮기려면 감독받는 중개사를 거쳐야 하며, 역외에서 기록된 암호자산 보유 상황도 세무 당국에 신고해야 한다.
러시아는 원래 역외 플랫폼으로 흘러가던 거래를 자국이 검사하고 책임을 물을 수 있는 기관이 맡게 하면서, 국경 간 자금의 신고와 중개 요건은 유지하려 한다. 자본 흐름 관리를 똑같이 중시하는 중국에게 러시아 새 제도의 효과는 계속 지켜볼 만하다. 가령 규제 안에 들어온 뒤 실제 거래가 더 투명해지는지, 규제 당국이 자산 이전을 파악할 수 있는지, 아니면 등록된 운영자만 한 무리 늘어나는지다.
암호화폐 채굴업도 같은 문제를 안고 있다. 채굴업자가 자국 전력으로 생산한 비트코인은 역외 지갑으로 옮기면 그곳에서 현금화될 수 있다. 러시아가 생산량과 지갑 주소 보고를 요구하는 것은 먼저 자산의 출처를 파악한 뒤 거래와 납세 기록과 대조하기 위해서다. 이런 기록은 추적의 근거를 늘릴 수는 있지만, 채굴업자가 사실대로 신고하리라고 보장하지는 못하며, 등록표 한 장만으로 자금 유출을 막을 수도 없다. 러시아가 암호화폐 채굴업을 남겨 두었다는 것은 세무와 자금세탁방지 부서도 지속적인 검증 업무를 떠안았다는 뜻이다.
중국이 2021년 채굴 퇴출을 선택했을 때, 마주한 것은 규모가 더 큰 기존 업계였다.
케임브리지대학이 그해 공개한 채굴 풀 표본 추정에 따르면, 중국이 차지하는 글로벌 비트코인 해시레이트 비중은 2019년 9월의 75.5%에서 2021년 4월의 46%로 떨어졌지만, 정리 이전에도 여전히 절반에 가까웠다. 연구는 또 채굴업자들이 갈수기와 풍수기의 전기요금 차이를 쫓아 신장과 쓰촨 사이를 계절에 따라 옮겨 다닌다는 점을 관찰했다. 그해 중국 본토의 암호화폐 채굴 퇴출은 글로벌 채굴장 배치를 흔들었다.
발개위(국가발전개혁위원회)가 2021년 9월 정리 이유를 설명할 때는 에너지 소비와 탄소 배출 외에도, 채굴업이 경제와 산업에 대한 견인 효과가 제한적이며 자금세탁과 탈세, 국경 간 자금 이전과 관련된다는 점을 명확히 제시했다. 어느 정도 중국이 암호화폐 채굴을 금지한 것은 산업과 금융 관리의 종합적인 선택이었다.
러시아가 채굴장 등록과 지역별 채굴 금지를 병행하는 것은 중국에 정책 설계상의 참조를 제공한다. 향후 잉여 전력을 활용한 채굴 실험을 연구한다면, 먼저 전력망이 소화 곤란을 확인한 지역으로 한정하고, 운영 시간대는 전력 공급 조건에 따라 조정하며, 공급이 빠듯해지면 즉시 가동을 중단할 수 있다. 그다음 채굴장의 전력 사용을 코인 생산, 지갑 및 납세 기록과 대응시켜 그것이 현지에 가져오는 순수익을 산정한다. 이런 실험은 국가 정책의 조정과 명확한 위임을 전제로 해야 하며, 현행 채굴 금지 요건이 현지에 버려지는 전기가 있다고 해서 자동으로 면제되지는 않는다.
국경 간 무역 대금 측면에서 보면, 소액이면서 자주 해외 대금을 받는 기업에게는 비용과 입금 속도가 사업을 계속할 수 있는지를 좌우한다. 러시아의 경험은 피할 수 없는 고려를 하나 더한다. 외부 제한이 확대되면 오늘날 사용할 수 있는 은행과 청산 방식이 얼마나 유지될 수 있을까. 더 많은 합규 수금 경로를 미리 갖춰 두는 것은 일상 경영의 가치가 있을 뿐 아니라, 외부 충격 아래에서 기업이 계속 계약을 이행할 수 있는지와도 관련된다.
중국 홍콩 지역이 시험하고 있는 스테이블코인은 결제 선택을 늘리는 구체적인 경로를 제공한다. 2026년 4월 10일, 홍콩 금융관리국은 딩뎬금융(碇点金融)과 홍콩상하이은행(HSBC)에 첫 스테이블코인 발행사 라이선스를 발급했다. 금융관리국은 두 곳 모두 초기에 홍콩달러 스테이블코인을 발행할 계획이며 국경 간 결제를 사업 방향으로 삼아, 각자의 은행 및 협력 네트워크를 활용해 고객의 수금과 지급 비용을 낮추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기업은 스테이블코인을 받은 뒤 현지 운영 비용을 지급하려면 흔히 법정화폐로 바꿔야 한다. 환전이 중단되면 장부상 받은 토큰을 구매와 급여 지급에 쓸 수 없게 될 수 있다. 홍콩이 라이선스 발행사에 요구하는 준비금과 상환 요건은 바로 지속적인 상환에 명확한 책임 주체가 있게 하기 위한 것이다. 중국 기업의 역외 경영 주체는 현지 규칙이 허용하는 범위 안에서 이런 수금 방식을 연구할 수 있지만, 본토 업무와 자금 송금이 관련될 때는 여전히 본토의 규제 요건을 따라야 한다.
러시아의 비상 대응 전환은 이미 보여 주었다. 은행 경로가 제한된 뒤에야 거래 상대를 찾고 상환을 조직하면 기업은 매우 높은 적응 비용을 치른다. 중국은 방대한 해외 경영과 무역 수요를 갖고 있으므로, 정상적인 시기에 규제받는 실험 공간을 남겨 두는 것은 미래에 어쩔 수 없이 임시로 길을 찾는 대가를 줄이는 데 도움이 된다.
다만 스테이블코인이 얼마나 자율성을 제공할 수 있는지는 그것이 누구에게 의존하는지를 계속 따져 물어야 한다. 달러 스테이블코인은 발행사와 그 준비금, 상환 약정의 제약을 받고, 홍콩달러 스테이블코인도 홍콩달러 페그제와 은행 체계 안에 놓여 있다. 온체인 암호화폐의 유통은 상대적으로 자유롭지만, 스테이블코인 자체의 중앙화된 발행 구조 때문에 동결이나 환전, 상환 과정에서 막히는 문제가 존재한다. 홍콩 실험의 전략적 가치는 어쩌면 광범위한 제재 충격을 견딜 수 있는 결제 선택과 운영 경험을 더 많이 쌓는 데 있을 것이다.
결론
러시아의 암호화폐 과거를 돌아보면, 한 국가가 업계의 변화와 국제 경쟁 속에서 대응 전략을 어떻게 끊임없이 조정하는지 볼 수 있다. 중앙은행은 처음에는 자금 유출을 걱정해 금지를 주장했고, 전쟁과 제재로 대외무역 결제가 긴박해지자 정부는 채굴업과 암호화폐 결제를 위한 제도적 통로를 마련하기 시작했다. 강하게 중앙집권화된 정부가 탈중앙화된 암호자산을 마주할 때 품는 우려는 사라지지 않았고 사라질 수도 없다. 다만 외부 압력과 국내 필요가 달라지면서 어떤 용도는 열어 주고 어떤 용도는 여전히 제한할지를 다시 결정할 뿐이다. 다만 이 대응은 수동적으로 할 수도 있고, 미리 대비할 수도 있다.


